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Hide and S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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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숨바꼭질>은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살고 있다는 ‘숨바꼭질’ 괴담을 차용한 이야기다. 허황된 이야기로 흐르지 않는 건 이에 더해 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이한 욕망을 결합하기 때문이다. 성수(손현주)는 성공한 남자의 표상이다. 멋진 카페를 운영하며 가족과 함께 넓은 평수의 고층 아파트에서 단란하게 살고 있다. 그의 완벽한 세계에 균열이 생기는 건 안 좋은 연유로 실종된 형의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급기야 가족 주변에 불길한 사건이 터지면서 성수는 형을 찾아 나선다.

‘여기 우리 집이야’ <숨바꼭질>의 주제는 이 한 문장으로 축약된다. 극 중 발생하는 사건의 원인은 모두가 집 때문이다. 한국에서 집은 사회적 계급을 상징하는 하나의 표식이다. 이와 같은 의식이 너무 노골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재개발 지역에서 초고층아파트로 계급(?)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허정 감독이 갖는 문제의식은 이미 단편 시절부터 정평이 나있다. 올해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주희>는 <숨바꼭질>에 앞서 집을 향한 엇나간 욕망을 중학생의 시점으로 그린 적이 있다.

<주희>에서 중학생이던 주희는 <숨바꼭질>에서 아이를 가진 성인(문정희가 연기했다.)으로 등장하는데 그래서 이 영화가 폭발시키는 공포 효과는 여름 한 철을 노린 졸속 공포 영화의 그것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귀신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 대신 집을 향한 광기에 가까운 욕망이 공포를 자아내며 시각적으로도 밤 대신 낮 장면이 압도적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자아내는 무서움은 줄어들지 않는다. 꽤 많은 장점을 지닌 영화이지만 연출의 밀도는 가진 재료만큼이나 촘촘한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특정한 욕망을 괴담과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무리한 전개가 종종 눈에 띄고 그러다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연출의 리듬이 현저히 떨어지는 건 분명 약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병적인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아쉬움 또한 짙게 남는 것이다.

맥스무비
(20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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