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The Big Swindle)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 할 만한 <범죄의 재구성>은 1996년 구미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쥔공 최창혁(박신양 분)과 김선생(백윤식 분)이 주축이 된 독수리 5인조 사기단이 함께 짱구를 굴려 한국은행에서 50억을 삥땅치는 과정을 그린 범죄사기극이다.

그리고 당 영화는 제목답게 이야기를 단순히 시간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첫머리에 사기단의 범죄가 실패한 듯한 삘을 풍기는 장면을 제시한 후, 차반장(천호진 분)에 의해 검거된 얼매(이문식 분)와 김선생의 측근인 인경(염정아 분)의 진술에 맞춰 거사가 실패(?)하게 된 과정까지를 재구성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며 보는 이의 의문을 만빵으로 증폭시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삥땅 친 50억에 만족하지 않고 혼자 몽창 다 꿀꺽하기 위해 서로를 속여먹는 창혁과 김선생처럼 영화 역시 관객과 머리싸움을 벌이기 위함이다.

그래서 당 영화는 전언했듯 과거와 현재를 오락가락하며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이요, 1인 2역, 화면분할 등의 다양한 트릭을 동원할 뿐 아니라 장면 컷 역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빠르게 가져감으로써 관객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렇듯 사기 친 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박 터지는 머리싸움을 벌인다는 당 영화의 이야기는 범죄영화 장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뻔하다는 느낌 없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와 같은 영리한 구성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사실 당 영화 속 우리의 쥔공들이 한국은행을 상대로 벌이는 사기행각 과정에서의 수법은 눈을 뿅가게 할 만큼 거창하거나 첨단의 장비가 동원되는 그런 류의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꽤나 그럴싸하게 보이는 이유는 사기계에서 금방 건져 회친 듯 싱싱한 캐릭터 묘사가 기본안주로다 탄탄히 깔려있는 덕택이다.

감독은 이를 위해 직접 리얼 사기꾼을 만나 그 세계를 현미경 바라보듯 절라게 세밀히 관찰했다고 하는데 “청진기 대 보니까 시추에이션이 딱 나와”, “똥구멍 대보면 답 나오지”와 같은 업자필 물씬 풍겨나는 대사는 바로 이런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물로 캐릭터에 깊이를 부여할 뿐 아니라 이야기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등 재미를 따따블로 증폭시키고 있다.

하지만 비유띄 벗뜨!

추리극으로써의 이야기만 놓고 보았을 때 당 영화가 관객에게 거는 머리싸움은 그렇게 눈치가 빠르지 않은 잉간이라도 인물의 설정만 보면 그 속임수를 능히 간파할 수 있을 만큼 그 고리가 정교한 편은 아니다.

다시 말해, 비교적 치밀하게 쌓아올린 단서에 비해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포인트는 상당히 평범하다는 얘기로 그로 인해 전반부동안 증폭된 관객의 의문은 박카스 한큐에 들이키듯 속 시원하게 풀리지는 못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의 재구성>은 반전이 약한지라 결말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대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장르에 익숙한 공식을 충실히 그려내고 있는데 그 결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흠잡을 것도 없는 무난하게 잘 만든 영화가 되었다.

덧붙여,
범죄세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혼란을 일으키는 팜므파탈 인경. 표독한 여성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고 맹한 팜므파탈로 등장하여 역할 깨기의 재미를 주는 ‘구로동 샤론스톤’ 인경은 그러나 남자만 디글거리는 당 영화에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줄 알았더니 단순히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여성 캐릭으로 등장, 아쉬움을 주고 있다. 그래도 빤스만 입고 추는 뇌쇄적 댄스 고거 하나만은 꽤나 인상적이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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