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Night 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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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은 이송희일 감독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데뷔작 <후회하지 않아>(2006)는 계급 차이로 야기된 엇갈린 사랑을, <탈주>(2009)는 군대 내 폭력을 견디다 못한 청춘의 탈주를, <백야>는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이유 없이 폭행당한 남자와 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자 간의 하룻밤 사랑을 다뤘다. 이송희일 감독은 매 영화 호모포비아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성 소수자의 사랑을 그려왔다. 학교를 배경 삼은 <야간비행>을 통해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건 당연한 절차였던 셈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교양인을 길러내는 본연의 임무는 젖혀둔 채 성적에 따라 우열한 학생과 열등한 학생을 가려내는 엘리트 양성소로 전락했다. 그런 환경에서 동성을 사랑하는 용주(곽시양)와 해고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 기웅(이재준)과 오타쿠 기질이 있는 기택(최준하)은 낭만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곧잘 어울리곤 했던 이들인데 지금은 소원한 상태다. 기웅은 말보다 주먹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하는 문제아가 됐고 기택은 ‘펀치 머신’이라는 별명처럼 친구들에게 얻어터지기 일쑤며 용주는 기웅을 향한 사랑을 남몰래 간직할 뿐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어긋난 이들의 우정을 보면서 생뚱맞을지 모르겠지만, 홍콩영화 <첩혈가두>(1990)가 생각났다. <첩혈가두>는 우정으로 똘똘 뭉친 세 친구가 살인 사건에 연루, 이를 피해 베트남에 갔다가 전쟁에 휘말려 순수를 잃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내내 총이 빗발치고 포연이 자욱한 <첩혈가두>와 다르게 <야간비행>에는 물리적 폭력이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송희일 감독은 우등생과 낙오자를 철저히 이분화하는 작금의 한국 학교 시스템을 사회로 확장해 남근처럼 하늘로 뻗은 고층빌딩과 건설 현장의 살(殺)풍경 속에서 순수함을 찾으려는 용주와 기웅의 사랑을 대비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모든 인간적인 감정을 아우른, 연대의 의미를 갖는다. 영화는 용주와 기웅과 기택의 사연 중간중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을 노출한다. 성 소수자와 비정규직은 약자라는 점에서 관심을 두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이지만 강자 독식이 내면화된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무시당하고 배제되기 일쑤다. 전교 1, 2등을 다루는 용주가 게이라는 소문이 돌자 담임선생님 왈, “너 혹시 게이냐? 다 필요 없고 서울대만 가” 이는 마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 마을과 밀양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납북자 가족, 장애인, 세월호 유족 등 권력과 자본의 힘에 탄압받고 피해 입은 약자의 관심을 호소할라치면 민생고 해결이 우선이라는 논리로 모든 현안을 무력화하는 사회 지도층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

이송희일 감독은 “학교는 그 사회의 얼굴이다. 입시 경쟁만을 추구하는 한국은 학교 폭력의 천국이다. 공부 외에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기 때문이다. 낙오자들과 왕따가 도처에서 발생한다. 그들을 이렇게 만드는 데는 기성세대가 한몫하고 있다. 사회에 강력한 일침을 던짐과 동시에 10대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연출의 변을 밝힌다. 연대라는 희망의 메시지. 가정사 때문에 좀체 마음을 열지 않는 기웅을 향해 용주는 이렇게 말한다. “친구가 없으면 이 세상은 끝이잖아” 이에 화답하듯, 기웅은 용주를 괴롭히는 학교 폭력에 맞섬으로써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고 용주에게 마음을 엶으로써 연대의 손을 잡는다.

시사저널
NO.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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