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를 지지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매번 이슈다. 이효리가 다양한 경로로 (주로 트위터를 통해) 발언을 하거나, 액션을 취하면 언론은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효리 봤다고 해달라” 브런치집 거짓 인터뷰 파문’, ”이효리와 순심이’ 공익광고 공감 확산’, ‘이효리, 고영욱에게 막말 뒤 급사과 “김제동인줄 빵 터져”‘, ‘이효리 “채식은 삶 자체다” 여전한 채식사랑 눈길’, ”섹시퀸’ 이효리, 올 하반기 컴백’ 등등 1월 31일부터 2월 6일까지 단 일주일 동안 이효리와 관련한 논란과 논쟁과 이슈 기사의 헤드라인이 이 정도니 기간의 범위를 넓혀보면 그 수는 정확히… 집계하기는 힘들고 아무튼 어마어마하다.

근데 이뿐이 아니다. 기사를 통해 재생산되는 수천, 수만의 네티즌들의 의견이 결합되면 이효리가 관련된 사회적 파장은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둔갑할 정도다. 그 결과로 이효리의 발언 한 줄, 행동 하나는 즉각적으로 대중들에게 유무형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반려동물 보호 활동과 채식주의 전파가 긍정적인 쪽에 속한다면 모 케이블 방송국의 단골집 프로그램 파문이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권장 트위터를 리트윗했다가 받은 일방적 비난은 사회적 활동의 역효과라 할만하다. 그만큼 그녀가 한국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아이콘이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빛과 그림자의 양면일 텐데 여기에는 이효리를 향한 대중의 공통적인 정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낱 걸그룹 출신의 잘나가는 여가수인줄로만 알았던 이효리의 적극적인 사회적 발언에 대한 의외의 놀라움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효리에 대해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관심이 없었다. 더 정확히는 ‘여자’ 이효리에는 ‘헤~’ 침 흘리며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편이었지만 ‘가수’ 이효리에는 별 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몇 번의 표절 문제로 가수로서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적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그녀를 가수로 부르기에는 너무 기능인의 측면이 컸던 것이다. 창조적으로 자신의 음악을 한다기보다는 제작사와 가요계의 입김에 따라 조작되고 만들어진다는 느낌. 사실 방송국과 제작사의 입김에 놀아나는 한국 가요계의 시스템 상 이는 이효리 뿐만 아니라 (걸그룹 멤버를 포함해) 대다수의 여자 가수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필요조건이다. 내게 이효리가 달라보이기 시작한 건 그런 가요계의 인위적인 껍질을 뚫고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여론을 주도하면서부터다.

여성 아이돌 1세대인 그녀는 한국 가요계의 아이돌 역사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리고 지금은 독보적인 걸그룹 출신 솔로 여가수의 길을 걷고 있는 개척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걸그룹에서 솔로로 전향한 2003년 그 해 ‘효리 신드롬’을 불러올 만큼 가장 성공했으면서도 10년 가까이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점, 아이돌이라는 기획 가수로 길러졌지만 솔로 활동 동안 자신의 음악을 하기 위해 프로듀서로 나설 정도로 꾸준히 변화를 꾀하고 있는 점, 가수뿐만 아니라 MC, 연기자, 광고모델, 패션리더, 소셜테이너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에서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롤 모델로 언급되기에 선구적인 길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게 이효리의 지난날을 돌아보면 화려한 순간의 연속인 것 같지만 동시에 숱한 비난과 편견에 맞서온 고난의 역사이기도 했다.  

음역대가 좁아 신보가 발표될 때면 매번 도마 위에 오르는 가창력, 잠잠해질 만 하면 터지는 표절 문제 등은 가수로서 그녀의 자질을 문제 삼기에 충분하다.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섹시한 이미지로 인기를 얻었다는 비아냥적인 평가에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롤러코스터’ 기타리스트 이상순과의 열애, 정재형과의 TV음악프로그램 공동 진행과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음악도 잘 모르고 실력도 없으면서 싱어 송 라이터들과만 어울린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효리가 공식적인 대응을 한 적이 없어 그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솔로 데뷔 이후 가수로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요컨대, 그녀가 싱어 송 라이터들과 자주 어울리는 건 뮤지션을 향한 욕망, 그러니까 음악적인 실력을 넓히기 위한 교류의 의미로 접근해도 틀리지 않다. 실제로 이효리의 솔로 데뷔 이후의 음반 성격과 활동은 뮤지션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을 전제한다. 솔로 데뷔 앨범 <STYLISH..E hyOlee>은 첫 번째라는 화제성이 워낙 큰 앨범이었기 떄문에 논외로 쳐도, 2집 <Dark Angel> 활동 당시 립싱크 공연이 빈축을 사자 이후 무대에서는 라이브를 고집했고 4집 <H-Logic>에서는 직접 프로듀서로도 참여, 곡을 선정하고 앨범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등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지 좋은 가수를 꿈꾸는, 궁극적으로 뮤지션을 꿈꾸는 이효리의 강한 욕망과 적극적인 노력은 결코 폄하될 성격의 겻이 아니다. 한국 가요계처럼 제작사의 기획력과 프로듀서의 취향이 가수 개인의 다양성을 지워버리는 풍토에서 여자 솔로가수 이효리의 존재는 더 없이 소중하다. 그녀의 안티 세력들이 즐겨 부르는 ‘머리가 빈 엔터테이너’, 즉 기획사에 의해 움직이는 ‘인형 아이돌’의 이미지가 이효리를 향한 편견의 지배력임을 상기한다면 이를 벗어나려는 행보는 한국 가요계의 또 다른 풍경을 예감케 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잡음이 많을 테지만 이는 1세대 아이돌 출신으로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나는 생각하는 쪽이다.  

안 그래도 그녀가 가진 최고의 강점은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데 있다. 표절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시간을 질질 끄는 대신 잘못을 인정하고 곧바로 활동을 접는가 하면, (물론 다시 한 번 표절 문제로 시끄러워진다면 이효리의 가수 활동은 ‘삼진 아웃!’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소셜테이너로 활발하게 발언하고 행동하는 지금은 자신이 잘 몰랐던 사안에 대해 무지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모범을 보이기도 한다. 한때 한우홍보대사였다가 채식주의자로 변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난 채식을 통해 뒤늦게야 무지했던 나 자신과 내가 있는 곳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할 때 선명하진 않지만 흐릿하게라도 방향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채식은 단순한 육식이 아닌 음식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이효리 트위터 @frog799 중에서)

가수로, 소셜테이너로 보여주고 있는 이효리의 일련의 활동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유기견 보호에 대한 사회의식이 확산됐고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선거 독려 트윗으로 대중들의 정치 참여를 선도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연예인 전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모시켰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타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고 정치적 발언을 은근히 단속하는 한국 연예계의 특수한 상황에서 그녀의 되바라진(?) 행동은 용감하다 못해 진보적이다. 그녀가 미국에서 동물학자 제인 구달을 만나(인터뷰를 하)고 온 것이 겉멋이고 계산적인 연출이라고 할지언정 그 자체로 화제가 되어 동물 사랑과 환경 보호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파된다면 그것은 이효리가 가진 사회적인 발언이요, 힘인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김종진은 이런 얘기를 했다. “이효리가 어느 날 기타를 들고 프랑스 영부인 카를라 브루니처럼 포크 록을 한다면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칠 것이다. 또한 대중에게 조명 받지 못하는 싱어 송 라이터들조차 덩달아 인기를 얻을 것이다.” 굳이 기타를 들지 않더라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이효리의 모습도 기대된다.) 그녀는 이미 무대로 활동을 한정한 기존 여자 가수의 역할을 사회로까지 넓히며 상당 부분 변모시켰다. 아직도 보수적인 팬들의 거부감은 상당하지만 이효리를 롤 모델로 삼은 여자 가수들이 무대 위 화려한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까지 이어받는다면 나중에 그 수가 쌓여 선입견의 견고한 벽에 멋지게 균열을 가할지도 모른다. 지금 이효리는 그 선두에 서있는 것이다. 스타의 ‘쿨’함은 자신의 권력을 인지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긍정적으로 활용할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이효리를 응원하고 지지한다.

일러스트 허남준

ARENA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2년 3월호

“이효리를 지지한다”에 대한 8개의 생각

  1. 글 잘 읽었습니다. 이효리에 대한 참신한 접근법이 생각보다 별로 없는데 공들여 쓰신 느낌이 팍팍 드네요^^

    “1세대 아이돌 출신으로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이게 참 적당한 표현이에요. 립싱크에 맞춰 춤을 추던 세대라 시대가 변하면서 중간에 욕먹으며 춤과 라이브를 조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고, 10minutes가 대히트하고는 댄스 음악만 판치는 대중음악계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그 한 사람이 상징적으로 다 받아 안아야만 했고, 한류나 유튜브가 뜨기 전 국내음악계와 해외음악계가 분명히 구분돼있는 상황에서 활동한 세대라 별 고민없이 외국 팝음악의 모티브를 차용했던 2집으로 극심한 비난을 받고 반성& 활동을 접었었습니다.

    사실 10년 넘게 이효리 팬질해온 사람들 속이 새까매요ㅎㅎ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려서 다 기억 못할텐데, 길다면 길었던 그 시간동안 속터지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요즘 시대에 시작했다면 훨씬 덜 억울하고 더 존중받으며 노래할 수 있었을텐데… 특히나 댄스를 하는 여성가수라서 다른 쪽으로는 머리 깨인 사람들도 이효리한테 편견이 많았고. 하지만 그런 역사들이 다 내공으로 쌓인 것 같아 팬으로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요즘 들어 사람들이 이효리의 사회적 발언 때문에 좀 인정(?)해주는 것 같은데, 사실 이효리의 참매력은 머리로만 뭘 하는게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도망치지 않고 곰같이 다 부딪치고 받아안으면서 성찰하는 모습이랍니다. 옛날부터 그랬어요ㅎㅎ 이효리가 그동안 자기 방어도 하고 속으로만 삭이지 말고 좀 영리하게 굴었다면 이렇게까지 오해받고 힘든 길 걷지 않을수도 있었을텐데… 쩝. 이상, 마흔을 눈앞에 둔 횰덕후의 글이었습니다ㅋㅋ

    ps) 2집 ‘겟챠’가 스피어스의 노래와 비슷하다는 것은 본인도 인정하고 반성하였으나, 4집의 외국곡 무단도용사건은 이효리도 희대의 사기꾼 (작곡가 바누스)에게 기가막히게 당한 피해 사건이었답니다. 이효리 본인도 또다시 외국곡과 비슷한 신곡이 있을까봐 거의 노이로제에 시달리며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제대로 당한 거였죠. 6년전 발매되었던 2집 때의 실수 이후 받은 ‘표절녀’란 주홍글씨위에 또 덮쳐진 엄청난 사기와 사람들의 오해들… 이효리도 이 문제에 대해 항상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음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음 하네요.

    1. 안녕하세요 mv님 ^^ 와~ 이렇게 장문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제가 이효리라는 가수를 좋아하긴하지만 깊이 생각했던 경우가 이번이 거의 처음이라서 아마 전문적인 글은 아니었을 거예요 ^^; 저도 위의 글을 쓰면서 좀 걱정되기는 했는데요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얼굴이 화끈 거리기도 하고 또 힘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대신 일종의 3자의 시선에서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이효리 가수 분에 대한 활동과 그에 대한 반응,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짧은 생각을 넣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지 의사를 표현하는 게 중요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효리 가수에 대한 지지이면서 그녀를 사랑하는 팬에 대한 응원도 포함해서요) 워낙 오해를 많이 받는 가수 중의 한 명이라서요. (뭐, 그렇다고 제 글이 오해를 덜어내는데 어떤 역할을 할 거라 기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

      사실 이번에 새로 나오게 될 음반이 기대됩니다. 워낙 지난 앨범에서 크게 사기를 당한 터라 좀 더 다른 면모의 앨범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mv님이 말씀해주신 고민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 공감합니다. 다시 한 번 너무 좋은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

  2. 전 뭐든지 열심히 하는 자세가 너무 이뻐 예전부터 좋아했다지요~
    기타 얘기가 나와 말인데
    얼마전 sbs의 유앤아이 공개녹화 갔을 때, 김종진 님 말처럼 횰 양이 기타를 치던 중 뭐가 잘 안맞았는지 베이스 깔아주던 밴드 멤버에게 조율을 맡기는 걸 보고 촘 적잖게 실망했다는..
    그래도 여전히 좋긴 해요 🙂

    1. 혜진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봬요 ^^ 잘 지내시죠? 그러고보니 벌써 전주영화제가 한 달 밖에 안 남았군요. ㅋㅋ 예,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죠,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면 언젠가 잘 되지 않겠어요. 전 그럼 이효리가 나오는 해피 투게더 보러 이만 컴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 ^^

  3. 저번주랑 이번주 해피투게더 정말정말 잼있었죠? 대박! ㅋㅋㅋ
    홈피는 한동안 못 왔는데 요즘 검색포털에서 요기 엄청 많이 걸려요 지금도 화차 검색하다 또 걸렸다는 ㅋ
    (그래서 엊그제부터 페이스북 받아보고 있지요 ㅋ)

    근데 어머! 그 오래전 전주를 기억하시다닛!!! +ㅁ+

    1. 역시 목요일 밤 예능의 강자라면 < 해피 투게더>죠 ㅋㅋ 안 그래도 블로그 리퍼러 보면 다 검색사이트에서 유입되는 주소더라고요. 제가 또 유행에 편승하는 빈대형이라 영화 개봉 즈음에 열심히 글 올리고 있거든요 ^^; 전주 얘기는 사실 그렇게 오래 전도 아닌 걸요 ^^; 그럼 자주 뵙겠습니다. ^^

  4. 네에~ 전 이제 제가 영화 회사를 댕기지 않아 오래된듯 느꼈던.. ^-^
    잠깐 한번 뵌거라 기억못하시는줄 알았죵 ^^ 제가 유독 사람을 잘 기억해서 주로 저만 기억한답니다 큭
    여튼 이제 페북 받아보고 있으니 자주 소식 들을듯합니다용
    굿밤 되시와욤 잘생긴 허기자님! ㅋ

    1. 옷! 영화계를 떠나셨군요 ㅜㅜ 저는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은 아닌데 혜진님께서는 자주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 늘 감사하고 있어요. 자주 소식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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