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국 스크린의 80%를 장악한 것과 다르게 IPTV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넘쳐난다. 극장 개봉 없이 IPTV로 직행한 영화 중 볼만한 작품 10편을 엄선했다.
<블랙코드 Blackhat> 감독 마이클 만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탕웨이
원제는 컴퓨터 바이러스 유포 등의 행위로 해를 끼치는 해커를 일컫는 ‘블랙햇 Blackhat’ 사이버 범죄에 맞서는 미국과 중국 요원의 활약을 담았다. <히트>의 거리 총격전으로 대표되는 마이클 만이 가상 세계를 다룬다는 게 생소했는지 미국 개봉 당시 제작비의 1/7 정도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흥행 실패와 상관없이 힘 있는 연출은 여전하다.
<써스펜션 Suspension of Disbelief> 감독 마이크 피기스 | 출연 세바스티안 코치, 로테 베르빅
마이크 피기스는 감정의 결을 이미지로 포착하는 데 일가견을 가진 감독이다. <써스펜션>은 대학 강사가 딸의 생일 파티에서 만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후 파국에 빠지는 이야기다. 흔한 치정극이지만,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딸에 대한 죄책감, 실종된 아내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묘사하는 감독의 솜씨가 일품이다.
<로맨틱 레시피 The Hundred-Foot Journey> 감독 라세 할스트롬 | 출연 헬렌 미렌, 샬럿 르 본
프랑스 남부 시골 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말로이 여사는 이웃한 인도 레스토랑 오너와 라이벌 관계다. 하지만 ‘백 걸음이면 닿을 가까운 거리’라는 원제의 의미처럼 매일 같이 신경전을 벌이는 이들 관계에서 감독은 음식으로 하나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낸다.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나서 관심을 끈 작품이다.
<우드잡 ウッジョブ 神去なあなあ日常> 감독 야구치 시노부 | 출연 소메타니 쇼타, 나가사와 마사미
대학입시에 실패한 히라노는 산림 연수생 모집 공고 속 여자 모델에 반해 이에 응모한다. 그리고 도시를 떠나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 산골 마을에 정착한다. 설정에서 짐작되듯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스윙걸즈> <워터 보이즈> 등의 야구치 시노부 연출이다. 남자들이 훈도시만 걸치고 산축제를 벌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핵잼’이다.
<더 위 앤 더 아이 The We and the I> 감독 미셸 공드리 | 출연 마이클 브로디, 테레사 린
수공업의 미장센을 버린 공드리 영화? <더 위 앤 더 아이>는 공드리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학교 버스 안에서, 학생들의 대사로만 이뤄진다. 그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대화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청춘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진화한 공드리의 영화를 확인할 수 있다.
<더 저지 The Judge> 감독 데이빗 돕킨 |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듀발
로다주는 <아이언맨>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기 전 연기파였다. <채플린>으로 오스카 남우 주연 후보도 올랐다. 그때의 로다주가 그리운 분들에게 <더 저지>를 추천한다. 변호사 헨리는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산 지 오래다. 그런 아버지가 살해 용의자로 몰리면서 아들이 나선다. 웃음기 없는 로다주가 낯설지만,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시럽 Syrup> 감독 아람 라파포르트 | 출연 엠버 허드, 실로 페르난데즈
엠버 허드는 조니 뎁의 여자로 유명하다. 그전에는 뭇 남성들이 사랑하는 여배우였다. <시럽>은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그녀는 음료 회사의 마케터로 등장한다. 단순 마케터가 아니다. 끈적하고 달콤한 음료만큼 자신의 성적 매력을 어필해 상품을 선전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엠버 허드의 섹시함이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다.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 출연 리즈 위더스푼, 호아킨 피닉스
토마스 핀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젊은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옛 연인이 실종되면서 이를 찾아 나서는 탐정의 수사극이다.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화려한 조명과 원색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이미지가 일품이다. 마치 약을 빨고 작업한 듯 황홀하기 그지없다.
<당신 없는 일주일 This is Where I Leave You> 감독 숀 레비 | 출연 제이슨 베이트먼, 제인 폰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유명한 숀 레비 감독의 특기는 가족 드라마다. 막장 가족 이야기에도 소질이 있다. <당신 없는 일주일>은 엄마가 옆집 아줌마와 사랑에 빠지는 등 가족 모두가 황당한 사연을 갖고 있다. 이를 코믹하게 풀어가며 화해를 유도하는 감독의 솜씨는 지켜볼 만하다. 아담 드라이브, 로즈 번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신이 말하는 대로 神さまの言うとおり> 감독 미이케 다카시 | 출연 후쿠시 소우타, 야마자키 히로나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미이케 다카시는 여전히 일본 영화계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고교생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살인 게임에 연루되는 이야기다. 원작의 악명 높은 19금의 잔혹한 내용을 직설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가히 일품이다.
ARENA HOMME
2015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