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이발사>(The President’s Barber)


제목과 포스터만으로는 그 정체를 눈치 까기 힘든 당 영화 <효자동 이발사>로 말할 것 같으면, 4.19 혁명, 5.16 쿠데타, 10.26 대통령 살해사건 등 격동의 시기인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정치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린 한 아버지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부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역사를 동화로 구성한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 비극적인 역사 속에 피어나는 부성애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라 할 만한 당 영화. 좀 더 보충설명을 하자면,

효자동 소재 청와대 앞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던 깍새 성한모(송강호 분)가 우연한 기회에 청와대 전속 이발사로 재직하던 중 ‘마루구스’라는 설사병이 창궐하는데 이것이 무장공비에 의해 퍼진 전염병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이 병에 걸린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마루구스의 공포는 한모의 집안에까지 그 위력을 떨치는데…

물론 당 영화 속 마루구스 병은 실제로 존재하는 병도 아니거니와 무장공비가 퍼뜨린 전염병도 아니다. 다만 당 영화는 이와 같은 허황된 설정을 통해 정형그니나 김용개비가 잘 써 먹는 수구꼴통식의 트집을 잡아 성한모와 같은 소시민을 탄압했던 당시를 풍자하고 있음이다.

이처럼 당 영화는 부조리했던 시대를 직접적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이 아닌 효자동 이발사라는 허구의 인물과 허구의 설정에 빗대 현대사의 그늘을 들춰내는 우화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역사를 이렇게 다루는 영화는 울나라에서 거의 처음 있는 시도인지라 꽤 참신해 보이는데 그래서 당 영화는 무거운 역사를 다루고 있음에도 그 속에서 소시민적 웃음과 부성애의 감동을 통해 관객에게 쉽게 접근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살벌했던 시대의 공기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비유띄 벗뜨! 영화 속 특정인물, 특정 역사와 관련된 인사가 지금에 실재한 까닭인지 우화의 비중이 커지는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당 영화의 이야기는 해당 역사 속에 똥꼬 깊쑤키 개입한다기보다는 그저 재현 수준에서 조심스럽게 피해 가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시대는 잘 포착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보여주는 우화는 그닥 힘있지 못하다는 얘기.

일례로, 한모의 아들 낙안(이재응 분)이 전기고문을 당하는 장면에 이르면 당 영화는 피와 비명으로 점철된 역사의 부조리함을 묘사하는 것이 아닌 몸속에 흐르는 전기로 오색빛깔의 전구를 켜는 낭만적인 판타지로 업종전환을 감행한다. 우화로써 역사를 말하는 당 영화에 있어 이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닌데 문제는 환상성이 너무 강해 이 지점에서부터 현실과 우화간의 균형이 깨져 지루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별 감흥없는 낙안의 판타지처럼 후반부를 장식하는 성씨 부자의 감동 에피소드는 감독이 의도한 만큼 관객의 정서를 깊이 파고들지 못해 멕이 빠지며, 위와 같은 애매한 모습으로 인해 풍자의 칼날은 그리 날카롭지 못하니 당 영화의 우화가 관객에게 미치는 힘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그 결과, 신인감독의 입봉작치고는 무난한 만듦새를 보이고 있고 또한 쥔공 한모의 희노애락을 담아내고 있는 송강호의 연기는 관객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가 임펙트를 발하고 있지 못하는 바,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뮝기적에 봉한다. 끝.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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