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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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에 이은 탈북자 삼부작으로 명명된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성이 탈북자로 집약되면서 새로운 캐릭터로 조망 받게 된 점이 가장 크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관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는 인기 많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김수현, 최승현(a.k.a. T.O.P), 그리고 공유라는 소위 ‘꽃미남’ 스타가 공통적으로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탈북자 삼부작이라는 표현에는 어느 정도 비아냥거림이 묻어있기도 하다. <용의자> 이전 개봉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동창생>의 탈북자라는 ‘팩트’를 김수현, 최승현이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외모의 소유자가 연기하다보니 이야기가 단순히 ‘판타지’로 흘렀다는 것이다. 그러니 안 봐도 비디오, <용의자>도 그와 같은 황당한 전개를 보여줄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탈북자 삼부작의 명명 속에 담겨 있다.

그런데 공유를 김수현, 최승현과 함께 꽃미남 배우 부류로 함께 묶는 건 좀 부당하다. 공유의 잘 생긴 외모에 딴죽을 걸 생각은 아니지만 1979년생인 그를 꽃미남이라고 칭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인다. 그와 같은 고민에서 공유는 <용의자>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고민이 있었어요.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있었잖아요. 그렇지만 소재보다 캐릭터를 먼저 봤기 때문에 북한 소재에 대한 큰 고민은 안 했어요.”

공유가 <용의자>에서 맡은 역할은 전직 북한의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지배 체제가 바뀌면서 반역자로 몰리고 가족까지 잃으면서 남한으로 망명한다. 남한에서 대리운전으로 연명하는 이유는 자신의 아내와 딸을 죽인 전 동료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서다. 아무런 소득도 없어 지쳐가던 차, 자신을 돌봐주던 탈북자 출신의 대기업 회장(송재호)이 그에게 전 동료의 행적이 적힌 쪽지를 전달한다. 이를 받고 돌아가던 중 이상한 낌새를 느껴 다시 회장님을 찾아가지만 이미 살해된 상태다. 급기야 지동철은 사건 ‘용의자’로 몰려 도망자 신세가 된다.    

확실히 <용의자>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과는 다른 식의 전개 양상을 보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이 여성 관객이 가진 모성애를 자극하는 쪽으로 김수현과 최승현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면 <용의자>는 처음부터 액션으로 몰아붙이며 공유의 남성적인 매력에 카메라를 정조준 한다. 전 동료를 쫓아 가족의 복수를 감행하려는 지동철 본인이 거꾸로 국정원과 기무사에 쫓기는 몸이 된 가운데 영화는 137분의 상영 시간 내내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영화를 끌고 간다. 그 와중에 도심에서의 카체이싱을 비롯하여 격렬한 액션씬이 반복되니, 액션 연기를 펼치는 동안 공유는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격술을 하다 보니 손으로 겨루는 상황이 많았어요. 시스테마와 절권도가 합쳐진 무술인데 러시아 무술인 시스테마에 더 가까워요.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체육관에 가서 훈련을 받았어요. 영화에 액션이 워낙 많고 다양하다 보니까 기초적인 동작부터 하나둘씩 몸에 익힌 다음 쫙 이어서 전부 익히고 반복 연습하는 거죠.” 공유에게는 <용의자>가 특별한 경험일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이런 식의 액션 연기를 펼쳐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선이 굵은 남성적인 영화보다는 <도가니>(2011)처럼 현실이 밑바탕 된 사회비판물이거나 <김종욱 찾기>(2010)처럼 소소한 사랑 이야기를 선호해왔다.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고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동네 가옥의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도심 도로에서 차들과 부딪혀 가며 레이싱을 펼치는 <용의자>는 공유에게는 처음인 경험, 그의 연기 인생을 통틀어 최고의 변신인 셈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용의자>를 보고 있으면 공유가 지동철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스크린 밖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그런데 그것이 언뜻언뜻 진짜처럼 보이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지동철이라는 캐릭터가 온전히 공유의 것이라는 인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용의자>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등 <본> 시리즈의 버림받은 전직 비밀 요원이라는 설정과 실제에 가까운 액션 콘셉트를 그대로 따르는 까닭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건 아니지만 서울 도심의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자동차가 거의 박살날 정도의 추격전을 그대로 답습하며 <본> 시리즈 특유의 흔들리는 화면과 갑작스런 카메라 줌 인 같은 촬영 기법을 가져온다.

그러니까, 공유는 <용의자>의 맷 데이먼이다. 다른 게 있다면, 맷 데이먼은 <본> 시리즈의 출연 전 지적인 배우로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리고 이전 액션물들이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너거 같은 하드바디를 앞세웠다면 <본> 시리즈는 맷 데이먼을 캐스팅, 자연스레 머리를 쓰는 인간 병기라는 새로운 액션 스타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맷 데이먼에게 변신이라기보다 캐릭터의 확장이었다. 하지만 공유는 <용의자>를 통해 댄디한 이미지에서 상남자로의 360도 변신을 꾀하였다. 기존의 공유를 알고 있던 팬들에게는 갑작스럽고 난데없는 변화다.

그 변화가 썩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늘 새로운 모습을 강요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변신은 미덕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이왕의 변신이었다면 공유가 아니면 안 될 캐릭터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과연 <용의자> 이후 공유의 행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난 오히려 이 배우의 다음 작품이 더 궁금해진다. 그래야만 공유가 지향하는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 본문 중 인용구는 맥스무비 2013년 12월호 <용의자> 공유 인터뷰에서 가져왔습니다.)

시사저널
NO. 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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