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깨면 집에 가자> 히가시 요이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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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자(극 중에서 표현하길,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묘사한 영화가 있었던가.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술이 깨면 집에 가자>는 알코올 의존증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한 남자가 가족과 재결합하기 위해 갖는 재활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바라보는 히가시 요이치 감독에게 서면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가모시다 유타카의 자전적 소설 <원더링 홈 Wandering Home>을 영화화했다. 언제 처음 접했나?
원작 소설가가 영화화를 원한다며 어느 프로듀서가 <원더링 홈>을 가져왔다. 영화로 만들 수 있는지를 책을 읽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래서 읽게 됐다.

책을 읽은 후 영화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가모시다 유타카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공상과 현실을 하나로 이어지게 썼다. 이것에 흥미를 느꼈고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 소설이 대형 영화사에서 제작된다면 일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난치병 영화’, 즉 관객 여러분 주인공이 불쌍하죠, 동정하고 울어주세요, 라는 영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든다면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감했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가 난치병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은 무엇일까?
난치병 영화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하자면, 난치병에 걸린 사람을 건강한 사람과는 달리 불행한 사람으로 상정한다. 끊임없이 동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관객의 측은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모시다의 소설을 읽고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한 남자의 생활을 보통 사람이 겪는 인생의 한 장면으로 받아들였다. 단, 보통 상황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고난과 직면할 때의 어려움, 그리고 기묘함이 가득 찬 생활을 리얼하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어떤 이미지의 영화로 당신에게 다가왔나?
보통 사람이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병을 안고 인생의 여로를 걸어가는 바로 그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이 영화는 보편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고 판단했다. 어떤 환자도 특수한 운명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먼저 인간이 있고 그 이후에 병이라는 환경 속에서 병과 함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처량한 병자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그린다는 목적을 가지고 출발했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를 만들면서 가모시다 유타카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2006년 12월에 원작자 가모시다 유타카를 만나 내 생각을 전했다. 그는 흥미로운 영화가 될 것 같다며 좋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가모시다는 굉장히 건강해 보였고 영화에 대해서는 모두 내게 맡기겠다고 신뢰를 보여줬다. 원작 대부분은 병원 이야기였다. 이것만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영화가 될 것 같지 않아 가모시다의 이혼한 전(前)부인 사이바라 리에코를 만나 취재했고 그의 어머니도 만났다. 또한 알코올 의존증과 관련한 여러 전문의로부터 강의도 받았고 실제 환자 병동을 견학하면서 영화를 구상했다. 그 다음 해인 2007년 2월 시나리오 1고를 완성한 후 곧바로 가모시다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어 의아해하던 차 3월 20일에 가모시다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받았다.   

가모시다의 사망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다.
2007년 4월 ‘가모시다 유타카 추모회’가 있었고 그곳에서 관계자들의 뜻을 받아들여 <술이 깨면 집에 가자>의 영화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영화 제작의 중심이었던 한 인물과 연락이 끊겼고 <술이 깨면 집에 가자>의 기획은 묻혔다. 그래서 출자자를 모집하는 등 영화화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모든 회사에서 거부당했다.

어떤 이유로 그 회사들은 <술이 깨면 집에 가자>의 영화화를 꺼린 건가?
하나는 시나리오가 기대했던 것처럼 관객의 눈물을 짜내는 난치병 영화가 아니었다는 것. 둘째는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병 때문에 별로 동정을 얻지 못할 환자와 가족을 그리는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거부한 제작자들의 판단을 간단하게 비난 할 수는 없다. 현재 일본영화는 눈물과 감동의 대형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흐름 속에서 제작되는 추세다. 그러니 <술이 깨면 집에 가자>가 흥행 면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프로듀서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을다리 없는 강>(1992) 이후 내 모든 작품을 프로듀싱 해왔던 야마가미 테츠지로 프로듀서의 대담한 결단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인 야스유키 역에 아사노 타다노부를 캐스팅했다. 적역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완벽하게 답을 하려면 장문의 논문이 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답하겠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아사노 타다노부를 남자 주인공으로 정했고 시나리오 1고를 그의 소속사에 보내자마자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

아사노 타다노부는 겉으로 감정 표현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의 연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술이 깨면 집에 가자>에서는 강렬하게 화도 내고, 화통하게 웃어 제치는 등 전작들의 연기 스타일에 비해 스케일이 커졌다.
아사노 타다노부와의 첫 미팅에서 단 하나만 주문했다. 이 시나리오의 대사는 한 글자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를 읽은 후에는 대사를 모두 잊고 마음대로 연기해도 된다. 그럼으로써 나는 일본영화의 새로운 리얼리티를 표현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야스유키는 부인에게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고, 결과적으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비호감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술을 많이 마셔 올바른 정신을 잃었을 때 폭언과 폭행을 휘두른다. 엄밀하게 말하면, 술 때문만이 아니라 야스유키라는 인간의 검은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누구라도 이와 같은 악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술을 마셨을 때 겉으로 나타난다. 그래도 평상시의 야스유키는 부인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보통 사람이다. 만약 그가 단순히 난폭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 영화를 찍지 않았을 거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라는 제목이 굉장히 흥미롭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얻을 수 있어 제목으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돌아가야 할 ‘집’은 마음이 쉬는 곳 혹은 정신이 머무는 곳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정신병동이 주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억압적이지 않고 가족적이면서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 장소이다.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와 같이 여느 정신병동을 다룬 장르와는 다른 설정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연출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심한 정신병으로 폐쇄병동에 갇혀 있는 환자와 달리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초기의 금단 증상을 넘어서면 필요한 약의 투여 정도를 제외하면 보통 생활을 하게 된다. 그 병동이 폐쇄된 것은 열어 두면 함부로 밖에 나가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에 등장하는 병동은 폐쇄됐지만 그 안에서의 생활은 보통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집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해서 일반 관객에게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했고 상대적으로 세심하게 촬영했다.

이 영화는 알콜의존증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이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는 건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것 같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대체로 마음속 어딘가에 강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에게 “아무리 비참한 인생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가족의 존재는 매우 크다. 현실을 보면, 가족은 환자에게 용기를 주면서 때로는 더 힘들게 만드는 양가적인 존재다. 환자와 가족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면서 동시에 매우 어려운 문제를 한꺼번에 껴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술이 깨면 집에 가자>를 연출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에 대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나?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고 깊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환자 개개인이 타인에게 말 못하는 내면의 고뇌에 대해서 많이 숙고하게 됐다.

이 영화 이후 염두에 두고 있는 차기작은 무엇인가?
프로듀서 야마가미 테츠지로가 제작할 예정인 기획이 하나 있고 아무런 계획 없이 쓰려고 하는 시나리오도 하나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구체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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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깨면 집에 가자> 히가시 요이치 감독”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이 글은 작가님 에디션이에요. 그래서 특별히 태그에 이름을 ^^ 그날은 잘 들어가셨죠? 마감만 아니었으면 저도 참석하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행사 끝나면 집에 가자?) ^^; 만나뵙게 돼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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