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 한국을 지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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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슈퍼히어로들에게는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개봉 대기 중인 작품이 무려 10여 편에 달한다. 2012년 역시 마찬가지다. 이게 다 시절이 하수상하기 때문이다. 시궁창처럼 병균이 득세하는 세상, 스스로 해충박멸 세스코가 되어 지구를 정화해보겠다고 오늘도 불철주야 슈퍼히어로 니들이 고생이 많다. 다만, 한국도 잘 살아보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좀 빌려다오. 그런 염원을 담아 날로 흉악해지는 우리 사회 각계에 필요한 슈퍼히어로는 누구인지, 개봉 예정인 슈퍼히어로 영화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그린 호넷> 개념상실 재벌들을 말려줘요

모 재벌2세의 ‘맷값’ 폭행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인수 합병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약속 받지 못한 직원이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야구 방망이 맷값 한 대당 1백만 원씩 총 2천만 원 어치를 때린 혐의다. 사실 재벌가의 서민 폭행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몇 해 전 모 그룹 회장님께서도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을 찾아가 머리통에 맥주병을 냅다 휘두를 적이 있다. 물론 회장님께서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은 건 아니다. 며칠 망신당한 후 합의 본 걸로 끝이었다. 우리 사회의 재벌폭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건, 그래서다.

그런 이유로 ‘슈퍼히어로여, 한국 재벌가의 버릇 좀 고쳐줘요’ 호소하려는 건 아니다. 총알도 튕겨내는 첨단 소재의 쫄쫄이 유니폼에, 빌딩 하나 쉽게 날려 보낼 수 있는 무기 아이템에, 지금은 돈 많은 재벌들이 슈퍼히어로가 되는 시대다. <그린 호넷 3D>의 브릿 레이드(세스 로건) 역시 망나니 생활로 인생을 탕진하던 재벌2세 출신이다. 돈 뿌려대는 것이 유일한 존재 이유였던 그는 언론사 재벌 아버지의 죽음이 개과천선의 계기가 되어 그린 호넷으로 변신, 천하의 나쁜 놈들을 처단하는 슈퍼히어로로 맹활약하기에 이른다.

슈퍼히어로의 운명이 그렇듯, 재벌2세도 부와 명예를 갖고 태어난, 말 그대로 선택받은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사람 패는 데 사용하지 말고 하루살이도 벅찬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사용한다면, 재벌도 존경받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로 거듭나리라.


<메가마인드> 모두 함께 잘 살아보세

화목하게 TV를 보던 한 가족이 불시에 몰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파를 전해준 적이 있다. 14년의 수감생활 끝에 사회에 복귀한 범인이 근처 가정집에서 흘러나온 웃음소리를 듣고 자신의 처지와 비교된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일명 ‘신정동 옥탑방 살인 사건’이다. 그렇게 인간은 처한 환경에 따라 극과 극의 행동을 펼쳐 보이기 마련이다.

<메가마인드>는 슈퍼히어로 영화치고는 좀 별나다. 슈퍼 나쁜 놈이 주인공 슈퍼히어로와 같은 비중을 차지한다. 메가마인드(윌 페럴 목소리 출연)는 태어날 때부터 악당은 아니었다. 외계행성에서 메트로맨(브래드 피트)과 함께 지구로 입양됐지만 메가마인드는 하필 교도소의 수감자 손에서 키워지는 바람에 슈퍼 나쁜 놈이 되고야 만다. 그에 반해 메트로맨은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며 존경받는 도시의 슈퍼히어로로 성장한다.

<메가마인드>가 주는 교훈은 결국 환경에 지배받는 인간의 본성이다. 태어날 때는 모두 평등하지만 속한 환경에 따라, 조직의 성격에 따라 계급이 나눠지고 운명이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적합한 환경의 조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정동 살인사건의 경우, 범행이 벌어지기 이전 좀 더 관심을 갖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회 적응 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일이다. 사회의 균형은 흑백을 나누는 것이 아닌 공존을 추구할 때 가능해진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부드럽게 설득해 보아요

한국 사회가 과거와 달리 다양성에 관대해졌다고 하지만 소수자에 대한 박해와 멸시, 무엇보다 편견은 여전하다. 일례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의 동성애에 대한 일부 안티 팬들의 거부 반응은 소수자에 대한 인식의 후진성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 ‘내 아들이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되어 에이즈 걸리면 책임져라!’ 등등. 이런 거 그냥 놔두면 국가의 병 된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남들과 다른 능력을 지녔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매그니토X’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매그니토’ 에릭 렌셔(마이클 패스빈더)의 일종의 수난기다. 다만 다수의 폭력에 좌절하지 않고 사회의 편견을 바로 잡자며 의기투합하는 이들의 활약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흩어진 소수들이 하나를 이룰 때 비로소 저항의 불꽃을 지필 수 있다는 것.

유의할 점은 너무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일 경우,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무식에는 약도 없다지만 그것을 빌미로 편을 가르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은 편견을 더 키울 뿐이다. 다시 말해,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소수의 권리 획득은 물론이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수의 설득까지 이뤄낼 수 있는, 프로페서X의 강경책이 아닌 유화책을 주장하는 매그니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인 것이다.


<그린 랜턴> 김정일 부자 잡아가면 안 되겠니


슈퍼히어로의 중요 임무가 세계 평화라고 한다면 지금 그 도움이 절실한 곳은 바로 한반도다.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불거진 남북 대치 상황은 3차 대전의 화약고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단순히 남과 북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힘을 분할한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의 위기일 뿐 아니라 우주의 균형을 위협하는 전 우주적 위험요소라 할 것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히어로가 있으니, 바로 <그린 랜턴>이다. ‘그린 랜턴’은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는 슈퍼히어로 집단을 지칭한다. 특히 초록색 유니폼은 물론 초록빛 반지의 도움을 얻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정은 이들이 하나뿐인 인간의 별 지구와 운명 공동체로 묶여있음을 말없이 웅변한다. 그래서 영화는 지구 평화에 균열을 가하려는 나쁜 놈에 맞선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즈)의 활약을 그린다.

그래서 말인데, 만약 흥행에 성공해 속편이 제작된다면 그린 랜턴이 처리해야 할 차기 나쁜 놈으로 북한의 김정일 부자를 선정해줄 것을 이 필자 강력히 요청하는 바이다. 권좌 세습에만 급급해 인민의 배고픔과 삶의 고통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비싼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지를 않나, 무고한 남한 주민마저 공포에 빠뜨리는 이들이야말로 지구를 넘어 우주 평화를 위협하는 천하의 몹쓸 놈들이 아니겠는가. 그린 랜턴,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줘요~


<토르> 국회의원 심판할 망치 좀 빌려줘요

여의도 국회에 마련된 특설 링에서는 허구한 날 국민을 핑계로 지들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국회의원(을 가장한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태그매치가 한창이다. 종목도 다양해, 예산안 날치기에, 의장석 탈환 몸싸움에, 피범벅 주먹다짐까지, 신이 존재한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사당에 거대한 번개라도 쏴달라고 빌고픈 심정이다. 이거야 원 국회의원 창피해서 외국사람 볼 면목이 있어야지. 그런 한국 국민들의 울화통과 같은 한숨이 미국에까지 전해졌는지, 할리우드에서는 그리스 신화 ‘번개의 신’을 모티브로 한 <토르>가 개봉한다.

<토르>는 난폭하고 오만한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가 정의의 사도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았다.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 지구로 추방당한 후 평화를 위해 헌신을 다하는 것. 지구를 침공한 나쁜 놈들에 맞서 토르는 ‘묠니르’라 불리는 망치를 도끼로 나무 패듯 휘둘러 적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린다. 그러니까, <토르>에서는 주인공보다 묠니르의 역할이 더 중요해 보인다. 그래서 싸움질만 일삼는 우리의 정기국회를 볼 때마다 묠니리를 며칠만 대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정신머리를 안드로메다로 출장 보낸 국회의원들의 머리통을 묠니르로 ‘뿅~’ 정의의 이름으로 우리 국민들이 심판하리라.


<스파이더맨 리부트> 대학 등록금 인상을 막아줘요

등록금 인상의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만 같은 대학들의 횡포에 우리 학생들은 물론 부모님들의 등골이 펴질 날이 없다. 아침엔 신문배달, 저녁엔 과외 뛰고, 쫓기는 사람처럼 대출 통장 보면서, 캠퍼스를 가득 메운 학생들 한숨소리, 어깨를 늘어뜨린 부모님, 디스 이즈 더 대학생 라이프! 사회로 진출하기 전부터 대출인생에 저당 잡힌 학생들의 부조리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걸까?

2012년으로 개봉이 예정된 <스파이더맨 리부트>는 샘 레이미에서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으로 연출을 갈아치우고 피터 파커 역에 앤드류 가필드(<소셜 네트워크>의 왈도)를 새로 영입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파커는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음에도 등록금 마련하기도 힘든 가난뱅이 대학생 신세인 것인 여전하다. 그럼에도 세기의 슈퍼히어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이 그러거나 말거나 정의 사회 구현에 대한 의지가 현실을 압도한 까닭이다.

우리의 학생들 역시 지금은 어른세대가 만들어놓은 현실의 덫에 힘든 나날이겠지만 대신 장밋빛 미래로 바꿀 몫은 그대들에게 달려있다.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교육을 볼모로 등록금 장사에 한창인 대학이 비록 지금은 그대를 속일지라도 학생들은 좌절하지 말지어다. 스파이더맨을 본받아 이 ‘꽃’ 같은 현실을 갈아엎어줄 정의의 사도로 성장해 도를 넘어선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걸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슈퍼맨: 맨 오브 스틸>


한국영화가 흥행에서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지만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만큼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형 슈퍼히어로 영화로 선전되며 호방하게 등장했던 <초능력자>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역부족이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조종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슈퍼히어로라고 불리기엔 스케일이 빈약했고 상상력은 뜨악한 면이 없지 않았다.

<300><왓치맨>의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고 2012년 12월로 개봉 일을 박은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으로 돌아간다. 어떻게 슈퍼맨이 민중의 지팡이로 서게 됐는지 그 과정을 쫓아가는 것. 초심으로 돌아가 각종 ‘맨’들의 시초라 불리는 슈퍼맨의 위상을 다시금 확립하고, 무엇보다 시리즈의 전작 <슈퍼맨 리턴즈>(2006)에서 잃었던 대중의 사랑을 되찾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할리우드도 그렇지만 한국 또한 몇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도전을 놓지 않는 이유는 삶에 지친 관객을 위무하기에 이만큼 좋은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통쾌한 삶을 대리해줄 슈퍼히어로로 관객을 이목을 끌기 쉽고 더군다나 흥행에 성공하면 원소스 멀트 유즈가 가능한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하여 충무로는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빛나는 공식을 한국 정서에 맞게 되살려 관객 공영에 이바지할 ‘코리언 슈퍼히어로’의 창조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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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ENA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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