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스파이더맨과 아인슈타인이 도대체 무슨 관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항상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의 부재한 부모의 과거 행적을 짧게 노출하며 문을 연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오스코프 사(社)에서 근무하던 피터의 아버지 리처드 파커(캠벨 스콧)가 중요한 파일을 복사해 이를 다운로드 하던 중 부인과 함께 비행기에서 변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되고 무수한 적들과 맞서는 그 기원에는 미스터리한 부모의 죽음이 자리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피터가 부모의 죽음과 얽힌 단서를 하나 둘 풀어가는 가운데 악당이 생기고 사건이 발생하는 구조다.

마크 웹 감독은 이에 착안해 거미줄처럼 이야기를 방사하며 이 시리즈를 이해할 만한 단서를 군데군데 뿌려놓는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다르게 피터의 방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수한 글과 사진 들이 벽에 붙어 있고 이를 줄로 엮어 놓은 피터의 방은 흡사 파커 부부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긴박하게 돌아가는 수사 기관을 연상시킨다.

근데 그와 같은 자료 들 사이에서 뜬금없는 사진과 포스터가 눈에 띈다. 길게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의 사진이나 <이창>(1954) <욕망>(1966) 등의 영화 포스터가 그것. 겉보기에는 고등학생이라는 피터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미장센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마크 웹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심어놓은 장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서1. <이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에서 피터의 방 벽에 걸려 있던 영화 포스터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 Rear Window>이었다. <이창>은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 집에서 안정을 취하던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카메라로 이웃을 엿보던 중 살인 사건에 연루되고 만다. 스릴러의 대가인 히치콕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이창>은 슈퍼히어로물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마크 웹의 말을 한 번 들어볼까. “오스코프는 오직 노먼 오스본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그는 끔찍한 병을 앓고 있다. 오스코프는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문제는 그 해법이 정신 나간 짓이라는 거다. 노먼 오스본은 윤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마크 웹의 발언 중에서 우리가 <이창>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윤리’다

1편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노먼 오스본(크리스 쿠퍼)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야 모습을 드러낸다. 거의 반(半)시체 상태로 침대에 누워있는 노먼은 아들 해리 오스본(데인 드한)에게 큐브 모양의 USB를 건네는데 그 속에는 그동안 병을 해결하기 위해 비밀리에 진행하던 전담 부서와 관련한 자료가 담겨있다. 그리고 이에 연관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리처드 파커. 노먼은 리처드를 고용하면서도 그를 몰래 감시하며 자료를 관리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크 웹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원작을 참고한 적이 있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오마주하고 싶었다.” 마크 웹은 <이창>의 제프리를 모델 삼아 악의 버전으로 노먼의 캐릭터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가 휠체어에 앉아 몸을 보전하는 것처럼 노먼은 침대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노먼은 제프리처럼 카메라는 없지만 대신 사람들을 고용해 직원의 사생활을 몰래 살피고 급기야 통제하려 했다.

다만 제프리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선의가 바탕에 되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과 다르게 노먼은 주변 인물들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결국엔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1편과 2편 모두 피터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다.) 노먼이 설립한 오스코프의 본사 건물이 마천루로 즐비한 뉴욕에서도 한 눈에 보이는 108층 높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그만큼 위압적일 뿐 아니라 감시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이 용이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노먼에게서 발견되는 제프리와의 비윤리적인 행동의 유사성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배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다. 이는 또한 피터의 방안에 매설해 놓은 특정 미장센을 찾아 상상력을 발휘해 숨겨 놓은 이야기를 따라와 달라는 마크 웹의 가이드라인이라 할 만하다.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말을 인용하자면, ‘지식보다 더욱 중요한 건 상상력이다. Imagination is more important than knowledge’ 그리고 바로 여기에 두 번째 단서가 있다.

단서2. 아인슈타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터의 방 문 안쪽에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고 있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단순한 아인슈타인 사진이었다면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겠지만 혀를 내밀고 있으니 그 우스꽝스러운 포즈 때문에라도 눈이 갈 수밖에 없다.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니 주목해 달라는 얘기다. 역시나 스파이더맨과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사진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는 피터가 과학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는 점일 테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미드타운 ‘과학’고에 재학했었던 피터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과학도(徒)였다. 물론 연인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이었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오스코프에서 커트 코너스(리스 이판스) 박사에게 과학에 있어서는 자신에 이은 전교 2등 학생이라고 피터를 소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피터는 유전자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 후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가는 장치 ‘웹 슈터’를 스스로 고안해낸 장본인이다. 그의 실력은 아니지만, 팔 한쪽을 잃은 코너스 박사가 도마뱀과 절름발이 흰 생쥐 간의 종간 교잡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버지 리처드 파커가 노트에 작성했던 붕괴율 공식을 생각해내고 알려줘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런 피터가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가 아인슈타인이었기 때문에 초상화를 방 문에 붙여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아인슈타인이 연상시키는 또 한 가지는 ‘상대성 이론’이다. 상대성 이론은 두 지점 간 속도 차이가 발생할 경우,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때 생겨날 수 있는 현상에 대해 다룬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어떤 현상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예로 든다면, 스파이더맨이라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고도 이를 제대로 써먹을지 몰랐던 피터는 슈퍼마켓에서 놓아준 좀도둑이 삼촌 벤 파커(마틴 쉰)를 살해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책임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큰 힘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이 필요한 것처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세상에서는 스파이더맨이 적을 물리치면 더 많은 적이 출현하는 ‘상대성 이론’을 갖는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코너스 박사가 변신한 리저드 맨을 상대했던 피터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 이르면, 일렉트로(제이미 폭스)와 그린 고블린(데인 드한), 그리고 라이노(폴 지아마티)까지, 무려 세 명의 악당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단서3. <확대>(혹은 <욕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피터의 방에 걸려있던 <이창> 포스터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으로 대체됐다. <욕망>은 사진작가가 공원에서 배회하던 중 우연하게 남자의 시체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다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대신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지각 작용과 관련한 관념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관심을 보인다.

그런데 왜 제목이 <욕망>이냐고? <욕망>의 원제는 ‘Blow-Up’, 한국말로 직역하면 ‘확대’다. 뜬금없게도 <욕망>으로 국내에 소개가 된 배경에는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관객을 좀 더 모으려는 수입업자의 꼼수가 자리 한다. 그러니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욕망>이라는 제목을 버리고 <확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악당 수는 셋으로 ‘확대’되었다. 피터는 스파이더맨의 팬이었다가 그를 오해하게 되는 맥스 딜런, 즉 일렉트로를 상대해야 하고 유전병을 치료하기 위해 스파이더맨의 DNA를 필요로 하는 해리 오스본의 그린 고블린도 막아야 한다. 이 둘을 물리치고 나면 감옥을 탈출한 라이노와 새로운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다. 이를 해결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스파이더맨에 대항하기 위해 6명의 악당들이 결합한 ‘시니스터 식스’가 스핀 오프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싸움이 확대되는 형국을 예감한 메이(샐리 필드) 숙모는 피터에게 “비밀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충고를  한 적이 있다. 굳이 알려하지 말라는 주변의 충고를 무시하고 부모님을 죽음으로 몬 비밀을 파헤치려 한 대가를 피터는 톡톡히 치루는 것이다. 안 그래도 좀 바쁜 피터인가. 뉴욕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피터는 그 와중에 고등학교 졸업식에도 참석해야 하고 그웬과의 관계도 다시금 정리해야 하며 그를 버리고 떠난 부모님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2016)에서 피터의 고민은 얼마나 늘 것이며 악당과의 싸움은 어느 정도 스케일로 확대될 것인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편으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잘 이끌던 샘 레이미가 늘어난 스케일과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스파이더맨3>(2007)를 망친 걸 감안하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3>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마크 웹이 <이창> <확대>와 같은 포스터나 아인슈타인 초상화를 필요로 했던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은 악당에게 있어 쉽게 몸을 움직이기 힘든 결박이지만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마크 웹의 미장센은 관객에게 복잡한 양상을 해쳐나갈 생명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맥스무비
(2014.4.28)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