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깨면 집에 가자>(酔いがさめたら、うちに帰ろ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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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모시다 유타카의 자전적 소설 <원더링 홈 Wandering Home>을 영화화한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제목만큼이나 귀여우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영화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흔히 말하는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는 과정이 소개되지만 처절하기보다는 다소 코믹하게 묘사된다. 그것이 결국 가족의 화합을 위한 것임이 강조되는 후반부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만드는 것이다.

야스유키(아사노 타다노부)는 오늘도 잔뜩 술이 취한 상태로 집에 들어왔다가 피를 토하고 만다. 알코올 의존’중’증이지만 술을 끊는 게 맘처럼 쉬운 게 아니다. 몸도 몸이지만 술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도 그를 괴롭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알코올 의존증이 얼마나 심하면, 의사가 죽음에 거의 한 발짝을 걸쳐놓은 것이나 진배없다는 진찰 결과를 내릴 정도다. 이번 기회에 야스유키는 완전히 술을 끊고 가족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입원을 자처한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주변에 끼치는 피해는 끔찍할 정도지만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야스유키에게 고까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것이 어디 한 개인만의 잘못일까. 영화는 그 원인을 콕 집어서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가정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술만 마시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끔찍한 어린 시절, 카메라 종군기자로 전쟁의 잔인함을 지근거리에서 목격했던 일화 등을 소개하며 야스유키가 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암시를 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니까, 알코올 의존증은 야스유키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다. 주변 환경이 그를 술로 몰아간 것처럼 술독에 빠진 야스유키를 구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만큼이나 주변의 도움 역시도 절실하다. 야스유키의 사연이 중심에 서지만 그의 부인 유키(나가사쿠 히로미)를 비롯해 병원의 동료들 한 명 한 명을 비중 있게 다루는 것도 이 영화가 의도한 바에 부합한다. 이를 염두에 둔다면 남편의 음주 때문에 이혼한 사이면서 거리를 유지하기는커녕 살갑게 구는 유키의 태도가 이해 가능해진다.

유키는 술 때문에 말썽을 피우는 남편에게 왜 미련을 버리지 못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아무리 비참한 인생이라도 살아있는 게 좋아” 야스유키를 연기한 아사노 타다노부는 주로 사회 중심에 편입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역할을 주로 맡아왔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상황으로 놓고 보자면 가장 바닥으로 떨어진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아사노 타다노부는 그의 연기 커리어에서 가장 풍부한 표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언제 아사노 타다노부가 화통하게 웃어 제치는 연기를 본 적이 있던가.

그것이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한 극 중 야스유키의 과장일지 모르지만 긍정의 태도는 보다 생산적인 삶을 이어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단, 그것이 노력에 그쳐서만은 안 될 것임은 이 영화의 제목이 단정적으로 예시한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라는 제목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술이 깬 후 집에 가서 가족을 괴롭히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고, 알코올 의존증을 고쳐야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죽음을 앞둔 야스유키가 가족들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좀 더 희망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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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65

“<술이 깨면 집에 가자>(酔いがさめたら、うちに帰ろう。)”에 대한 7개의 생각

  1. 경미한(!) 수준의 알콜의존증으로 짐작되는 친한 팀원들랑 같이 보러 가기로했어요. 한동안 미유키랑 세이초만 읽다가 쉬는 텀인데 아저씨 글애서 그들 냄새가 나요!

    1. 옷! 그럼 저는 나중에 한국의 미미 여사 아니면 세이초 옹이 되는 건가요? ^^; 농담입니다~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려요 ^^

  2. 앗 이 리뷰 보고 영화 보고 싶어져서 기왕이면 남웅님 토크 하실 때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다른 일이 생겨서 놓쳤네요. 아 아쉬워라!

    1. 예,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관객 분도 많았고 시네토크 참여하신 분들도 호의적이어서 분위기도 좋았거든요. 영화도 좋으니까요, 언제 시간되면 꼭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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