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명 감독
임진순 감독은 6년 전, 지금은 배우 ‘김정태'(<간기남><드림 하이2>)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친구 김태욱과 함께 부산영화제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당시 연출 데뷔가 쉽지 않았던 임진순과 무명배우 시절을 보내던 김정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꼴이 말이 아니었다. “(김)정태가 우리가 지금 겪는 일들이 영화 같다며 시나리오로 써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얼마 후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면서 임진순은 <슈퍼스타>를 준비하게 됐다.
<슈퍼스타>는 자전적인 경험인 만큼 실제 부산 여행과 영화적 설정이 가미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띤다. 김정태가 본명으로 출연하며, 임진순 감독은 진수라는 이름으로 <낮술>의 송삼동이 연기한다. 여기에 부산영화제의 파티 장면과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가 끼워들면서 <슈퍼스타>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로 기능하는 것이다. 험난한 영화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그들의 경험을 바탕삼아 독립영화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다.
<슈퍼스타>는 실패한 경험이 주가 되지만 극 중 분위기는 화창한 날의 해운대 모래사장처럼 쾌청하다. 즉, 이 영화는 임진순 감독이 본인에게, 그리고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목소리다. 어제는 힘들었지만 내일을 위해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 “<슈퍼스타>를 만들면서 어릴 적 영화에 대해 품고 있는 순수가 다시 떠올랐어요. 이를 계기로 힘을 추스르게 됐죠. 쑥스러운 한편으로 뿌듯한 영화예요.”
내일은 슈퍼스타
임진순 감독은 사실 <슈퍼스타>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연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나리오 초고는 벌써 5년 전에 완성한 상태였고 그 당시 <그 남자 흉폭하다>라는 제목의 상업영화도 투자를 마치며 척척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슈퍼스타>까지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됐으니, 임진순 감독으로써는 “두 개 다 찍으면 되겠구나.” 잘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남자 흉폭하다>가 캐스팅 문제로 난항을 겪는 사이 비슷한 콘셉트의 <아저씨>가 원빈을 주인공으로 하여 촬영에 들어가면서 임진순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는 없었던 일이 됐다. 그런 점에서 <슈퍼스타>는 그에게 분기점 같은 영화다. “8년 정도 상업영화 쪽에서 일을 하다가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슈퍼스타>를 만들고 나니 영화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어요.” <슈퍼스타>를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의지를 다지게 된 것”이다.
임진순 감독은 원래 장르영화를 좋아한다. <그 남자 흉폭하다>가 그랬고, 지금 준비 중인 작품이 그렇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시간 안에 생사를 건 사람들의 추격전을 다룬 ‘언스탑 체이싱 액션’이다.” 상업영화이니만큼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미와 흥미 위주로 만들 계획이다. 잘되면 좋겠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슈퍼스타>를 통해 주어진 상황과 조건에 맞는 영화 만들기를 익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임진순 감독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병행하며 계속해서 감독으로 살아남을 생각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