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셰프>(Ch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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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들기를 인생과 접목한 이야기는 많다. 이타미 주조의 <담뽀뽀>(1986), 이안의 <음식남녀>(1994), 픽사의 애니메이션 <라따뚜이>(2007)가 그렇다. 여기 또 한 편의 작품이 추가됐다. 바로 <아메리칸 셰프>다. 이 영화가 우선하여 눈길을 끄는 건 연출을 맡은 이가 <아이언맨>(2008)과 <아이언맨2>(2010)의 존 파브로 감독이란 사실이다. 연기도 병행하는 존 파브로는 극 중 일류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역할까지 맡았다.

칼 캐스퍼(존 파브로)는 메뉴 개발에 분주하다. 유명 요리 비평가가 방문한다고 하니 실력을 보여줄 참이다. 오너 골루와즈(더스틴 호프만)는 그런 칼을 나무란다. 손님들이 자신의 레스토랑은 찾는 건 늘 먹던 음식 때문이지 새로운 메뉴가 아니라는 거다. 골루아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던 칼은 평소의 음식을 대접했다가 요리 비평가로부터 최악의 평가를 듣는다. 이에 분노한 칼은 다시 레스토랑을 찾아온 요리 비평가에게 악담을 퍼부었다가 그 싸움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급기야 일자리를 잃고 만다.

음식이 소재인 만큼 <아메리칸 셰프>에는 입맛을 자극하는 다양한 요리들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그 때문에 ‘푸드 포르노’라는 자극적인 홍보 문구를 앞세우지만, 음식을 통한 인간관계의 회복이라는 메시지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영화의 진짜 가치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아메리칸 셰프>가 내세우는 인생의 중요한 가치는 음식이 거창하지 않더라도 함께 맛있게 먹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곁에 있는 소박한 행복이다. 명성이 뭐 그리 중요한가. 일 중독에 빠진 칼은 그 때문에 부인과 이혼 후 사랑하는 아들을 제한적으로 만나야 하는 딱한 처지다.

해결책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거다. 유명 셰프의 지위에서 물러난 칼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푸드 트럭, 메뉴는 쿠바 샌드위치다. 그러면서 가족과 더 긴 시간을 보내기로 한 칼은 푸드 트럭 사업에 아들을 끌어들인다. 아들은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아빠와 드문드문 만나다 보니 여전히 배울 것이 많아 보인다.

그 힘든 푸드트럭을 개조하면서 칼 부자(父子)는 주변 인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에 쿠바 샌드위치로 고마운 마음을 대신하는데 이때 아들이 너무 태운 음식을 이들에게 주려고 하자 아버지 칼은 이렇게 충고한다. “내 인생의 모든 좋은 일들은 이 일을 하면서 생겼어. 요리로 사람들의 삶을 위로하고 나는 힘을 얻어” 아버지가 자신의 경험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광경은 가족이기에 더욱 흐뭇하게 다가온다.

많은 음식을 놔두고 영화가 ‘쿠바’ 샌드위치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쿠바인들은 전 세계에서 인생의 흥을 가장 잘 아는 민족이다. 이들은 즐거운 삶을 위해 일을 하지 일을 하기 위해 삶을 버티지 않는다. 그동안 칼은 셰프로서 실력을 쌓고 명성을 얻는 데에만 급급해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했다.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한 끝에 깨닫게 되는 것, 인생의 즐거움은 먼 데 있지 않다. 가족과 살을 맞대고 어울리는 것, 아니 한 끼 식사라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 웃음꽃을 필 수 있는 시간. 바로 거기에 바로 인생의 ‘흥’이 있었다.

그런 칼을 존 파브로 본인이 연기하고 있다는 게 어떤 면에서는 의미심장하다. 이와 관련, <아메리칸 셰프>의 초반부에는 메뉴를 두고 대립하는 셰프 칼과 오너 골루와즈의 에피소드가 비중 있게 등장한다. 새로운 메뉴 개발에 열중하는 칼에게 골루와즈는 이런 맥락의 충고를 한다. “예술을 하지 말고 대중을 위하라고!” 이는 존 파브로가 의도적으로 넣은 장면이다. 존 파브로는 <아이언맨2>를 찍던 중 간섭이 심한 마블의 제작진에게 학을 떼고 촬영 후 자신의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알린 이 프로젝트에서 미련 없이 손을 뗐다.

그러면서 선택한 차기작이 바로 <아메리칸 셰프>다. ‘아이언맨’ 시리즈에 비하면 저예산에 가까운 영화다. 존 파브로는 이와 같은 자신의 전력을 <아메리칸 셰프>에서 은유한다. (할리우드가 위치한) LA에서 잘 나가던 셰프가 자신의 예술성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쫓겨난 후 레스토랑보다 규모가 월등히 작은 푸드트럭으로 재기한다는 설정은 블록버스터 감독에서 이제는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존 파브로 본인의 사연과 맞닿아 있다. 이것이 <아메리칸 셰프>가 여느 음식 소재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면서 단순히 푸드포르노로 격하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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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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