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수’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평범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하 ‘<월터>’)는 벤 스틸러가 주연에 더해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코믹한 이미지의 벤 스틸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는 꽤 훌륭한 연출자(<청춘스케치>(1994) <케이블 가이>(1996) <트로픽 썬더>(2008) 등)이면서 작품 안에는 코미디로만 설명할 수 없는 진한 인생의 페이소스가 담겨 있었다. 요컨대, 벤 스틸러가 나이를 먹을 수록 그에 맞춰 영화의 내용 역시 성숙해왔다.
그러고 보면 <월터>에서 벤 스틸러가 연기한 월터는 꽤 나이 든 외양으로 등장한다. 머리에는 새치가 가득하고 표정은 피곤해 보이는데, 안 그래도 사진 편집기사로 근무하던 ‘라이프’지의 폐간이 결정되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간다. 다만 눈앞에 닥친 마지막 호 커버 사진을 인화해야 하지만 필름을 찾을 길이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사진 기자를 찾아가는 일. 그를 계기로 월터는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종종 삶의 무력감에 빠진 인물이 다시금 활력을 얻을 때 활용되곤 하는 테마다. <월터>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좀 다른 건 여기에 사진의 속성을 접목시켜 도출해내는 삶의 의미다. 사진은 삶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지만 좁은 렌즈로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에 세상을 전부 담아내지는 못한다. 벤 스틸러 ‘감독’은 사진에 찍히는 기록으로써의 삶도 의미 있지만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더 뜻 깊은 일이라고 말한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산을 찾는 게 아니라 정상이 눈앞에 있어 그냥 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을 깊이 이해해야 웃음을 만들 수 있듯 벤 스틸러는 인생의 정수를 <월터>에 담아낸다.
맥스무비
(201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