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윈스턴 캐릭터 예술 학교 Stan Winston School of Character Arts’라는 데가 있다.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크리쳐 아티스트인 스탠 윈스턴(<에일리언> <터미네이터2> <아이언맨> 등)이 설립한 일종의 특수효과 인재양성소다. 스탠 윈스턴 캐릭터 예술학교의 페이스북에는 이곳에서 수학한 학생 들이 제작한 흥미로운 크리쳐, 특수효과 이미지가 매일 같이 올라온다.
2012년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디즈니가 지난해 <스타워즈 : 에피소드7>(이하 ‘<스타워즈7>’)의 연출자로 J.J. 에이브럼스를 최종 낙점하자 스탠 윈스턴 캐릭터 예술 학교 페이스북에는 관련한 재미난 이미지가 올라왔다. J.J. 에이브럼스의 명패가 붙은 사무실 문 앞에서 클론트루퍼가 막 노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벽 너머에서 더 많은 클론트루퍼 들이 이 광경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의 제목은 ‘우린 벌써 촬영할 준비가 됐다고요. 감독님은요? We’re ready for our Close-Up. Are you?’이다. 새로운 감독에게 잘 보이려는 클론트루퍼의 심정을 코믹하게 묘사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에 대한 철저한 비밀을 고수하는 에이브럼스의 특징을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그처럼 <스타워즈7>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추측만이 난무할 뿐인데 드디어 캐스팅 소식과 촬영 일정 확정 등 <스타워즈7>의 출격을 알리는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개중 신빙성이 높은 정보 몇 가지를 종합해 과연 <스타워즈7>과 이후 시리즈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관련자들의 가상의 대화를 통해 알아본다.
에피소드1 – 조지 루카스의 귀환
캘리포니아 버뱅크, 월트 디즈니 본사의 밥 아이거 CEO 사무실
밥 아이거(디즈니 CEO, 이하 ‘밥’) : 루카스필름을 저희에게 넘기신 건 잘 한 선택입니다. 마블과 픽사도 이 손안에 있소이다. 하하하
조지 루카스(<스타워즈> 전(前)감독, 이하 ‘조지’) : 새로운 세대에 어울리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위해서도 잘 된 일이죠. 물론 제 참여도 보장해주시는 거죠?
밥 : 그럼요, <스타워즈> 아버지이신 걸요. 그런데 말이죠…
조지 : 알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메가폰 잡을 생각 없습니다. 대신 제가 구상한 새로운 삼부작에 대한 트리트먼트가 있습니다.
밥 : 좋습니다. 그 트리트먼트까지 우리가 인수하죠. <스타워즈7>부터는 프로듀서로 참여해주세요. 이야기에 대한 조언, 물론 환영입니다. 그럼 프로듀서 크리에이티브가 되겠네요.
조지 : <스타워즈 에피소드4 – 새로운 희망>(1977) 촬영 전부터 ‘에피소드12’까지 생각해뒀어요. 튀니지에서 촬영할 때 이미 마크 해밀에게 ‘에피소드9’에 카메오로 참여해달라고 얘기까지 해둔 걸요.
밥 : 조지, 잠시 만요. (뒤에 배석하고 있는 비서 들을 향해) 자네들은 잠시 내 사무실에서 나가주겠나?
조지 : 이런, 극비로 얘기해야 될 사안을 제가 흥분해서 그만, 허허허
밥 : 그 기분 잘 알죠. 아버지들이야 제 자식 자랑에는 팔불출이잖아요. 비서 들 나갔으니 더 자세히 말씀해보시죠.
조지 : <스타워즈7>은 <스타워즈 에피소드6-제다이의 귀환>(1982)의 20~30년 후를 배경으로 할 겁니다. 제다이 기사가 되기 전 루크 스카이워커의 여정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고요. ‘에피소드8’에서는 레아 공주와는 별개로 루크의 새로운 여자 형제도 등장할 겁니다. 루크와 관련한 멜로 라인도 새롭게 손을 봤고요.
밥 : 그럼 마크 해밀을 대신해 루크 역할을 맡을 젊은 배우를 캐스팅해야겠군요.
조지 : 물론이죠. 하지만 마크 해밀을 비롯해 해리슨 포드(한 솔로)와 캐리 피셔(레아 공주)도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삼부작에 출연할 겁니다.
밥 : 그럼 이 세 명의 역전의 용사들과 젊은 배우 들이 맡게 될 마크, 한, 레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관건이겠군요.
조지 : 그걸 아주 잘 하는 친구가 있지 않습니까?
에피소드2 – 에이브럼스, 새로운 희망
로스앤젤레스 산타모니카, 제작사 배드로봇의 J.J. 에이브럼스 사무실
밥 : 제이, 자네가 꼭 이 프로젝트를 맡아줬으면 했네. <스타트렉> 시리즈도 멋지게 부활시키지 않았나.
J.J. 에이브럼스(<스타워즈> 현(現)감독, 이하 ‘제이’) : 제가 <스타트렉> 시리즈는 거의 문외한인데 <스타워즈> 시리즈는 전부 챙겨볼 정도로 열혈 팬이었거든요. <스타트렉3> 연출도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왜 접니까?
밥 : 경쟁자가 많았지. 스티븐 스필버그, 피터 잭슨, 크리스토퍼 놀란, 조스 웨든, 벤 애플렉, 기예르모 델 토로, 제임스 카메론, 브래드 버드, 매튜 본 등이 물망에 올랐었네. 조지 루카스 씨가 젊은 세대를 대표할 만한 감독이 맡아야 한다면서 자네를 강력 추천했네. 당신이 이제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아버지네!
제이 : 하지만 전 <스타워즈7>을 디지털로 작업할 생각이 없습니다. ‘에피소드 4,5,6’ 당시의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밥 : 구체적으로 잡은 계획이 있나?
제이 : 35mm로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IMAX 촬영을 할 겁니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시도를 했었는데 거대한 우주 공간에서의 액션을 보여주는 데는 IMAX만한 게 없더라고요. IMAX로 촬영한 ‘밀레니엄팔콘’을 상상해보세요.
밥 : 야~ 벌써부터 흥분되네. 루카스 씨도 마음에 들어 할 걸세.
제이 : 루카스가 쓴 트리트먼트를 토대로 작가 마이클 안트가 <스타워즈7>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밥 : 마이클 안트라면 <토이 스토리3> <오블리비언> 등을 작업한 친구 아닌가. 근데 우리 디즈니 입장에서는 선과 악이 분명한 이야기를 원하는데 그 친구는 그보다는 회색 빛 스토리를 만드는 데 더 능숙하지 않나?
제이 :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피소드 4,5,6’의 세계관과 주요 캐릭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새로운 <스타워즈> 삼부작으로 구상할 예정이니까요.
밥 : 그거 참 다행이네.
제이 : 루크 스카이워커는 30~40대로 설정을 했고요. 그의 아이들도 등장합니다. 다스 베이더의 제국군을 새로 조직했고요. 존 윌리엄스의 음악도 그대로 쓸 겁니다. 참, 마크 해밀과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의 등장 장면도 멋지게 구상해놨습니다.
밥 : 마크 해밀과 캐리 피셔는 벌써 몸만들기에 들어갔다네. 지금 다이어트 중이야.
제이 : 캐스팅도 거의 마무리됐으니 이제 촬영할 일만 남았군요.
밥 : 촬영 장소는 정했나?
제이 :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정보가 새나갈 위험이 있으니 영국이 어떨까합니다.
에피소드3 – 디즈니의 역습
캘리포니아 버뱅크, 월트 디즈니 본사의 알란 혼 회장 사무실
알란 혼(디즈니 회장 이하 ‘알란’) : 제이와의 이야기는 잘 마무리됐나?
밥 : 다행히 조지 루카스 씨의 트리트먼트와 주요 캐릭터 들을 모두 이어받는다고 하는군요. 근데 단순한 선과 악 얘기는 아닐 것 같아요.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주인공의 도덕적 혼란과 판단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듯합니다. 그 부분이 좀 우려스럽습니다.
알란 : 그 정도까지는 괜찮네. 중요한 건 새로운 세대 뿐 아니라 기존 팬들이 향수할 만한 요소들이 모두 등장한다는 거니까. <스타워즈7>을 시작으로 ‘에피소드8,9’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스핀오프 시리즈까지, 2015년부터 매년 한 편씩 공개할 생각이라네.
밥 : 스핀오프로 염두에 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알란 : <스타워즈>야 캐릭터의 보고 아닌가. 요다도 괜찮고, 자바 헛이나 보바 펫도 인기가 많지 않나?
밥 : 한 솔로의 젊은 시절은 어떤가요?
알란 : 아무렴 어떤가. 이제 우리는 <스타워즈> 시리즈 사업으로 돈만 쓸어 담으면 된다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