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Moss)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현정(이하 ‘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오늘은 어떤 영화를 소개해주실 예정인가요?
허남웅(이하 ‘허’) 모 포털사이트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은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강우석 감독의 <이끼>(7월 14일 개봉)입니다.

어떤 작품인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한마디로 ‘논두렁스릴러’ 혹은 ‘밭두렁미스터리’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어느 한적한 농촌마을이 배경입니다. 외부인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이곳에 서울 청년이 홀로 오게 됩니다. 박해일이 연기한 류해국이라는 청년인데요,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온 건데 이장을 비롯해서 마을 사람들이 노골적으로 청년을 적대시해요. 하루라도 빨리 서울로 돌아갈 것을 강요하는 거죠.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청년은 반발심에 농촌마을에 머물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한 비밀을 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허남웅 칼럼리스트는 영화와 원작 웹툰을 모두 보셨나요?
예, 저는 영화를 먼저 본 후에 웹툰을 보았습니다.

그럼 원작 웹툰과 비교해 영화는 어떤 점에서 같고 어느 점에서 다른가요?
원작과 영화는 전체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이야기뿐만 아니라 웹툰에 나오는 배경, 시골 분위기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이장이 사는 집의 세트, 대사까지도 웹툰을 그대로 따르고 있거든요. 감독의 입장에서는, 원작이 훌륭한 만큼 이야기를 변형하는 모험을 하기보다는 원작 웹툰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더 흥행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영화 상영시간만 해도 무려 2시간 40분에 이르거든요.

굉장히 길군요?
상업영화치고는 엄청 길죠. 다만 긴 상영시간이 영화를 관람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우석 감독은 동명의 웹툰과 달리 영화 <이끼>에 많은 유머러스한 부분을 심어놓았습니다. 강우석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면 사건은 심각할지언정 이에 관여된 캐릭터들을 희화화해 영화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하거든요. 그럼으로써 원작 웹툰에서는 권력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고 은폐되는지, 정치적인 은유가 굉장히 강한 것에 반해 영화 <이끼>는 좀 더 이야기가 이해하기 쉽고 대중적으로 됐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할 만한 부분을 다루고 있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영화 <이끼>의 특징입니다. 

유명한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아요?
잘하면 본전, 못 만들면, 전문용어를 써서 죄송한데, 정말 ‘독박’ 뒤집어쓰기 마련인데요. 그래서 강우석 감독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 같은 작품을 만들었음에도 <이끼>가 가장 부담이 컸다고 하거든요. 특히 <이끼>는 영화화가 결정된 순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3,600만 네티즌들이 본 작품이다 보니 감독부터 배우 결정까지 이견이 많이 나왔죠.

구체적으로 어떤 이견들이었나요?
아무래도 <이끼>가 농촌마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다보니까 강우석 감독보다는 봉준호 감독이 낫다, 혹은 <이끼>가 죄의식과 구원을 다루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박찬욱 감독이 더 적합하지 않느냐는 이견도 있고요. 캐스팅 관련해서는 이장 역의 정재영은 원작 웹툰의 땅딸막하고 카리스마 있는 표정과 비교해 미스 캐스팅이 아니냐는 거였죠. 근데 <이끼>는 정재영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재영의 연기가 굉장히 뛰어나거든요. 특히나 70대 노인으로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도 그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거든요.

주인공 류해국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에 대한 논란은 없었나보죠?
박해일 역에 대해서는 적역 캐스팅이라는 반응이 절대적이에요. 실제로 원작의 윤태호 작가는 박해일을 생각하면서 류해국 캐릭터를 잡았다고 해요. 박해일이 출연했던 <연애의 목적>에 헐렁한 양복을 입고 나오는 게 좋았다고 하거든요. 뭔가에 집중하는 사람은 겉모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많이 응용했다고 합니다.

영화 개봉 전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었는데 영화 개봉 후에는 어떤가요?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편이지만 호불호가 나뉘는 분위기입니다. 원작을 접하지 못한 관객은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꽤 즐겼다는 반응이고요. 원작 웹툰을 접한 관객들은 다소 실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영화와 웹툰은 엄연히 다른 매체인 만큼 영화적인 무엇을 기대했는데 그저 웹툰을 영화로 재현한 것에 다름없다고 말이죠.

허남웅씨는 어떠신가요?
전 영화와 웹툰 모두 흥미 있게 본 드문 사롄데요. 한편으론 인기 원작을 영화화한다는 게 안전한 선택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검증된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원작의 팬도, 원작을 모르는 팬도 모두에게 관심 받기 쉽잖아요. 다만 그 점이 영화를 안전 지향적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새로운 시도보다 익숙한 것의 반복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끼>의 안전 지향적인 연출에 불만이 있으시군요?
개인적으로 영화는 재현이 아니라 표현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관점에서 <이끼>는 재현의 예술이었습니다. 이야기의 몰입도가 있었지만 영화는 웹툰을 재현하는데 그쳤지 표현하지는 못했거든요. 원작 웹툰을 영화를 위한 참고자료로 삼은 것이 아니라 주재료로, 심지어 소품 하나까지도 원작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거든요. <이끼>의 상영시간이 길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원작 웹툰은 80회가 넘거든요,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럼 <이끼>는 원작을 접하지 않은 팬들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겠군요?
그렇기도 하지만 원작을 본 팬들도 이 영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상당합니다. 이미 본 관객의 반응에 상관없이 내가 재미있게 봤던 웹툰이 어떻게 영화화가 됐을까 보고 싶은 마음도 같거든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보니까 제가 굉장히 회색분자 같은 느낌이 드네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화하기도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영화를 소개하는 일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 소식 감사합니다.


세상을 여는 아침 최현정입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MBC FM4U(6:00~7:00)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