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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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는 용사 이아손(Jason)이 황금의 양털을 찾아 타고 간 배를 말한다. 그럼 <아르고>는 그리스 신화에 바탕을 둔 판타지 영화인가? 아니다. 1979년 이란에 억류됐던 6명의 미국 대사관 직원을 구출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작전명이자 가짜 영화제목이다. 이란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자 6명이 몰래 탈출해 캐나다 대사관으로 은밀히 피신한다. 이들을 구출하고자 CIA요원 토니 멘데즈가 투입되고 가짜 SF영화 제작이라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생각해낸다. 가짜 제작사를 차리고 가짜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 장소 헌팅이라는 명목으로 테헤란에 잠입, 6명을 영화 스태프로 속여 탈출시키자는 거다.

말이 되냐고? 안 믿기겠지만 <아르고>는 실화다. 2007년 ‘와이어드 매거진’의 조슈아 베어만 기자가 관련 기사를 발표하자 조니 클루니가 제작자로 나섰고 벤 애플렉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르고>는 <가라, 아이야, 가라>(2007) <타운>(2010)의 연출로 명성을 높인 벤 애플렉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였다. 그는 늘 미국의 폭력이 구현되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으며 이러면 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느냐고 한탄하는 것이 벤 애플렉의 작가적 메시지였다. 다르다면 전작이 미국 보스턴이 무대였던 것에 반해 <아르고>는 미국과 이란의 대립으로 대변되는 국제 정세로 범위를 넓힌다는 것.

그만큼 제작규모도 커진 <아르고>에서 벤 애플렉은 좀 더 할리우드 친화적인 전략을 택한다. 전작에서 무조건적인 희망 대신 의문 부호를 남겼다면 이 영화에서는 스티븐 스필버그로 대변되는 가족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부인과의 별거로 아이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토니는 결과적으로 가족봉합을 위해 목숨을 담보한 작전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작전에 대해 극 중 대사를 빌리자면 “최악 중 최선의 방법”이다. 이를 벤 애플렉은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연출, 즉 실제 인물과 가장 가까운 배우 캐스팅, 사실적인 프로덕션 등으로 당시의 살 떨리는 작전의 긴박감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이때 벤 애플렉은 공항을 막 빠져나가려 하는 토니와 직원들, 그들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린 이란 군부의 상황을 이어 붙이는 식의 교차편집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데 이는 상당히 고전적인 연출력이라 할 만하다. 벤 애플렉에게 있어 <아르고>는 시대적 재현이면서 한편으로 고전적 영화 연출의 재현이기도 하다. 이제 벤 애플렉에게는 배우보다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더 어울려 보인다.

movieweek
NO.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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