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The S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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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는 뛰어난 스파이가 국가의 운명이 걸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아무 것도 모르는 부인이 끼어들면서 좌충우돌한다는 이야기다. 액션과 코미디와 사랑과 가족애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스파이>는 철저히 추석 시즌을 겨냥한 영화다. 모름지기 추석영화란 이런 것이라는 태도로 재미 하나만 바라보며 질주 또 질주한다. 매 장면 볼거리든, 웃음이든, 감동이든 관객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꽉꽉 채워 넣는 것이다. 여기에 이야기의 개연성이나 캐릭터 간의 당위성 따위가 들어갈 틈은 눈곱만큼도 없다. 내러티브상의 비약과 우연이 남발돼도 오락제일주의로 무장한 <스파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투다.

그러다보니 장면들을 이어 붙였다기보다는 기워 넣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리티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스파이>를 보고 있으면 오버랩 되는 작품들이 꽤 된다. 스파이와 남편 사이를 오가며 위태롭게 테러에 맞선다는 설정은 <트루 라이즈>(1994)를, 각종 첨단 무기들을 볼거리화 하는 전략은 <미션 임파서블>과 <00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것이다. JK필름의 영화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예컨대, <해운대>(2009)는 <투모로우>(2004)를, <퀵>(2011)은 <스피드>(1994)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하며 한국관객들을 공략했다.

흥행에서는 성공했다지만 보고 나면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JK필름이 발표한 대다수의 영화들을 보면 할리우드가 만든 장르의 틀 안에서 한국 배우들이 연기를 ‘연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현실에 지친 관객에게 재미와 활력을 주기 위한 방법이라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힘들다. 관객에 대한 위안이 항상 1차원적인 코미디를 통해 이뤄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도 이와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것이다.

맥스무비
(20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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