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 13>(Ocean’s Thirteen)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스타파워에만 기댄 채 유럽 곳곳의 유려한 풍광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오션스 트웰브>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오션스 일레븐>의 성공은 화려한 기술로 무장한 우리의 주인공들이 카지노 금고를 터는 과정과 그 속에서 소비되는 스타들의 쿨한 이미지가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를 상기한다면 <오션스 트웰브>의 실패는 더욱 명백해진다.

<오션스 13>은 <오션스 트웰브>가 실패한 지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화려한 출연진은 유지한 채 1탄의 무대였던 라스베가스로 돌아와 2탄에서 소홀하게 다뤘던 오션스 일당의 범행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포커 판의 세계를 사실적이면서 흥미롭게 묘사했던 <라운더스>(1998)의 콤비 작가 브라이언 코플만과 데이비드 레비엔을 영입한 건 그런 <오션스 13>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결정적인 대목이다. 다시 말해, <오션스 13>은 <오션스 일레븐>이 다뤘던 세계로 유턴한다. 심각함이나 긴장감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공작새처럼 화려한 세계로. 즉, 하룻밤 사이 일확천금을 얻을 수도, 쫄딱 망해 깡통을 찰 수도 있는 라스베가스의 즉흥성이야말로 <오션스> 시리즈의 존재 이유이자 관객에게 강력하게 어필했던 요소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 <트래픽>(2000)으로 명성을 얻은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런 <오션스 13>를 쉬어가는 작업으로 만들진 않았다. “전편보다 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조지 클루니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는 “<트래픽>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세 번째 시리즈인 만큼 오션스 일당에게 ‘무려’ 3개의 임무를 부여했다. 그뿐인가, 열세 번째 멤버로 놀랍게도 알 파치노를 영입하는 등 규모에 걸맞은 영화를 위해 무척이나 공을 들였다. 특히 “영화 속에서 13명 캐릭터 모두를 구현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는 스티븐 소더버그는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비슷한 장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 대신 장면의 구성을 짧게 해 13명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일일이 살려냈고 장면 전환을 빠르게 가져가 리듬감을 강조함으로써 범행과정의 치밀함과 복잡함을 꾀했다.

감독인 스티븐 소더버그는 “<오션스 13>은 코미디”라고 규정한다. 일례로, ‘오션스’ 시리즈는 ‘복수’로부터 출발한다. <오션스 일레븐>에서 대니가 자신의 범행계획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건 카지노 거물 테리에게 전 부인 테스(줄리아 로버츠)를 빼앗긴 반발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오션스 13>은 또 어떤가. 카지노 대부 윌리 뱅크의 카지노를 파산시키려는 건 그에게 사기를 당한 오션스 멤버 루벤의 굴욕을 되갚아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오션스 13>은 복수 그 자체나 복수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하는 데만 관심을 집중하진 않는다. 사소한 복수의 이유는 거대한 핑계일 뿐, 이미 성공이 예정된 불가능한 임무를 어떻게 능수능란한 기술로, 얼마나 화려하게 묘사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어나가는 헐거운 서스펜스는 스타들의 넉살 좋은 연기와 톡톡 쏘는 대사로 채워진다. 알 파치노가 일종의 악역에 캐스팅된 사실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오션스 일당에게 멋지게 한 방 먹는다고는 하지만 그는 패배감에 고개 숙이거나 좀체 흥분하지 않는다. 다만 태연할 뿐. 이런 태도야말로 <오션스> 시리즈가 배우의 쿨한 이미지를 활용해 결국엔 관객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오션스 13>은 13인조로 구성된 보이 그룹의 댄스곡에 맞춰 현란하게 편집된 최신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보는 순간 만족감은 극에 달하지만 끝난 이후엔 어쩐지 무엇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영화. 그러나 이는 <오션스 13>의 단점이 아니다. 서로 마음 맞는 스타와 연출진끼리 부담 없이 놀아보자고, 이왕 노는 김에 관객과 함께 즐겨보자는 취지를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특성상 시리즈의 시효가 길지 않다는 점. 다행히도 <오션스 13>은 초심으로 돌아가 <오션스 트웰브>에서 드러났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성공도 <오션스 일레븐> 때의 신선함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스티븐 소더버그는 2006년 에든버러국제영화제에 참석해서 <오션스 13>이 시리즈의 마지막이 될 것임을 밝혔다.







필름2.0 339호
(2007.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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