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후>(28 Days Later)


<쉘로우 그레이브>, <트레인스포팅>, <비치> 등 환경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를 모색하며 파괴되어 가는지를 실험용 쥐새끼 관찰하는 거 마냥 집요하게 탐구해왔던 대니 보일.

그가 이번엔 분노바이러스 유출 28일 후, 영국에 떨렁 떨궈진 우리의 쥔공덜이 어케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덜의 공격에 자신을 보호하고 이 난관을 극복해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당 영화가 관객에게 제공하는 볼거리 중 하나는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남겨진 쥔공 짐(실리언 머피 분)이 잉간 하나 찾아 볼 수 없는 그 큰 런던거리를 바라보며 “머여, 씨바… 여기가 정말 사람살던 런던인겨”라는 벙깐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는 장면이다.

사막 위의 코딱지라는 구도를 적극 활용하여 황량함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이 장면은 복잡한 런던 거리를 직접 통제하여 찍었다는데 정말이지 그 쓸쓸한 기운이 주는 위압감에 괜히 나까정 기분이 묘해질 정도로 명장면이라 하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당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새로운 개념으로 무장한 좀비덜이다. 기존의 좀비가 밀가루 반죽 뒤집어 쓴 표정을 한 채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던 것에 반해 당 영화 속 좀비는 시뻘건 눈깔을 부라리며 씨바, 칼 루이스나 모리스 그린 같은 총알 스피드로 막 뛰어댕긴다. 생각해바라. 얘네덜이 뒤에서 쫓아 온다구… 흐미 살 떨려라, 헬로우~

그렇다고 당 영화가 이렇게 지랄발광거리는 좀비를 가지고 단순히 관객의 등골이나 오싹하게 만들려는 얕은 수의 공포를 선보이는 건 아니다.

‘분노’바이러스라는 설정과 맨 처음 각 국의 격렬한 시위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먼가 심상치 않아 보이듯 당 영화는 좀비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며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인간들의 분노라고 얘기한다.

해서 당 영화는 뒤로 갈수록 ‘인간 vs 좀비’의 대결보다 ‘인간 vs 인간’의 갈등에 더 치중하는데 쥬니어 좀비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하던 짐이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분노의 화신이 되어 인간을 잔인하게 난도 하는 모습을 보면 악! 소리나오는 공포물을 본다기보단 차라리 묵직한 인간심리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나중에 잉간과 좀비가 한데 뒤엉킬 땐 누가 잉간이고 좀빈지 분간하기 힘들다니까…

그래서 당 영화의 후반부는 머리뎅강피철푸덕거리는 초반과 달리 별루 무섭지 않음이다. 공포를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정 느끼고 싶었던 자덜에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매우 지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아쉽게도 당 영화의 결말은 너무 서둘러서 끝내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뜬금없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주최측에서는 국내 최초로 해피엔딩과 안해피엔딩 두 가지 결말을 동시에 보여주며 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사실 그렇게 크게 특별난 건 아니다. 본 특위 개인적으로는 안해피엔딩쪽이 당 영화가 보여준 암울함에 더 어울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이점이 당 영화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건 아니다. 지금처럼 개봉하는 영화만 딥따 많았지 별로 볼 거 없는 마당에 <28일 후…>는 일부러 시간 내서 돈주고 관람해도 될 만큼 괜찮은 영화니까.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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