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생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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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의 <링컨>에 대해서 잘 만든 영화라고는 생각하지만 몰입해서 볼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워낙 우리와는 동 떨어진 미국의 역사였기 때문에 그냥 관전 혹은 방관하는 자세로 보게 된 게 주된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정말 가슴 절절히 와 닿는 부분이 한군데 있었어요. 토미 리 존스가 연기한 태디어스 스티븐스의 가족사였습니다.

태디어스 스티븐스는 미국 공화당의 급진파 의원으로, 노예제도 폐지에 한 평생을 바친 인물입니다. 보는 내내 좀 의아했던 인물이었어요. 흔히들 공화당에 대해서는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 당에 속한 스티븐스가 노예제 폐지와 같은 진보적인 법안을 지지한다니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공화당이 오히려 더 진보적인 정당이었을 뿐 아니라 <링컨>의 결말부에 반전처럼 밝혀지는 내용인데, 태디어스 스티븐스의 부인이 바로 흑인이었던 겁니다. 국가의 미래라는 대의를 위한다기보다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노예 제도 폐지를 주장했던 거죠. 전 이 부분이야말로 <링컨>이 ‘정치영화’로서 굉장히 뛰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링컨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링컨의 전기물과는 거리가 멀죠. 그가 극 중에서 보여준 노예제 폐지에 대한 의지는 선의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노예제 폐지를 이용한 면이 있다는 것을 <링컨>은 보여줍니다. 링컨은 미국의 통합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전쟁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죠.

그에 반해 스티븐스의 노예제 폐지는 국가를 지우고 순전히 개인사에 입각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순수합니다. 하지만 실제 정치는 절대적인 힘과 다수의 의견이 우위에 서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노예제 폐지와 관련, 역사적으로 기억되는 인물은 스티븐스가 아니라 링컨이죠. 그래서 현실 정치는 폭력이 정당화될 만큼 위험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저 역시도 정치는 스티븐스와 같은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는 나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비로소 중요하고 적극적인 것이 되는 거죠. 정치는 결코 정치인들의 것이 아닙니다. 정치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것이 되었기에 지금처럼 비극적인 상황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현실 정치’라는 말보다는 ‘생활 정치’라는 말을 지지하는데요. 저에게 정치는 국가 발전이나 당의 행복이 아니라 제 생활의 개선과 관련이 있습니다. 정치가 곧 생활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말 한 마디가, 사소한 행동 하나가 정치가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고요.

스티븐스도 그랬을 거예요. 당의 목적에만 따랐다면 그는 결코 노예제 폐지를 주장할 수는 없었겠죠. 전 스티븐스의 존재 자체가 뻔한 전기물이나 미국에 대한 신화로 흘렀을 법한 <링컨>을 좀 더 다른 차원의 정치 영화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아마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위대한 감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죠. 저에게 <링컨>은 링컨이 아니라 스티븐스에 대한 영화였습니다.

6 thoughts on “<링컨>의 생활 정치”

  1. 스티븐스의 아내 장면은 실은 정치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당파성이 아니라 정말 누군가를 진정 위하는 마음말이죠~

    1. 그러니까요, [링컨]의 제목은 사실 [스티븐스]인 거였죠 ^^ 그래서 생활정치가 중요한 거겠죠. 그런데 우리 부모님은 왜 어울리지 않는 당을 응원하는 것인지 ㅋㅋ

  2. 음.. 노파심에 몇줄 적어봅니다.
    일단 스티븐스 의원의 부인은 흑인이 아니였구요,
    그리고 당시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진보적 위치에 서있었습니다.

    1. 안녕하세요 과객님 처음 뵙겠습니다. ^^ 근데 스티븐스 의원의 부인이 흑인 아니었나요? 전 영화 속 내용으로만 이해를 해서요 ^^; 혹시 알려주신다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본문에서 제가 오해할 만하게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예, 영화 속에서도 보이듯이 당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진보적이었음이 잘 드러나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하였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3. 허허 공화당이 보수적이라.. 지금이야 그렇지만 링컨 자신이 공화당 소속으로 노예제 폐지를 이룬 것은 공화당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가장 진보적인 정당이었죠.

    1. 안녕하세요 하하님 처음 뵙겠습니다. ^^ 안 그래도 다른 분꼐서도 지적을 해주셔서 댓글을 달았는데요. 예,하하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오해를 할 만하게 적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수정하겠습니다.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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