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미카엘 하네케> 이브 몽마외르 감독

yvesmontmayeur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의 작업 방식에 대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 궁금해한다. 하네케는 극 중 인물의 처지를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관객의 감정을 얼어붙게 하는 재주(?)를 가진 감독이다. 속된 말로, 영화가 ‘쎄’다. 그래서 배우를 가축 취급하듯 심하게 몰아붙여 자신이 의도한 바를 100% 이뤄내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솟구친다. 그뿐인가, 아이의 악마성을 건드리는 영화의 촬영 현장에서 아역 배우들과는 어떻게 소통할지도 궁금하다. 조그만 심기를 건드리면 역정부터 내는 고약한 할아버지 같은 타입일까?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를 보면서 나처럼 선입견을 품었다면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꽤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다. 프랑스 출신의 이브 몽마외르 감독이 연출한 <감독 미카엘 하네케>에는 <베니의 비디오>(1992)부터 <아무르>(2012)까지,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현장이 꼼꼼히 담겨 있다. 장-루이 트린티냥, 줄리엣 비노쉬, 베아트리체 달, 이자벨 위페르 등 그와 작업한 배우들은 하나같이 감독으로나 인간적으로도 최고라고 입에 침이 튀도록 칭찬한다. <하얀 리본> 현장에서 촬영 막간 동안 아역 배우의 재롱에 할아버지 미소를 짓는 미카엘 하네케의 면모를 보고 있으면 배우들의 칭찬이 그저 말치레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브 몽마외르 감독은 프랑스 영화 잡지와 TV 프로그램에서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 다큐멘터리스트가 되었다. 아시아 영화문화에 특히 관심이 많아 <조니 토 총을 잡다>(2010) <야쿠자 에이가>(2008)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2007) <크리스토퍼 도일의 화양연화>(2006)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그의 작품들은 부산영화제와 부천영화제 등에서 소개되었지만, 국내에 정식으로 개봉하는 건 <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처음이다. 이브 몽마외르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인터뷰를 공개한다.

영화 속 이브 몽마외르 감독님께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님에게 <하얀 리본>(2009)에 대해 이렇게 물어보셨죠. “처음 역사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네케 감독님은 “별로 질문이 좋지 않다”고 타박을 줍니다. 제 질문도 별로 좋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웃음) 먼저 미카엘 하네케 감독님과의 인연을 소개해주세요. 두 분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특별하게 애정 하는 작품은 <피아니스트>(2001)입니다. 완벽한 작품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 작품은 완벽합니다. 제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을 처음으로 직접 만난 것은 1992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미카엘 하네케의 <베니의 비디오>를 미처 보지 못해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였어요. 프랑스 리네의 작은 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상영 소식을 듣고 곧장 리네로 향했습니다. 이 작품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 혼자 있던 하네케 감독을 발견했습니다. 운 좋게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안 그래도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베니의 비디오>에서 십 대 소년이 친구를 죽이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특별히 이 장면을 오프닝으로 배치한 이유가 있나요?
하네케 감독과 나의 인연을 이 작품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삽입했습니다.

<베니의 비디오>를 보고 난 후에 미카엘 하네케 감독에 대한 편견이 생기지 않던가요? 저는 그의 영화만 본 입장에서 다가가기 힘들 것 같은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는데요. 직접 만나보니 어떻던가요?
과격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 또한 과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람들은 대개 그와의 대화를 두려워합니다. 하네케 또한 그러한 점들을 즐기는 듯, 제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검정 양복에 매우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었어요.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후 파리에서 다시 만나 친분을 이어갔습니다.

하네케 감독님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나요?
지난 몇 년간 사적으로, 공적으로 미카엘 하네케와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로 인해 하네케 감독의 신뢰를 얻게 됐죠. 나는 하네케의 세계관이 그의 감독관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그런 하네케의 복합적인 면에 매료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나는 거의 모든 하네케 감독의 작품에 참여해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 어쩌면 당연하게도 하네케 감독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겼어요. 촬영현장에서 빛나는 그의 창조성을 그려보고 싶었고 또한 하네케의 작품 속에서 그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하네케 감독님께서는 자신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고 하자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조건이 있었습니다. 하네케 개인에 대한 것과 가족에 관한 것은 절대 금지였습니다.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어요. 나 또한 하네케 감독의 사생활에 관심이 없었거든요.

첫 장면에 배치한 <베니의 비디오> 이후에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아무르> <하얀 리본> <히든>(2005, <감독 미카엘 하네케>에는 <은신처>로 번역) <늑대의 시간>(2003) <피아니스트> 등 하네케 감독의 연출작을 시간 역순으로 훑어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금 <아무르>로 돌아오는 방식을 택하셨어요. 이와 같은 방식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이 작품을 만드는 동안 나는 ‘작은 하네케’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르>와 하네케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인 <7번째 대륙>(1989)은 서로 닮아있어요. 둘 다 극 중 캐릭터의 멸망을 그렸죠. 하지만 <7번째 대륙>은 주인공 자신들에 의하여, <아무르>는 질병에 의한 것이라는 게 다르죠. 무엇보다 <아무르>가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고 희망을 전한다는 점에서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형식을 떠올렸습니다. <아무르>와 <7번째 대륙>은 시작과 마지막으로써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고 본 거죠. 질문하신 것처럼 역순환의 방식을 통하여 하네케 감독 작품의 진화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에 삽입된 하네케 영화의 클립들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신 건가요?
특별한 기준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더 많은 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고 <감독 미카엘 하네케>의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클립을 찾았을 뿐입니다.

하네케 영화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장면도 많이 삽입되어 있어요. 감독님께서 <감독 미카엘 하네케>를 연출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찾아간 건 무슨 영화부터였나요?
1999년이었어요. <미지의 코드>라는 작품의 현장에서였죠.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한마디로 긴장감과 느긋함의 공존이었습니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에서 하네케 감독님은 자신의 연출론에 대해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과장 없는 장면을 만드는 데 신경을 쓴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합니다. <감독 미카엘 하네케>를 연출하는 데 있어 이브 몽마외르 감독님 역시 하네케 감독님의 연출론을 반영하셨는지 궁금한데요.
영화에서 어떻게 현실만을 고집할 수 있겠어요.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에 현실은 무너집니다. 다른 감독들도 그러하듯이 하네케 감독 역시 필름 프레임 속에서 진실은 무뎌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크업 (make up)으로 덧칠되어가기 마련인 작품 속에서도 그는 관객을 기만하기보다는 현실과 진실에 포커스를 맞추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관객들도 그의 작품 속에서 객관성을 가진 또 다른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관객은 수동적이어선 안되며 작품과 함께 적극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로 인하여 관객도 작품 속에서 또 다른 하나의 캐릭터로 동화되어 가며 그들만의 진실을 작품 속에서 발견합니다. 나 역시 이러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며 작품 속의 캐릭터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성향을 부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았고 작품 속에 나를 등장 시키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 인터뷰는 활용하지 않았고요. 이유는 단 하나! 객관성을 저하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미카엘 감독님은 인터뷰이로서 꽤 까다로운 거로 보이는데요.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이와의 사이를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나요?
하네케 감독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은 작품 속의 유머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의 유머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요. 그의 유머는 어쩌면 오스트리아 유머를 이해할 수 있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웃음)

미카엘 하네케 외에 또 다뤄보고 싶은 감독님이 있으신가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폴 버호벤(<로보캅>(1987) <토탈리콜>(1990) <원초적 본능>(1992) 등)을 다뤄보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누군가가 이미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촬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까지의 작품보다는 편안하게 작업했습니다. 영화, 만화, 음악, 춤 그리고 무예(Martial Arts) 등 아시안 팝 문화에서 여성들의 존재감을 살펴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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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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