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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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레이미 이후 시리즈의 리부트를 담당할 연출자로 마크 웹이 결정되면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나아갈 바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500일의 썸머>(2009)에서 탁월한 러브 스토리 연출을 선보였던 마크 웹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피터 파커를 데리고 10대의 사랑을 멋들어지게 묘사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니나 달라, 우리의 주인공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책임 의식을 완전히 깨닫기 전 그웬 스테이시와의 사랑을 이어가기에 바쁘다.

피터가 스파이더맨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2002)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에게는 말 못할 과거사가 있다. 실종된 부모의 행방을 밝히는 것. 삼촌 내외와 살고 있던 피터는 우연히 부모의 실종과 관련된 비밀 가방을 발견한다. 이를 가지고 단서를 쫓던 중 아버지의 옛 동료 코너스 박사와 연결된 사실을 알게 된다. 코너스를 찾아간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그웬와 마주한 피터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며 관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피터의 도움을 받아 모종의 연구를 진행하던 코너스는 도마뱀 모양의 악당 ‘리저드맨’이 되어 피터와 그웬을 위협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코믹북 6호(1963)에서 처음 등장한 리저드맨은 원작자 스탠 리의 소개에 따르면, “가장 위협적인 악당이지만 코너스일 때는 심성이 착해 스파이더맨이 제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캐릭터”다. 마크 웹이 부모의 실종이라는 새로운 설정을 코너스와 연결시킨 건 이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코너스는 리저드맨이 아닐 때 피터에게 아버지와 같은 자상한 면모를 선보인다. 태생적으로 성장영화일 수밖에 없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결국 피터가 부모의 실종(과 삼촌의 죽음)에 따른 아픈 기억을 이겨내고 대체 부모인 리저드맨까지 무찔러야 성립하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서 피터가 얻게 되는 건 그웬과의 사랑이다. 그래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부모의 반대(경찰관으로 등장하는 그웬의 아빠는 스파이더맨을 뉴욕의 평화를 위협하는 범죄자로 단정하며 방해꾼 역할을 톡톡히 한다.)를 극복하는 피터와 그웬의 사랑으로 수렴된다. 그 과정이야말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삼촌의 죽음에 큰 책임감을 느낀 샘 레이미의 피터(토비 맥과이어)가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에게 자신의 정체를 최대한 숨기며 사랑을 유예했던 것에 반해 마크 웹의 피터는 자신이 스파이더맨임을 밝혀서라도 그웬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럼 이 영화의 3D는 극중 이야기와 어떻게 조응할까. <스파이더맨>은 고층빌딩 사이를 유영하는 스파이더맨의 수직운동을 강조하며 시리즈의 출발을 상징했고, <스파이더맨2>는 ‘미국 88만원 세대 히어로’의 아픔에 공감한다는 의미에서의 평등을 상징하는 수평 컷을 강조했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3D는 특유의 입체감으로 스파이더맨의 하강운동에서 입이 쩍 벌어지는 스펙터클의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언급한 전작들이 이야기와 형식의 일체를 꾀하며 작품성까지 획득한 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한 볼거리 수준에서 머문다.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의 여정을 생각하면 성급한 판단이지만 일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소재의 가능성이 충분히 활용된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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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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