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시>(am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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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가 있었지만 <열한시>는 온전히 한국의 상상력과 기술력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오랜만에 보는 한국의 Sci-Fi라 할 만하다. 다만 Sci-Fi가 한국의 대중들에게는 다소 허황되고 비현실적인 장르로 인식되다 보니 <열한시>는 그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형의 만듦새가 두드러진다.

24시간 후로의 시간여행에 성공한 우리의 주인공이 다시 현재로 돌아와 보니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는 설정은 지금 한창 각광받는 ‘타입슬립’물을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에 더해 극 중 배경을 심해 연구소라는 제한된 공간으로 한정함으로써 제작비를 최소화하는 한편으로 현재와 미래 사이에 어긋난 지점을 맞춰가는 재미가 있도록 이야기에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 국내 관객들에게 Sci-Fi가 주는 부담감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한국형’ Sci-Fi의 문제는 언제나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었다. Sci-Fi는 과학적 지식이 기본적으로 깔리되 그것을 절대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어서 여느 장르처럼 인물과 사건 묘사의 설득력이 중요하다. 다만 <열한시>는 현재를 미래의 정해진 운명에 맞추려다보니 인물(의 행동)을 편의적으로 사건에 꿰맞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는 이 질문에 ‘운명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듯하지만 ‘왜 극 중 인물들은 미래에 벌어질 비극을 미리 알고도 누구 하나 상식적인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다. 이 또한 한국형이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열한시>는 한국형 Sci-Fi의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작품이라 할 만하다.

맥스무비
(2013.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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