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Hwang San Bul)


당해 영화 <황산벌>은 신라, 고구려, 백제 핏줄만 같았지 사이라고는 개뿔도 안 좋은 이 삼국이 한 곳에 모여 지네 사투리로 마구 썰을 풀어대면 과연 어떤 커뮤니케이숑이 이루어질지 그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 작품이다.

그래서 당 영화는 중국의 당을 등에 업고 한반도를 꿀꺽하려는 신라와 이들 나당연합의 보급로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 뻐팅기는 백제, 요 두 나라간의 황산벌 싸움을 배경으로 전라도 사투리와 갱상도 사투리를 충돌시키면서 발생하는 개그에 주력하기 시작한다. “아따 씨벌 와이리 듭노?”이러면 “겁나게 덥구마잉~” 이런 거.

그 중에서도 스피킹의 백미는 재래식 특수용어, 즉 욕설이라고 신라 정예 욕부대의 “조까조까”를 행위예술로 형상화한 절도 있는 동작에 맞춰 백제의 벌교 출신 욕쟁이 3인방이 “니 똥구멍에서 내장을 히껍 뽑아 선지국에 푹 담궈 우짜고저짜고 씨벌씨벌”거리는 대목은 근래 나온 코미디 영화를 통해 가장 우끼고 자빠라진 개그가 아니었다 싶다.

그렇다고 해서 당 영화가 우직한 돌쇠마냥 사툴 스피킹 하나만을 내세운 개그로 뽕을 뽑을 때까정 일관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당 영화는 강대국의 입김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좌지보지되는 현재의 국제 정세와 완전 흡사한 660년 당시의 전황에 착안하여 극중 김유신(정진영 분)의 대사를 빌자면 “전쟁은 미친넘들 짓인기야!”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첨에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계백(박중훈 분)이가 지 마눌과 자식내미덜 죽이고 전쟁터로 나가는 장면이 낭중에 다시 한 번 등장하는데 “호랭이는 죽어서 꺼죽을 냄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겨불재!’라는 계백의 말에 그 부인이 “호랭이는 그 꺼죽땜시롱 죽고 사람은 이름 땜에 죽는거시여라~”라고 자식새끼를 부여 앉고 목놓아 부르짖는 장면에 이르면 당 영화가 <황산벌>을 통해 말하려는 바는 자명해진다.

이처럼 당 영화는 엄밀히 말해서 코미디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우끼리라고만 생각했던 당 영화가 예상과 달리 묵직한 주제를 갖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반엔 우낌, 중반엔 감동 전략을 구사하는 당 영화가 중반까정 줄기차게 구사하는 사투리 개그, 이거 별루 안 우낀다.

그럼 왜 안 우끼느냐, 개그의 호흡을 전혀 못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당 영화가 주로 구사하는 개그는 편지를 국어책처럼 또박또박 읽는다든지,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을 “신~라 만세 짝짝짝 짝짝”으로 바꾸어 외치는 등 1회용 단순개그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요런 개그가 나올 때마다 한번에 딱 끊어주는 게 아니라 매번 길게 끌구 간다고 생각을 해바라… 흐미~

특히 이와 같은 안쓰런 경향은 당 영화의 중요한 뼈다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거시기’를 신라군이 해독하는 장면에서 뚜렷이 드러나는데 이미 관객이 그 의미를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지네들끼리 이게 몬 말입네 줄창 머리 쥐뜯고 있음 보는 관객 지루해서 워쩌라고…

그래서 본 특위는 이런 안 우낀 개그덜은 과감하게 싹둥 잘라 버리고 차라리 전쟁의 무해함 이 쪽으로 더 전념했으면 후반부 감동의 약빨도 더 살고 전반부와 후반부 사이의 어색한 이음새도 깔끔하게 연결되지 않았을까 아쉬워 해보지만 이미 엎어진 거 우짜겠는가.

그런 전차로 초반엔 상당히 거시기하게 출발함에도 불구하고 중반이후 상당히 선전하여 머시기한 결말을 보여줬지만서리 결국 전체적으로 상당히 거시기한 영화가 돼 버린 까닭에 당 영화 <황산벌>을 뮝기적에 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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