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2>와 에케 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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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여느 슈퍼 히어로와 다르게 얼굴 전체를 가면으로 가려 정체를 철저히 숨기려 한다. 아이언맨도 그렇지만 토니 스타크는 대중에게 자신의 슈퍼히어로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배트맨은 얼굴의 하관이 드러난 형태이니 눈썰미가 있는 이들이라면 정체를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래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가면의 정체가 드러날 때다. 이를 미학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경우는 <스파이더맨 2>(2004)의 샘 레이미였다. 샘 레이미는 ‘에케 호모 ecce homo’의 개념을 적극 끌어 들여 스파이더맨을 설명한다.

에케 호모는 ‘이 사람을 보라’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스파이더맨 2>의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스파이더맨이기 이전 방세를 구하기 위해 피자 배달을 하는 ‘알바생’이었고 그로 인해 수업에는 늦어, 연애도 맘대로 하지 못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슈퍼맨과 같은 면모를 기대했던 대중에게 앳된 얼굴의 피터 파커는 ‘88만원 세대의 슈퍼히어로’에 다름 아니었다.  

대학생 피터 파커는 기성세대가 거미줄처럼 쳐놓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연명하는 신세였다. 그러니 슈퍼 히어로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에케 호모의 또 다른 의미는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 받는 예수’다. 영화의 결말, 폭주하는 지하철을 막기 위해 십자가에 몸을 기댄 형태로 이를 막아내는 스파이더맨에게서 박해 받는 예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아니나 달라, 지하철을 막던 중 힘에 지쳐 정신을 잃은 스파이더맨은 닥터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에게 가시 면류관과 같은 철사에 묶여 해리(제임스 프랑코)에게로 전달된다. 해리는 아버지의 죽음이 스파이더맨의 책임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차, 가면을 벗기기에 이른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는 귀도 레니가 그린 <에케 호모>라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 예수의 모습에서 기성세대에게 박해 받아, 친구에게도 배신을 당하는 피터 파커의 얼굴이 겹쳐진다면 너무 오버일까.

맥스무비
(201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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