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당해 영화 <아이덴티티>의 줄거리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비가 억수로 내려 도로도 끊기고 전화도 끊겨 고립된 여관. 이곳에 뭔가 사연을 품고 있는 일군의 손님덜이 모여든다. 전직 짜바리 출신 에드(존 큐삭 분)와 죄수 호송 중인 현직 짜발 로즈(레이 리오타 분), 그리고 지면관계상 생략할 수밖에 없는 기타 등등 잉간덜. 그런데 그 날 밤 하나하나 죽어나가기 시작하니…
그래서 관객은 사람이 계속 디져나가고 사연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살인범을 나름대로 꿍쳐둘테고, 이와는 반대로 범인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도록 끝까정 관객을 속여먹는 것이 당 영화가 맡은 바 임무다.
마치 한정된 공간의 살인사건이라는 전형적인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처럼 진행되는 당 영화는… 맞다. <아이덴티티>는 그녀의 작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적극 끌어들여 새롭게 변형한 영화다. 니거 섬은 고립된 여관으로, 인디언 인형은 여관 열쇠로, ‘열 꼬마 검둥이’ 시(poet)는 ‘내가 계단에 올라갔을 때 그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시로.
그런데 당 영화는 단순히 애거서의 소설만 써먹는 게 아니라 여기에 히치콕의 걸작 <사이코>의 배경과 결정적인 또 한가지를 혼합하여 이야기를 오리무중하게 끌고 갈 뿐 아니라 끝까정 범인의 정체를 아리까리하게 만듦으로써 똥꼬박진스런 서스펜스스릴러의 전형을 보여줌이다.
이렇게 <아이덴티티>는 뭔가 새로운 꺼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재료덜을 충분히 재활용하여 더욱 창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스릴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객을 헷갈리게 하는 조명과 앵글, 음악 그리고 편집 등의 장치를 모범답안 베낀 것 마냥 알맞게 써서 머리싸움을 벌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속임수가 시원치 않냐 하면 그것도 아님이다. 특히 당 영화는 시공을 초월하며 관객을 속이는 까닭에 편집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게 여간 잘된 게 아니다. 얼마냐 잘 됐냐 하면.. 아주 잘됐다.
이리하야 당 영화는 이야기 끄트머리에 니덜을 놀래킬 결정적인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식스센스>나 <유줠 서스펙트>처럼 한방을 통해 한번에 교통정리 해주는 그런 카인드성 반전이 아니다. 대신 <아이덴티티>는 살인자가 밝혀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단서를 요기조기 구석구석 흩뿌려놓는 까닭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 살인자에 대해 더 추리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주면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니까 당 영화가 노리는 건 살인자의 정체를 끝까정 숨기는 거지 상황자체를 뒤집어 버리는데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다. 해서 당 영화가 반전이라고 내세우는 부분의 충격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당 영화를 보러 가는데 있어 독자 제위덜께서는 반전의 강도를 확인하는데 뽀인트를 맞추지 말라는 얘기다.
게다가 당 영화의 이야기는 앞썰했듯 애거서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거의 그대로 옮겨온 까닭에 이 작품을 이미 읽은 독자라면 살인과정을 모두 예상할 수가 있어 영화의 중반은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그런 전차로 본 특위는 당 영화를 베스트 주녀에 봉한다.

오오~존 쿠삭 주금이었어~한동안 강추하고 다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