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교과서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공무원 박만수(감우성). 법대로 산 것 뿐인데 돌아오는 것은 실직 선고에 ‘쪼다’ 취급이다. 만수의 분노에 불을 붙이는 것은 양철곤(김수로). 위법을 취미 삼아 세상사는 법을 터득한 이 사내는 만수의 여린 마음을 부추겨 꽃 같은 세상을 향해 일탈하게 만든다.
<쏜다>는 한마디로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다. <델마와 루이스>가 여성비하사회에 총구를 겨눈 여자의 일탈을 다뤘다면 <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한국사회를 향해 ‘X까’를 외치는 남자의 소동을 그렸다.
박정우 감독은, 나라 말아먹은 큰 죄를 지어도 떵떵거리며 살고 단지 노상방뇨 한 번 했을 뿐인데 폭도로 몰리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못마땅했던 것. 이 사회에서 모범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곧 사회 부적응자에 다름 아니니 그렇게 취급 받을 바엔 화끈하게 총을 들어 뒤돌아보지 말고 탈선 한 번 해보자는 심산이다.
우리의 주인공이 노리는 표적은 법위에 군림하는 이들과 사회와 타협한 이들. 영화는 <쏜다>라는 제목처럼 우회하지 않고 이를 보여주는데 거칠 것이 없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쳤다고 외쳤으나 이제는 현실과 타협해 적당한 삶을 사는 386세대의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켜 놀려먹을 뿐 아니라 국민은 주인이라고 외치나 실상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형 인물을 등장시켜 이 사회를 개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와 타협하던 법위에 군림하던 비정상적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한 통속인 이 사회. 만수와 철곤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발포한다고 해도 소수자에 불과한 이들이 남기는 흔적이라고는 표면 위에 살짝 긁힌 ‘기스’일 뿐. 카레이싱처럼 진행되던 이야기가 마지막 순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먹먹한 여운을 남기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그런 무기력 때문일까. 이를 대신해 영화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그동안 억눌렸던 무척이나 많은 말과 심정을 토해낸다. 만수와 철곤에만 집중하다보니 주변부 인물과의 조율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극 중간 중간 비추곤 하는 것이다. 어쩜 이렇게 현실의 모습과 닮았는지, 영화가 보여주는 재미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07. 3. 6. <필름2.0>)
호홋, 꼭 봐야죵 ㅋㅋ
그런데 다른 곳 리뷰 나온 거 보니까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