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터>(L’enfant d’en ha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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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실라 메이에의 두 번째 장편 <시스터>는 데뷔작 <홈>(2008)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재능이 여전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평범한 이들의 잔잔해 보이는 사연, 면도칼 긋듯 갑자기 닥치는 사건, 그럼으로써 현실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연출 방식은 <시스터>에서도 유효하다.

<시스터>는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12살 소년 시몽(케이시 모텟 클라인)의 사연을 다룬다. 알프스의 스키장 부근에 살며 훔친 스키 장비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것. 감독의 전작 <홈>에서도 집 근처에 생긴 고속도로 때문에 고통 받던 가족이 주변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갔던 것처럼 <시스터>의 남매에게도 도움의 손길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회는 힘없도 돈 없는 이들이 어떻게든 헤쳐 나가야 하는 정글 같은 곳이다. 시몽이 처한 상황은 더욱 최악이어서 부모의 존재는 온 데 간 데 없고 대체 보호자가 되어주어야 할 누나 역시도 이상할 정도로 동생에게 냉담하다. 고립된 시몽의 처지를 반영하듯, <시스터>의 카메라는 인물에게 가깝게 접근하는 대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도움 부재의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다.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 탄 소년>(2011)과 유사하다는 혐의를 받는 <시스터>는 바로 이 점에서 궤를 달리한다. 다르덴 형제였다면 카메라를 시몽과 루이에 밀착해 현실의 엄혹함을 드러냈겠지만 위르실라 메이에는 서로가 좀 더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게끔 지켜보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이 영화의 목적은 인심 메마른 사회를 고발하는 데 있지 않다. 시몽이 전면에 나서지만 제목이 <시스터>인 이유인데, 사실 누나 루이도 극 중간 드러나는 사연에 따르면 버림받은 처지일 따름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건조함에도 불구, 일말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건 이런 설정에 따른 주인공들의 연대감 때문이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몽과 루이 각자가 믿을 건 하나밖에 없는 혈육뿐이다. 이들이 서로를 부정해도 끝내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결말을 접하면 <시스터>가 왜 성장영화로 기능하는지 이해가 된다.

<시스터>의 위르실라 메이에는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잘 알려진 배우들의 출연으로 흥미를 끈다. 루이를 연기한 레아 세이두는 <미션 임파서블4: 고스트 프로토콜>(2011)에서 이단 헌트에 맞선 적국의 비밀 요원으로 낯이 익고, 시몽이 엄마 품을 대신하고 싶어 했던 얀센 부인 역에는 <X파일>의 스컬리 요원, 질리언 앤더슨이 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시몽의 미묘한 심리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1988년생의 케이시 모텟 클라인이다. <홈>에도 출연했던 이 소년은 <시스터>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아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과시한다.

13회 전주영화제 공식 데일리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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