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Enduring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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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영화 개봉명 <어톤먼트>)와 함께 이언 매큐언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런 사랑>은 도덕적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상황에 놓인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과학저술가 조 로즈. 돌풍이 부는 봄날의 날씨만 제외하면 남부러울 게 없다. 7년간 사귄 여자친구, 감정의 콩알만 한 균열도 찾기 힘든 완전한 사랑, 이를 더욱 빛내주는 피크닉까지. 작가는 백지 같은 완벽한 상태를 참을 수 없었나 보다. 꼭 검은 선을 그어 불안을 조성하고 끝끝내 검은 칠을 해놓는다. 상황은 이렇다. 행복에 겨운 조에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한 꼬마가 기구에 매달려 강풍에 휩싸였다. 조는 아이를 도와주러 달려간다. 네 명의 남자가 더 있다. 모두 기구에 매달린 줄을 잡고 버틴다. 하나가 줄을 놓는다. 조도 놓고 둘이 더 놓는다. 결국 한 사람만 줄에 매달려 공중으로 솟더니 결국 떨어져 죽고 만다. 혼란에 휩싸인 조. 이건 단순히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조가 50평생 지켜온 정신적 침몰을 의미한다. 죄책감은 기본이요, 7년간 지켜온 사랑이 파괴되고 삶 역시 의미가 없어진다. 여기에 낯선 남자와의 병적인 사랑까지 더하면. 산다는 건 무얼까. 죽음일까, 무(無)일까. 감정의 마지막 남은 골수까지 쪽 파먹는 작가의 기술. 이래서 이언 매큐언이 좋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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