<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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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은 음악영화다. 1961년을 배경으로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포크씬을 다룬다. 그 때문에 코언 형제 최초의 음악영화로 소개가 된다. 그들은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를 통해 포크음악을 중요하게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인사이드 르윈>처럼 포크음악이 중심이 되는 영화는 처음이다.

핵심은 최초의 여부가 아니다. 포크음악은 영화의 장르로 치면 웨스턴의 세계다. 아니, 이제 웨스턴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가 만들고 사랑하는 장르이니만큼 포크야말로 지극히 미국적인 세계다. 코언 형제의 작품도 그렇다. 그들이 미국을 대표하는 감독인 것은 영화를 잘 만드는 미국 감독이어서라기보다 미국에 대한 영화를 잘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사이드 르윈>은 또 하나의 ‘미국의 신화’라고 할 것이다.

“르윈 데이비스의 내면을 들어보자고”

<인사이드 르윈>은 오로지 음악으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포크가수의 며칠간의 여정을 다룬다. 그의 이름은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 이 영화의 원제는 <Inside Llewyn Davis>다). 뉴욕의 시린 겨울 날씨만큼이나 르윈의 처지도 서슬 퍼렇기는 마찬가지다. (Tip 1 참조) 몸뚱이 하나 누울 공간이 없어 매일 같이 잠자리를 전전하고 돈 몇 푼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라면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동료 가수로부터 거물 프로듀서 버드 그로스먼(Tip 2)의 얘기를 듣고, 오디션을 보겠다며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시카고로 여정을 떠난다.      

이 영화에는 미국의 1세대 포크싱어 톰 팩스턴의 ‘500miles'(후에 밥 딜런이 리메이크했다!)를 극 중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인사이드 르윈>의 음악 프로듀서 티 본 버넷(Tip 3)이 코언 형제에게 제안한 곡인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만약 당신이 내가 탄 기차를 놓쳤다면 당신은 내가 가버릴 거라는 사실을 알 거예요.’ 이 가사에는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이를 인정하고 다음 것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이의 심정이 시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티 본 버넷은 이 가사를 들어 ‘500miles’를 노예의 노래라고 해석한다.)  

이는 코언 형제가 <인사이드 르윈>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크음악을 다룬다고 할 때 예상답변처럼 흔히들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수는 밥 딜런이다. 조엘 코언이 평가하는 밥 딜런은 “1961년에 등장해 모든 걸 바꾼” 뮤지션이다.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밥 딜런과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1961년 이전의 포크음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조엘의 표현에 따르면, “밥 딜런의 유명세에 그 시기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언 형제는 밥 딜런이 나오기 이전의, 포크음악의 가장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인사이드 르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밥 딜런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형태가 예사롭지 않다. 마지막 장면에서 르윈 데이비스가 공연을 마치자 빛에 반사된 그림자의 형태로 밥 딜런을 연상시키는 가수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티 본 버넷은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 없어지지 않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무언가가 막 다가오려는 시기를 다루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즉 르윈 데이비스는 그와 같은 포크의 격동기를 상징하는 인물인 셈이다. 아니나 달라, 에단 코언은 이렇게 말한다. “<인사이드 르윈>의 모든 아이디어는 낡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했던 데이브 반 롱크에게서 비롯됐다.”

“익숙한 곡일 거예요. 포크송이란 게 그놈이 그놈인지라”

데이브 반 롱크(Dave Van Ronk)는 누구인가. 포크음악의 1세대인 데이브 반 롱크에 대해 밥 딜런이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Chronicles>에서 평가한 얘기를 들어보자. “부르짖는 듯 속삭이는 창법을 구사했으며 발라드를 블루스로, 블루스를 발라드로 바꿔 부르는 것에도 능했다.” 실제로 데이브 반 롱크는 노래 몇 곡을 만들기는 했지만 싱어송 라이터라기보다는 싱어에 더 가까웠을 만큼 뛰어난 노래 실력을 자랑했다. 동료 음악인들 사이에 영향력 또한 만만치 않아서 밥 딜런은 부러 그의 의자에 앉기도 했을 정도다.

물론 포크씬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던 밥 딜런의 명성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데이브 반 롱크는 포크 음악에 대한 애정을 자존심으로 내새웠던 진짜배기 음악인이었다. 코언 형제를 출연료를 받지 않아도 어느 클럽에서든 노래를 부르는 그 자체로 만족했던 데이브 반 롱크의 가수로서의 그 ‘진정성'(authenticity)에 주목했다. 그러니까, 르윈 데이비스는 데이브 반 롱크에게서 영감을 받아 코언 형제가 가공한 인물이다. 제목 역시 그의 앨범 <Inside Dave Van Ronk>에서 가져왔으며 영화 전체적으로 그의 자서전 <The Mayor of Macdougal Street>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고 <인사이드 르윈>이 데이브 반 롱크에 대한 실제 이야기는 아니다. 예컨대, 코언 형제는 르윈 데이비스를 연기할 배우를 물색하면서 데이브 반 롱크와 닮은 외모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연기력에 더해 실제 연주가 가능한 배우가 우선 순위였고 그 결과, 오스카 아이삭이 캐스팅됐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고 뮤지션과 항해사 사이에서 고민을 했던 일화, 그리고 르윈 데이비스가 데이브 반 롱크를 연상시키는 노래를 부른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모두 코언 형제가 꾸며낸 허구의 이야기다.  

<인사이드 르윈>의 출발점이 데이브 반 롱크라는 실제 인물이었다면 거기에 살을 붙이는 과정은 허구가 바탕이 되었다. 데이브 반 롱크와 그가 활동했던 시기를 조사한 후 조엘 코언은 직감적으로 (후에 르윈 데이비스로 구체화되는) 어느 포크가수가 카페 뒤 어두운 골목에서 얻어맞고 있는 장면을 생각했다. 시대가 압축된 장소에서 발생할 법한 사건이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포크가수가 왜 얻어맞는 걸까,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오프닝은 엔딩에서 다시 한 번 반복되는데 ‘끝은 결국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이 영화의 목적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노래는 영혼에서 나오는 소리이지 않나”

이런 순환의 구조 혹은 원의 이미지는 코언 형제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본 이들이라면 굉장히 익숙한 것이다. <밀러스 크로싱>(1990)의 반복해서 등장하는 바람에 날려 사라지는 톰(가브리엘 번)의 모자부터 <허드서커 대리인>(1994)의 훌라후프 돌리는 장면과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에서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 휠을 슬로모션으로 잡은 장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의 열쇠구멍으로 극대화되는 원의 이미지까지. 매 영화 등장할 정도인데 일종의 클리셰의 개념을 넘어서는 것은 그것이 결국에는 코언 형제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메시지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엘 코언은 말한다. “오프닝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이야기의 ‘순환’이다. 이야기를 시작한 곳으로 돌아가 끝을 맺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엔딩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될 거라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현재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오프닝과 엔딩의 구조처럼 <인사이드 르윈>에서 순환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는 고양이다. 르윈이 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집을 나오던 중 고양이가 뛰쳐나오면서 그의 고행도 시작되는 양상을 보인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 벌이는 르윈의 소동은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매번 외면당하는 일련의 에피소드와 병렬로 맞물린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 헤매던 고양이는 마지막 순간, 다시금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있다.  

반복과 순환은 세상이 굴러가는 혹은 돌아가는 이치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도 있지 않나. 르윈 데이비스와 같은 부류의 음악인이 활동했던 시기는 음악으로 돈을 번다는 개념이 아직은 희박했던 시절이다.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타락(?)한 지금의 미국의 관점에서 보건데 <인사이드 르윈>은 음악이 순수했던 시절에 바치는 찬가(讚歌)다. 그렇다고 코언 형제가 그 시절로 돌아가자며 향수하고 욕망하는 ‘퇴행’의 방어기제를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르윈 데이비스의 음악과 인생을 일러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대중의 무관심이라는 황량한 대지를 개척정신 하나만으로 이겨낸다는 점에서 음악의 웨스턴이라는 표현을 썼다. 다만 영화의 웨스턴은 인디언을 학살한 공격적인 형태의 개척을 미국의 신화로 포장한다. 반면 코언 형제는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애정 하나만으로 온갖 수모와 고통을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 진정한 개척정신이라고 말한다. 극 중 고양이의 이름이 ‘율리시스’인 것도 <인사이드 르윈>이 부여하고자 했던 신화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순수의 신화가 지금의 미국에게 가장 절실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Tip 1 가장 차가운 색, 블루

<인사이드 르윈>의 화면은 르윈 데이비스가 처한 곤궁한 상태만큼이나 차가울 정도로 파랗고 채도가 옅다. 촬영을 맡은 브루노 델 보넬(<사랑해, 파리>(2006)에서 코언 형제의 ‘튈르리 역’을 작업했다.)은 실제 1960년대의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자리한 포크 씬의 분위기와 르윈 데이비스의 사적인 이야기에 집중했다. “뉴욕의 추운 겨울을 코트 한 벌도 없이 견뎌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임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추운 겨울의 뉴욕 이미지를 담고 있는 밥 딜런의 앨범 <The Freewheelin>을 참조했다.”

Tip 2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코언 형제는 르윈 데이비스 뿐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 역시 실제 인물을 참조, 상상력을 불어넣어 창조했다. 버드 그로스먼은 밥 딜런의 매니저를 했었던 ‘알버트 그로스먼’에게서 가져왔다. <인사이드 르윈>에도 등장하지만 알버트 그로스먼은 시카고에 ‘뿔의 문’이라는 포크 클럽을 열어 여러 가수를 고용해 스튜디오처럼 운영했다. 극 중 캐리 멀리건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호흡을 맞춘 진과 짐은 ‘폴&메리’를, 존 굿맨이 분한 롤란드 터너는 뉴올리언스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 라이터인 ‘닥터 존’을 염두에 뒀다.

Tip 3 티 본 버넷, 또 한 명의 감독?

티 본 버넷(T Bone Burnett)은 밥 딜런의 투어는 물론 엘비스 코스텔로, 엘튼 존 등 유명 가수들과 작업한 뮤지션이다. <오, 형제에 어디에 있는가?>에서 사운드 트랙을 담당한 적이 있으며 그 인연으로 <인사이드 르윈>에서 코언 형제와 조우했다. 음악이 중요했던 영화였던 만큼 각본을 쓰던 시점부터 코언 형제는 버넷과 작업을 시작했고 르윈 데이비스 역의 오스카 아이작 캐스팅도 버넷의 의견을 들은 후 최종 결정했을 정도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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