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치맨> 잭 스나이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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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왓치맨>의 연출을 맡게 됐나?

이 작품은 20년 전부터 영화화가 시도됐지만 결국 오늘에야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다. 많은 유명 감독들이 기획에 참여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나는 <왓치맨>의 열혈 팬(Fan Boy)이었던 터라 워너브러더스의 제안을 받고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던 한편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을 꿈꿨다면 당연히 <왓치맨>의 영화화를 생각해봤을 텐데?
작품 자체로 즐겼다. 그럼에도 연출 제의가 들어왔을 때 흔쾌히 승낙한 건 처음에 스튜디오가 보여줬던 각본이 원작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거절하면 다른 누군가가 왜곡돼 있는 각본을 그대로 영화화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는 내가 <왓치맨>을 좀 더 상업적인 작품으로 끌고 가길 바랐던 것 같다.

<왓치맨>을 처음 봤던 때가 기억나나?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판타지물 <헤비메탈>을 성인물인지 모르고 정기구독을 했다. 내 나이 12살 적 일인데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는 작품이다 보니 이후에 보게 된 작품들은 시시했다.(웃음) 1986년 두 편의 그래픽 노블이 연재되기 시작했는데 <왓치맨>과 <다크나이트 리턴즈>였다. 그때부터 다시 코믹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전작인 <300>은 프랭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었다. 특별히 그래픽 노블의 영화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나?
억지로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하겠다고 목표를 세운 건 아니다. 이런 소재들이 할리우드에 채택되면서 자연스럽게 내게 연출 의뢰가 들어왔고 운 좋게 트렌드로 형성됐다. 내가 추구하는 미적인 부분과 상당 부분 부합하는 면도 있고.

원작에 굉장히 충실하다. 그래픽 노블의 특정 컷을 그대로 재현한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원작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렇다. <300>에서도 그랬지만 관객들에게 그래픽 노블을 읽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이미지를 원작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 개인적 취향이다. 만약 소설이 원작이었다면 원문에 가장 충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 같다.

애초부터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원칙이었나?
다니엘 크레이그,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등과 같은 배우들과도 접촉했다. 이런 대형 스타들은 투자한 것만큼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긴 하지만 비용이 너무 높다. 게다가 <왓치맨>은 한 명의 스타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작품이다. 만약에 톰 크루즈를 섭외한다면 다른 역할에도 그에 상응하는 스타를 데려와야 한다. <왓치맨>은 대형 서사시와 같은 작품이라 캐릭터를 감안해 능력 위주로 캐스팅해야 했다.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캐릭터가 워낙 중요한 작품인 만큼 배우들에게 특별히 요구한 것이 있을 법하다.
그렇다. 만약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정독을 해서라도 캐릭터를 철저하게 익혀야 한다고 했다. 모든 배우들이 책을 꼼꼼하게 읽었고 캐릭터 연구를 잘 해서 나중에는 내가 반영하려는 뉘앙스를 스스로 창조해내기도 했다. 가령, 나이트 아울Ⅱ는 원작에선 과체중으로 등장하는데 실제 배우는 굉장히 날씬하다. 스스로가 배가 나오게끔 노력을 했고, 옷을 모두 벗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배가 접혀 보이게 시도도 했다. 스튜디오에서는 배우가 살찐 모습을 싫어하지만 내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왓치맨>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로어셰크다. 굉장한 흑백논리로 무장해 타협을 모르는 인물이다. 그런 고집이 맘에 든다. 닥터 맨해튼은 그 다음으로 좋아한다. 초인적인 존재인데 사람을 향하는 마음은 있지만 잘 이해는 못 하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닥터 맨해튼은 시공을 초월한 슈퍼히어로다. 실사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겠다.
소니 이미지 웍스(Sony Image Works)의 도움이 컸다. 닥터 맨해튼은 헐크와 달리 활동성이 큰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손만 들면 물건들이 파괴되는 초인적 존재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행동이 아니라 표정의 변화만으로 표현을 해야 됐다. 닥터 맨해튼을 연기한 빌리 크루덥의 미묘한 표정 변화를 CG로 담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단순히 뛰어다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앨런 무어는 영화화 작업에 회의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앨런 무어가 이 영화에 개입했는지 궁금하다.
내가 <왓치맨> 작업을 시작했을 때 앨런 무어는 이미 어떠한 형태로든 영화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반면 삽화를 담당한 데이브 기븐스는 내 작업에 적극 지지해줬고 미술 디자인 작업에 큰 도움을 줬다.

코미디언이 빌딩 밖으로 떨어지는 티저 포스터를 보면 건너편 빌딩 창문 위로 영화 문구가 삽입돼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의 타이틀 시퀀스를 연상시킨다.
아니다. 책에서 그대로 가져온 거다. 하지만 당신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앨런 무어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거기서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영화 속에는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나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테리 길리엄의 <여인의 음모>와 같은 작품들이 인용됐다.

테리 길리엄도 <왓치맨> 연출에 관심을 보였던 감독이다. 하지만 각색 과정 중 포기했다. 당신은 어떤 원칙을 가지고 각색을 했나?
영화의 테마와 맞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집중적으로 생각하며 책을 봤다. 이야기뿐 아니라 주제와 동반된 분위기나 캐릭터의 태도, 관점을 보여주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예의주시했다. 사실 이야기는 추리고 추리면 간단해진다. 그래서 이야기가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나머지 요소들은 다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는 캐릭터와 관련된 내용을 우선적으로 빼기를 원한다. 하지만 <왓치맨>은 슈퍼히어로물인 만큼 나는 오히려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당신의 해석이나 관점을 담은 장면은 없나?
워낙 어마어마한 책이다 보니 결말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 변화를 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충실하려 했던 건 앨런 무어가 창조한 <왓치맨>만의 독창성이었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요소를 해체하면서 도덕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식과 그를 이루는 요소들을 모두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왓치맨>은 누아르에 가까울 정도로 어두운 이야기다. 영화의 정서가 성인 취향이다. 하지만 <왓치맨>은 대중적인 부분 역시 최대한 살리지 않았나. 성인과 대중 취향 사이에서 영화의 등급을 맞추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할리우드에서 <왓치맨>은 <300>처럼 R(17세 미만 관람 불가)등급을 받았다. 섹스도 있고 폭력도 있고 게다가 수백만 명이 학살당하는 장면도 나오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스튜디오에서는 처음에 <트랜스포머>처럼 PG-13(13세 이하 부모 동반)등급을 노려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섹스와 폭력이 많이 나오더라도 진솔하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원작에 충실한 <왓치맨>을 더 재미 있게 보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달라.
많은 관객들이 원작의 분위기에 목말라하고 있으니까. 그 전에 <왓치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팬들이라면 원작 그래픽 노블을 먼저 봤으면 좋겠다. 그래픽 노블을 영화화한 슈퍼히어로물이 이전과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영화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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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 414호
(20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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