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마르>(Ala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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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마르>는 멕시코 출신의 페드로 곤살레스-루비오가 만든 연출작이다. 장편 데뷔작 <블랙 불>(2005)과 <공통점>(2007)에서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던 감독은 전작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라는 소재를 담아 낸다. 

영화의 이야기는 74분이라는 짧은 상영 시간 만큼이나 간략하다. 한때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겼던 호르헤와 로베르타 커플은 아들 나탄을 낳고는 현실의 벽에 가로 막힌다. 멕시코 출신의 호르헤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원한 반면 로베르타는 도시 생활을 꿈꾸었던 것. 결국 나탄이 다섯 살이 되던 해 로베르타는 아들을 데리고 로마로 돌아갈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이제 곧 헤어지게 된 호르헤와 나탄 부자는 호르헤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 멕시코의 어촌 마을 고향에서 둘 만의 시간을 보낸다. 

곤살레스-루비오 감독은 호르헤와 로베르타의 관계를 영화 초반에 짧게 설명한 후 영화의 대부분을 호르헤와 나탄 부자가 지내는 배경에 집중한다. 김기덕 감독의 <섬>(2000)의 바다 위의 그림 같은 숙박촌을 연상시키는 <알라마르>의 배경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인 ‘반코 친초’다. 장면 장면이 그림 엽서를 방불케 하는 풍경의 반코 친초는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진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고즈넉한 자연의 리듬과 시간을 체화한 호르헤는 아들 나탄에게 고기잡이, 도요새와 친해지기 등 반코 친초가 인간에게 선물한 바다와 숲의 혜택을 물려주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그리고 영화는 한가로이, 하지만 지나가는 시간의 속도를 잡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더욱 더 애틋한 정을 나누는 부자의 모습 뒤로 천혜의 풍경을 펼쳐 놓는다. 

‘간직’과 ‘보존’은 <알라마르>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다. 영화의 마지막 ‘현재 반코 친초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는 자막을 넣은 것은 호르헤와 나탄의 여행이 의미하는 바를 더욱 정확히 짚으려는 의도가 크다. 이번 여행을 끝으로 나탄이 로마로 떠나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자가 서로에게 느끼는 일말의 감정은 흡사 아름다운 여행지를 뒤로 하며 느끼는 아쉬움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 시간이지만 <알라마르>가 남기는 여운은 진하고 깊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에 더 가깝다. 그것은 단순히 이 영화의 카메라가 포착하는 반코 친초의 특정한 풍경에서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곤살레스-루비오 감독이 극중 부자의 사연을 다루는데 있어 인상적인 사건보다 반복에 가까운 일상을 주목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삶은 늘 반복되는 행위에 가깝지만 복잡 미묘한 감정의 파동은 표면 위에 무수한 함축과 설명 불가능한 난해를 만들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알라마르>의 담담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거나 호소하지 않는다. 아들을 떠나보내는 호르헤의 마음은, 아빠를 떠나보내는 나탄의 심정은 , 그런 부자를 헤어짐을 바라봐야 하는 엄마 로베르타의 감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알라마르>의 시적인 영상은 관객에게 각자의 명상의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의 영역에 위치하면서도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와 거리를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또한 극중 가족의 화합과 붕괴의 시소 위에 놓인 경계에서의 관계 맺기와도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그래서 <알라마르>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알라마르>는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한 현대 멕시코 영화의 하나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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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7

7 thoughts on “<알라마르>(Alamar)”

    1. 응원 감사합니다. ^^ 칼슈레이님의 트랙백을 통해 님의 블로그를 본 후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 많더라고요.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글 많이, 그리고 자주 써주세요. ^^

  1. 극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느릿하고 긴 장면들이 오히려 더 몰입하게 해준 것같아요. 잠든 나탄의 침대에 기댄채로 잠든 장면이 충분히 슬프더라고요. 아침부터 반코친초로 풍경에 안구힐링했습니다~^^

    1. < 알라마르>가 아직도 하나요? 어떻게 보셨어요? 보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청정영화 아닌가요? 정말 디케님 말씀처럼 안구힐링 되는 영화였어요. 요즘 영화들이 워낙 잔인해지다보니 < 알라마르> 같은 영화들이 더 귀해 보입니다. ^^

    2. 아직 하이퍼텍 나다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곧 내리길래 아침나절에 슬슬 다녀왔죠^^ 나다도 공사때문에 문닫는다던데,, 더 나아진 모습으로 나타나겠다고는 하지만 익숙했던 것들이 변해가는게 영 싫네요 ㅠㅜ

    3. 아마 다시 문 열기 힘들겠죠 근데 그게 한국 영화 문화의 수준으로 보여요. 3년 전만 해도 광화문에 예술영화 벨트가 생겼다 이런 기사들이 있었는데 얼마나 됐다고 1년에 한 두개씩 나가 떨어지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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