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창피한 마음이 들었다. 글로 여자를 불편하게 만든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역시 아직은 모자란 남자인가보다. 10월호 책 마감을 끝내고 한잠 푹 잔 뒤 기사도 정리할 겸 이번 달에 쓴 글을 살피다가 큰 실수를 범한 걸 알게되었다. 영화기행으로 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에 관한 글이었는데 내가 강간을 옹호한 글을 쓴 것이다.
<그녀에게>를 보면, 베니그노라는 간호사가 자신이 간호하는 식물인간 알리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임신을 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아무리 사랑을 했다고는 하지만 아무런 판단도 내릴 수 없는 식물인간을 상대로 잠자리를 가졌다는 건 엄연한 강간. 그런데 나는 그런 베니그노가 너무 사랑했으니 그래도 된다는 식으로 글을 썼다. 그리고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까지… 그러던 중 무심코 집어든 영화잡지를 보다가 <그녀에게>에 대한 베니그노의 알리샤 강간 대목을 강도높게 비판한 한 여성 평론가의 글을 보고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평소에, 애인이나 부인을 한낱 잠자리 파트너로 비하하는 마초에 가까운 사람들의 언행을 보면서 한없이 경멸했던 것이 사실인데 그들을 옹호한 꼴이 됐으니… 그 문제로 하루종일 고민하다가 비록 홈페이지이지만 반성하는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많이 팔리지 않는 부수의 책이라 그 글은 극소수가 읽을 것이고 별 볼 일 없는 글이라 큰 파장도 없겠고 또한 내 홈페이지를 찾아와 항의할 분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기사 때문에 불편해 할 독자는 물론이고 모든 여자들에게 그리고 남자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마감 전날로 돌아가 그 글을 없애버리고 싶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정말 큰 잘못을 저질렀다. 비난 받고 욕 먹어도, 싸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용서는 받아들여 드리겠4옵니다.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입하는 감정이 다르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읽으면서 좀 놀랐어요. 그 글에 대한 사과가 될만한 다른 글을 쓰시는 걸로 독자에 대한 사과와 자신에 대한 치유를 이루시면 좋겠네요. 괴로우시겠지만 힘내십쇼. 빠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