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 못생겨서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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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내가 아는 한 이 말은 1970년대 후반 모 코미디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래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한국의 최장수 유행어 중 하나다. 지금은 유행어 수준을 넘어 이미 관용어처럼 굳어진 상태인데 그러니 처음 이 말이 나왔을 때 당시 대중이 받았을 충격은…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의 상황이어서 잘 모르겠고, 하여 (여전히 ‘개콘’을 즐겨보시는) 아버지께 여쭤보니, ‘별 웃기고 자빠진 놈 다 봤네’ 하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단다. 진짜로 못 생긴 주제에 TV까지 나와서 못생겼다고 실토를 하니 그게 그렇게 웃겨서 배꼽잡고 자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그의 이름은 ‘코미디의 황제’로 불렸던 이주일. 얼마나 못생겼던지 못생긴 얼굴에 관한 일화는 그를 따라갈 ‘못난이’가 없다. 지금이야 못생긴 얼굴이 코미디언에게는 축복(?)받은 재능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이주일의 외모는 방송인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말 같지 않은) 이유로 방송 출연이 허락되지 않았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이 유랑극단을 전전하며 활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하루는 남한에서 보기 드문 불쌍한 외모라는 이유로 간첩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갔다가 풀려난 적도 있었다고 하니, 만약 정종철, 오지헌, 박휘순, 지상렬, 박명수, 김제동 등이 그 때 그 시절에 활동했더라면 코미디계는 종북단체 혹은 간첩들의 소굴이라고 전국어버이연합 같은 곳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디스’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주일의 공식적인 방송 데뷔는 드라마틱한 외모만큼이나 극적인 사연을 품고 있다. 1977년 이리 역 폭발 당시 하춘화의 목숨을 구한 일이 계기가 되어 그녀의 도움으로 1979년 39살의 나이에 TBC <토요일이다 전원 출발>에 출연한 것. 생방송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딱 한 마디만 했을 뿐인데 평균 이하의 외모와 시너지를 이루면서 ‘2주일’도 안 돼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기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본명 정주일 대신 이주일로 활동하게 된다.) 나는 이주일의 TV 데뷔를 직접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그 후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웃으면 복이 와요> <일요일 밤의 대행진> 등의 프로그램을 본 후 다음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이주일의 코미디를 따라하며 놀았던 것이다. 가르마를 2:8 황금촌사람비율로 만들어 이마 위에 머리카락을 널은 후 오리 엉덩이를 만들고 입을 오므린 채 “일단 한 번 보시라니깐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콩나물 팍팍 무쳤냐” 등의 유행어를 구사하면 교실 안의 친구들이 떠나갈 듯 자지러지고는 했었다. 그래도 이주일을 대표하는 유행어는 단연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가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지금의 유행어가 사회적인 분위기와 대중의 반응을 미리 계산해 나온 산물이라면 이주일의 경우, 경험에서 우러나온 처절한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주일의 방송 데뷔는 좀 더 빨랐지만 저 외모로 어떻게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느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던 시청자들의 항의로 늦춰진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구봉서, 서영춘, 김희갑, 곽규석과 같은 깔끔한 외모의 코미디언들이 각광을 받는 풍토였으니만큼 하찮은(?) 외모의 소유자로서 이주일은 동료 코미디언에게나 시청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사람이 출연하는 것이 TV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자신을 낮추고 용서를 비는 발언이었기에 비로소 시청자들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리라.

지금이야 못생긴 외모를 스스로 비하하는 이들에게 쿨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쿨함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에 자신을 내려놓는 코미디는 신 개념에 가까웠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는 이주일의 코미디는 이후 황기순, 오재미, 이봉원과 같은 2세대 못생긴 코미디언들이 별다른 저항 장벽 없이 TV로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코미디에 있어서만큼 못생긴 외모가 강력한 경쟁력이 된 지금 남다른 생김새는 더 이상 사과해야 할 흠이 아니다. 못생겨서 죄송한 게 아니라 그 외모로 웃겨줘서 이제는 감사하다고 이주일에게 얘기해야 될 정도다. 그만큼 이주일은 시대를 선도한 코미디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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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호

“이주일, 못생겨서 좋아했습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1. 당시 이주일선생님같이 못생기다 못해 기이하게 생긴사람들은 진짜 간첩 아니면 깡패새끼취급을 받았을정도로 사람취급도 못받았죠~!

    1. 안녕하세요 어여쁜 나 님 처음 뵙겠습니다. ^^ 정말 말도 안 되는 세상이었던 거죠. 그걸 우스개로 삼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예능 환경이 씁쓸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정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도 씁쓸하고요. 아무튼, 자주 뵙겠습니다. ^^

  2. 예를들어 코미디언 임하룡씨도 아홉살연하의 아내와 신혼시절을 보낼때 하루는 임하룡씨와 아내랑 같이 데이트하고있을때 어떤남자가 아내에게 임하룡씨를 보고 혹시 큰오빠아니냐고 그런적이 있었고 또 어떤날에는 사람들이 임하룡씨의 집을 찾아와서 우리가 아가씨 구해줄테니 저런 납치범손아귀에서 벗어나라고 할정도였을정도로 임하룡씨 인상이 매우 안좋았다고합니다! 인상나쁜남자와 합법적으로 연애나 데이트를 했음에도 사람들이 여자를 납치하는 납치범이라고 오인할정도니 그럴수밖에요!

    1. 안녕하세요 어여쁜 나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 잘 지내고 계시죠? 그런데 늙어 보이는 게 무슨 죄라고 임하룡 아저씨 본인도 힘들었겠지만 부인되시는 분도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네요 ㅜㅜ 이게 한국만의 현상일까요? 저부터라도 눈에 색안경 끼지 않고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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