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리뷰] 땅 위의 특수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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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촬영은 항공촬영이나 수중촬영 등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상촬영의 경우, ‘카체이싱’으로 불리는 차량 액션씬이라든지, 시점숏을 얻기 위해 배우들의 몸에 카메라를 장착하는 등의 방식도 특수촬영에 해당한다. 항공촬영에는 멀티콥터나 헬리캠이, 수중촬영에는 하우징 등 카메라 외의 특수 장비가 필요한 것처럼 지상촬영에서도 특수촬영 장비가 필요하다. 오히려 항공촬영이나 수중촬영과 비교하면 지상촬영은 카메라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 더 많은 특수장비가 동원된다.

테크노크레인, 스콜피오 헤드, 스테빌라이저 헤드, 바디캠, 러시안캠 등이 그것인데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이 장비들은 해외에서 구매하거나 직접 제작해 쓰는 경우가 보통이다. ‘서비스비젼코리아’의 이학송 대표는 전자의 방식으로, ‘G.S.B’의 송선대 대표는 후자의 방식으로 특수촬영 장비를 운용한다.

이학송 대표는 <살인의뢰>(2015) <우는 남자>(2014)의 러시안 암, <쎄시봉>(2015) <타짜-신의 손> <신의 한 수>(이상 2014)의 스콜피오 헤드,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의 스콜피어 붐 오퍼레이터, <국제시장>(2014)의 스콜피오 스테빌라이저 헤드, <감기>(2013)의 스콜피오미니헤드, <미스터 고>(2013)의 자이로헤드 등 특수촬영 장비 스태프로만 90편이 넘는 작품에 참여했다.

‘스콜피오 헤드’는 리모트 컨트롤로 작동을 가능케 하는 리모트 헤드의 모델명이다. 스페인의 서비스비전(www.servicevision.es)에서 나온 스콜피오 헤드는 지미집이나 크레인 같은 장비에 달면 무선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최근 개봉작 중에는 <쎄시봉>에 사용됐다. 극 중 음악다방 쎄시봉에서 조영남(김인권)이 공연을 펼칠 때 환호하는 청중들 사이에 스콜피어 헤드를 장착한 지미집을 두고 촬영을 진행했다. 이처럼 스콜피오 헤드는 몹씬에서 활용도가 높아 <타짜-신의 손>의 도박장과 같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장면에 주로 투입된다.

<국제시장>과 <해무>에 사용된 ‘스콜피오 스테빌라이저 헤드’는 수평 보정 기능이 뛰어나 흔들리는 기구 위에서 카메라가 안정적인 장면을 확보하는 데 뛰어나다. 특히 달리는 차량이나 출렁이는 배 위에서의 촬영에 강점을 보여 <국제시장>의 흥남부두 철수 장면에서 피난민들이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올라탈 때, <해무>의 전진호 배경 장면에서 스콜피어 스테빌라이저 헤드가 사용됐다.

<살인의뢰>와 <우는 남자>의 차량 이동씬에 사용된 ‘러시안 암’은 차량의 지붕에 크레인을 설치해 사용하는 장비다. ‘스콜피오 암’으로도 불리지만, 러시아에서 발명했기 때문에 러시안 암으로 통한다. 과거 1톤 트럭에 장비를 달아 차량이 달리는 것처럼 찍었던 것과 다르게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러시안 암에 장착된 ‘자이로 헤드’(일종의 짐벌)가 워낙 균형을 잡는 기능이 좋아 안정적으로 촬영을 가져간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러시안암은 설치하는 시간이 짧고 360도 회전까지 가능해 카메라를 어느 위치든 포지셔닝 할 수 있어 촬영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경제적인 효과 또한 뛰어나다. 실제로 <레드카펫>(2013)의 극 중 에로 감독 정우(윤계상)가 말을 타는 장면에서 러시안 암을 투입해 이틀 분량의 촬영을 하루에 끝마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러시안 암을 비롯해 서비스비젼코리아가 보유한 특수촬영 장비들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이를 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영화사들이 부담을 갖기도 한다는 것이 이학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래서 제작비가 부족하거나 절감하는 차원에서 송선대 대표를 찾는 경우도 있다. 물론 경비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져간다는 것이 장비의 질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특수촬영 장비를 직접 제작하는 송선대 대표의 방식은 국내의 현장 여건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송선대 대표가 직접 특수촬영 제작에 나서게 된 배경은 경제성과 신속성 문제였다. “방송 일을 하면서 외국에서 특수촬영 장비를 들여오려면 돈이 많이 필요했다. 행여 장비에 문제라도 생기면 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었다. 이를 고려해 직접 제작을 하게 됐다.” 제일 처음 만들어 사용한 장비는 <범죄의 재구성>(2004)의 오프닝장면의 차량 액션씬에 투입된 모빌캠이었다. 렉카에 카메라를 올려 촬영하는 기존의 방식은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에 반해 닷지에 크레인을 올려 모빌캠으로 촬영을 하니 더 효과적이었다.

이후 송선대 대표는 <1724 기방난동사건>(2008) <우리집에 왜왔니> <청담보살>(이상 2009)의 바디캠, <국가대표>(2009)의 헬기마운트, <초능력자>(2010)의 자이로캠마운트, <전설의 주먹>(2012)의 MCC, <미스터 고>의  자이로헤드 등 직접 제작한 특수촬영 장비로 많은 촬영현장을 누볐다. 그러면서 송선대 대표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충무로의 맥가이버’ ‘순돌이 아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 개봉작으로는 <빅매치>에서 바디캠을, 그리고 개봉 예정작 중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한 <손님>에서 바디 마운트를 선보였다. <빅매치>의 ‘바디캠’과 <손님>의 ‘바디마운트’의 제작 원리와 사용 방식은 거의 흡사하다. <빅매치>는 가상 세계의 게임 룰을 현실에 옮겨 놓은 추격전이라는 장르 특성상 현장감을 살리기 위한 감독의 주문에 따라 바디를 만들어 배우의 몸에 채우고 카메라를 촬영할 수 있게끔 했다. <손님>은 배우의 몸에 베스트를 채우고 파이프 네 개를 연결, 그 끝에 카메라를 장착해 시점숏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설의 주먹>의 MCC(Motion Camera Control)는 극 중 라이트 쇼가 펼쳐지는 경기장의 관중석이 꽉 차 보일 수 있도록 제작한 장비다. 관중으로 동원된 보조 출연자는 150명. 이 숫자로는 관중석을 다 채울 수가 없었다. 이에 송선대 대표는 무빙 기능이 있는 리모트 헤드를 장착한 짐벌에 카메라를 끼울 수 있게 MCC를 만들어 레일 위에 올렸다. 그런 후 150명의 보조출연자가 원형으로 이뤄진 관중석에서 스무 번 정도를 공간을 옮기면 MCC로 이를 찍는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영상을 합성해 경기장이 관중으로 넘쳐나도록 작업했다.

현재 송선대 대표가 보유한 장비는 스테디캠 AR과 리모트 달리, 자이로헤드 짐벌 정도다. 연구실(G.S.B)과 공장(일우정공)을 운영하지만, 기존 영화에 활용한 특수촬영 장비들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사용했던 장비들은 해체하는 경우가 많고 새로 들어가는 작품에 맞춰 다시 제작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새로이 제작하는 것과는 별도로 기존 장비를 다른 영화에서 활용한다든가 보관을 통해 한국영화의 자료로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학송 대표의 고민은 또 다르다. 그의 장비 라인업은 스콜피오 헤드 1기, 테크노 크레인 2기, 러시안 암 1기, 스테빌라이저 헤드 1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더해 올 4월에는 플라이트 헤드라고 불리는 스테빌라이저 헤드도 들여올 예정이다. 다만 10억 원을 지급하고 사들인 러시안 암처럼 고가의 장비들이다 보니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경제적 여건상 한계가 있다. 영화 현장에서도 특수촬영 장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제작비 여건상 단가를 낮추는 경우가 많다. 아예 사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 영화에만 전념하기는 힘든 상태다. 금융권이나 국가 기관에 대출이나 지원 제도를 알아보고 있지만, 외국 장비에 대해서는 마땅히 접근할 루트가 없다는 게 이학송 대표의 얘기다.

한국영화의 ‘때깔’이 좋아진 배경에는 특수촬영과 특수촬영장비의 지대한 역할이 존재한다. 이를 인정한다면 이제는 이 기술을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지를 논의할 때다.

영화기술
(201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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