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한 장풍대작전>(Arahan Jangpung Daejakjeon)


<피도 눈물도 없이>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메이저 입성 두 번째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이 우리 곁에 찾아왔다.

이름하여 도시무협액션이라고 붙여진 당 영화, 평범한 짭새였던 상환(류승범 분)이 자운(안성기 분) 이하 七仙도인들의 수련을 받고 ‘마라치’가 되어 ‘아라치’ 의진(윤소이 분)과 합체, 나쁜넘 흑운(정두홍 분)을 물리친다는 내용이다.

당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명에서 드러나듯 축구와 쿵후를 결합한 <소림축구>처럼  2004년 서울이라는 현대 배경 속에 무협을 접목하여 만화책 속에서나 가능한 황당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 영화 속 주인공들은 고층빌딩을 강호 삼아 공중부양을 하고 경공술을 뽐내며 장풍을 쏘아대는 등 도시무협을 펼치는데 아뿔싸! 이와 같은 현대와 무협이라는 짬뽕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는 형세다.

왜일까? 두 요소사이의 이질적인 간극을 메꾸어 줄 수 있는 류승완 감독의 장기인 ‘지 멋대로 스피릿’이 당 영화에서 부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류승완 영화의 백미는 기존의 영화 재료를 자양분 삼아 그것을 단순히 흉내내는 것이 아닌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가운데 지 멋대로 자기화 시켜 쌈마이화 한 점에 있다.

그런데 <아라한-장풍대작전>에는, 우리 눈에 익숙한 짱깨영화를 호러, 다큐멘터리 등 장르 뒤섞기 속에 버무려넣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새로운 형식미도, 오로지 6~70년대 국산 액숀영화들을 재료 삼아 <킬빌>보다 먼저 컴플레이션 영화를 만들었던 <다찌마와리>에서의 기깔난 상상력도 없다.

대신 ‘지 멋대로 스피릿’이 들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소림축구>에서 이미 써먹은 아이디어와 <매트릭스>의 전매특허인 촬영기술, 그리고 <반지의 제왕>에서의 절대반지 사수하기류의 이야기 등 따라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당 영화, 한가닥했던 왕년의 액숀배우를 등장시켜 6~70년대 액숀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고, 류승완 영화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똥꼬박진한 액숀을 시원스레 구사하고는 있지만 그 뿐, 이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류승완만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는 등의 ‘지 멋대로 스피릿’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는지 온데간데없다.  

그나마 류승범의 코믹연기가 당 영화를 재미없음의 나락에서 간신히 건져내고는 있지만 앞썰에서 밝혔듯 우리가 류승완 감독에게 바라는 건 이와 같은 코미디가 아니지 않나.  

상상력으로 먹고사는 본 공사,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리>에서 보여줬던 류승완의 상상력에 뿅가 한국의 타란티노가 되기를 바랬거늘 메이저에 입성한 이후 <피도 눈물도 없이>도 그렇고 당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까지, 타란티노가 아니라 헐리웃으로 가 방황하고 있는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연상돼 그에게 실망을 금치 않을 수가 없음이다.

그런 전차로 하루 빨리 류승완 감독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리> 시절로 복귀하기를 바라며, 당 영화를 워스트 주녀에 봉하는 바이다.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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