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無間道)


1.

無間道. 보도자료에서 말하길, 열반경 제19권은 무간지옥에 대해 ‘불교에서 썰하는 18층 지옥 중 가장 낮은 층의 지옥’이라 정의 내리고 있다 전한다. 그니까 한마디로 ‘절라 조뙌 상황’이 바로 <무간도>라는 얘기되겠다. 그렇다면 당 영화에서는 이 지옥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

지금 홍콩은 삼합회로 혼란스럽고 짭새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형국이다. 이 상황에서 삼합회의 조직원 유건명(유덕화 분)은 경찰 내부에 잠입하여 유능한 짭새로 인정받고 있고, 삼합회에 숨어든 짭새 스파이 진영인(양조위 분)은 보스 한침(증지위 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적의 내부에 몇 년간 숨어들어 생활한다고 생각해봐라. 아무리 유능하고, 신뢰를 받고 있다해도 걸리면 끝장인데 얼마나 살 떨리겠냐. 근데 어찌저찌해서 이 둘의 존재가 상대방에게 동시에 발각되고야 마니, 절라 후달리지 아니 할 수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 <무간도>는 이 두 쥔공, 유건명과 진영인의 절라 조뙌 상황을 그리고 있는 영화 되겠다.

당 영화와 같이 내부에 잠입한 첩자를 소재로 삼은 언더커버(undercover) 영화들은 그런 비밀스런 설정이 주는 긴장감 덕택으로 관객의 구미를 당기고 재미를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 영화는 이들 영화와 같은 설정에서 한 똥꼬 더 나아가 양쪽 진영에 각각 숨어든 첩자를 대립시킴으로 해서 꼴림을 두 배로 유도하고 있다. 겁나게 흥미를 끄는 구도라 아니 할 수 없음이다.

그래서 <무간도>의 각본은 당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차별성을 최대한 살릴 요량으로 서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쫓고 쫓기는 상황을 적극 활용한다.

특히 극중 영화관에서 진영인이 유건명을 몰래 뒤쫓다가 갑자기 터진 핸드폰 벨소리로 사면초가에 놓이는 설정이라던지, 유건명이 황국장(황추생 분)의 핸드폰을 이용, 진영인에게 접근해 가는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긴장감은 실로 똥꼬에 땀을 차게 할 정도로 당 영화의 백미라 하겠다.


2.

게다가 당 영화의 이야기가 더욱 재미를 주는 건, 각본을 공동으로 맡은 맥조휘와 장문강이 <무간도>를 마치 추리소설처럼 미스터리하게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로 당 영화의 서두에서 제시되는 등장인물덜의 별 시덥지 않은 행동이나 하찮은 물건들이 종국에 가서는 결정적인 단서로 작용할 뿐 아니라 영화는 끝까정 두 쥔공간의 관계를 알 수 없게끔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당 영화를 보면 액숑장면이 별로 없다. 그나마 가장 큰 액숑장면이라 할 수 있는 거리 총격전 씬같은 경우도 몇 십 초 밖에는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이런 류의 영화가 주는 역동적인 느낌도 거의 받을 수가 없다.

이 말은 곧 당 영화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오락영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아시다시피 당 영화는 유건명과 진영인의 대립이 전체의 분위기를 좌지보지하고 있음이다. 그럼 이 둘은 왜 대립하는가? 물론 살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살기 위함이란 곧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런데 오랫동안 첩자 노릇을 해오다 보니 자기가 좋은 분인지 나쁜 쉐이인지 헤깔릴 때가 많다.

보스인 한침이 유건명에게 유반장이라고 부르자 놀라는 건 이 때문이다. 정체성에 혼란이 온 거다. 그러니 이 두 명의 쥔공, 심적으로 절라 고민 때림이다.

첩자를 다룬 영화가 대개 소재가 갖는 말초적인 점만 이용, 액숑에 그치거나 스릴만을 강조하는데 반해 정체성의 문제까정 건드려 쥔공의 심리를 이처럼 자연스럽게 녹인 점은 당 영화의 시나리오가 갖는 또 하나의 우수성이라 할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 영화에서 유건명, 진영인의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절라 중요하다. 내적인 고민을 외면으로 드러내야 하자너.

쥔공 역을 맡은 배우는 양조위와 유덕화다. 양조위야 원래 세계가 인정한 연기파이지만 당 영화에서 유덕화의 연기도 이에 못지 않았음이다. 특히 아내에게 자신의 정체가 발각된 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그를 보라. 왜 그가 20여 년 동안 홍콩영화계의 주연으로 군림하고 있는지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안 옴 말구…

당 영화의 감독은 이들의 캐스팅 배경에 대해 양조위와 유덕화가 아니었다면 제작비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마빡 하나만을 들이밀고 있는 스타급 배우였다면 영화가 어떻게 되었을까? 마치 <비싼무>, <별루>의 신횬준처럼 말이다.

유위강이 겉으로는 우스개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배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연기력을 중요시한 속내가 숨어 있는 것이다.


3.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가 훌륭하고 배우덜의 연기가 뛰어나도 이를 담는 화면이 형편없으면 영화는 조또 아닌 게 되기 십상이다. 시나리오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촬영과 이야기의 구도를 잘 살려낼 수 있는 미쟝센이 서로 상호작용을 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법이니까.

당 영화의 촬영은 감독인 유위강과 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아, 극중 유건명과 진영인의 암울한 처지를 그대로 화면에 반영하여 어둠이 강조된 검은 필름 즉, 필름 느와르의 촬영술을 고스란히 차용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당 영화에는 지옥에 빠져있는 두 쥔공의 상황을 포착하기 위해 낮은 조도를 이용한 밤거리/극장/버스 안/엘리베이터 등 좁아터진 공간에서의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유건명, 진영인의 절망적인 심정을 외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깊은 그림자를 강조한 촬영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여백이 강조된 넓은 공간에 쥔공이 서 있다거나 동료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외따로 있는 등 버림받은 듯한 인상을 주는 구도가 많다.

그런 전차로 당 영화는 유기적으로 잘 연결된 세 요소(이야기/연기/촬영)가 위기에 빠진 두 쥔공이라는 중심 틀에 맞춰 별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루며 통일성을 확보, 제목이 주는 지옥스런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하겠다.


4.

허나 그렇다고 해서 당 영화에 단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당 영화는 유건명과 진영인의 어릴 적 장면을 영화의 시작과 끝에 놓고, 이야기를 베베 꼼으로써 끝까정 두 쥔공 간의 관계를 관객에게 오리무중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럼으로 해서 당 영화는 반전을 숨기고 있다. 근데 한 번만 꼬아놓았어도 관객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을 텐데, <식스센스>처럼 다시 봐야 이해가 되는 그런 차원의 스토리가 아님에도 한 번을 더 꼬아 영화의 이해에 혼란을 준 건 어찌됐던 좀 과했다는 생각이 든다. 홍콩 영화계도 반전에 대한 압박이 꽤나 심한가부다.

게다가 많은 재래식 언론덜이 ‘홍콩 느와르가 다시 똥꼬를 열기 시작했다!’는 삘루다가 당 영화를 홍보하고 있는 까닭에 <무간도>를 보려는 예비 관객덜에게 괜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하겠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홍콩 느와르는 시절이 하 수상하던 때,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의 초상을 어두운 화면에 담는다는 점에서 필름 느와르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쥔공이 돈과 욕망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의(義)와 협(俠) 등 인간관계에 매달린다는 점에선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동양적 감성이 먹혔던 이유 중의 하나는 홍콩 반환을 앞둔 시점에서 홍콩 느와르가 홍콩민들의 불안한 시대적인 감성을 반영하고 있던 탓이었다.

근데 시대는 바뀌었다. 홍콩은 중국의 한 도시로 편입되었고, 사람들의 감성도 변하였다. 물론 시대를 반영하는 영화도 달라졌다. 그러니 당 영화도 홍콩 반환 이전 시절과 달리 홍콩 느와르의 특징을 그대로 답습할 리 없다.

그 결정적인 증거로 당해 영화 <무간도>의 쥔공들은 절대 의리, 우정, 협 이런 카인드 오부의 감정에 자신을 내던지지 않는다. 오로지 개인의 안위에 따른 욕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 결과 당 영화 어두운 인간들을 어두운 화면에 담은 전체적인 모양새에 있어선 홍콩 느와르의 냄새를 풍기나 이를 이루는 요소들 – 쥔공들의 감정 표현이 개인에 우선하고 별루 폭력적이지 않다 – 은 전혀 홍콩 느와르스럽지 못함이다.

만약 오우삼 감독의 홍콩 느와르 스타일을 기대하고 당 영화를 볼작시엔 심히 조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당 영화의 관람에 앞서 고려하시라.


5.

롱롱타임동안 침체를 거듭하던 홍콩 영화계에서 오랜만에 자국민의 호응을 듬뿍 얻고 있는 당해 영화 <무간도>가 울 영화계에 주는 교훈은 자명하다.

남의 나라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 수입하면 대박난다,는 수입사의 입장은 차치하고라도 시나리오가 말이 되고, 촬영이 이를 뒷받침하며, 배우의 연기가 연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기본 명제에 충실 할 경우, 관객이 알아서 찾아든다는 사실.

근데 이를 묵과하고 이야기에 상관없이 오로지 돈만 때려 박는 볼거리에만 치중하거나, 어찌됐든 우끼는 영화에만 주력하며, 계속해서 조폭 붕알만 만지고 있다간 홍콩 영화계 꼴 안 나리라는 보장은 엄따.

부디 한국 영화계는 <무간도>가 재미있다는 그 사실만을 볼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된 그 연유, 그 과정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럼 이상!!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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