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과 공정위, ‘눈뜬장님화’를 규탄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이 ‘눈뜬장님’일 가능성이 높아 충격을 주고 있다. 문예진흥기금과 <그때 그 사람들>과 관련, 초딩들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뻔한 사안에 대해 눈뜬장님이 아니고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판결을 내린 것.

먼저 공정거래위원회. 지난 2004년 1월을 기해 문예진흥기금이 폐지됐음에도 극장들이 담합해 입장료를 인하하지 않고 부당이득을 취한 것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법대로라면, 지난해부터 극장들은 7,000원이던 입장료에서 문예진흥기금에 해당하는 500원을 인하한 가격 6,500원만 받았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개무시하고 관객에게 여태껏 7,000원을 받아 처먹고 있으니 이는 명백한 부당이득이다.

하지만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를 졸라 열심히 했음에도 특별한 혐의점이 없다”고 당당하게 발표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더군다나 문예진흥기금의 폐지를 전후한 특정 극장의 입장권을 비교해 보더라도 극장측의 얍삽한 탈법행위가 뻔히 드러나는 마당에 무혐의 처리를 내렸으니 스스로가 ‘나 눈뜬장님이요~’라고 실토한 꼬라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법원마저 눈뜬장님 선언을 해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박지만측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때 그 사람들>의 상영금지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원이 생뚱맞게 3분 분량에 해당하는 필름의 삭제명령을 내린 것이 발단이다.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이라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건, 왜.와이.뭐땀시롱 박지만 측이 지적한 특정 장면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부마항쟁과 박정희 전 대통령 장례식 다큐멘터리 장면 등에 대해 삭제명령을 내렸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판사가 눈뜬장님이었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가능했다는 논리를 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소송인이 제기한 장면과 코딱지만큼의 상관도 없는 다큐장면을 들어 “현실과 픽션을 혼동할 염려가 있으니 삭제하라”는 등의 종로에서 닭발 먹고 영등포 와서 오리발 내미는 사운드를 지껄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을 내린 당사자들이 과거 박정희 독재시절 해온 짓거리가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삭제명령을 내렸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허나 국민을 만만한 홍어 거시기로 알고 있다면 모를까 어찌 감히 국민의 종이랄 수 있는 정부기관에서 국민의 볼 권리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는가. 에이, 설마 그럴 리야 있겠어…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판결이 무효라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소리 높여 외치는 바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의 ‘눈뜬장님화’를 규탄한다!

*필자는?

딴지일보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 되는 대로 영화관 들락거리기 수십년. 이제 눅눅해진 팝콘만 먹어도 어떤 영화관인지 알아내는 고수가 되었다.

(2005. 3. 6. <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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