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숏!숏!> 김영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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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주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감독도, 배우도 아닌 소설가 김영하였다. 그가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에 출연해서? 아니다. 김영하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무려 네 작품이나 소개됐기 때문이다. <비상구>와 <오빠가 돌아왔다>는 동명의 영화로, <마지막 손님>과 <피뢰침>은 각각 <The Body>와 <번개와 춤을>로 스크린에 옮겨진 것. 이중 <오빠가 돌아왔다>를 제외한 세 작품은 전주영화제가 소설과 영화를 묶어 기획한 <숏!숏!숏! 2013>(이하 ‘<숏!숏!숏!>’)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로 소개됐다.

김영하의 소설은 그 전에도 몇 차례 영화화된 적이 있다. 다만 단편 <사진관 살인 사건>과 <거울에 대한 명상>을 장편으로 묶은 <주홍글씨>(2004)처럼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영하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잘된 영화가 없다. 대부분 엎어지거나 <주홍글씨>처럼 스타를 캐스팅하고도 실패한다거나. (웃음) 영화계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 소설은 영화화하기 편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숏!숏!숏!>에 대해서는 좀 다른 반응이다. (그는 아직 <오빠가 돌아왔다>는 보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나의 예상과는 다른 면이 있었다. 게다가 영화가 잘 나와서 관객들도 재미있어 하고 덕분에 내가 인터뷰가 늘었다. (웃음) 좋은 의미에서 <숏!숏!숏!>의 영화들에 대해 놀라움을 받았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비상구>는 모텔에서 생활하는 20대의 청년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섹스를 통해 탈출구 없는 현실의 ‘비상구’로 삼는다는 이야기이고, <The Body>는 영화용 분장 시체를 둘러싼 현실과 환상이 극적으로 교차하며, <번개와 춤을>은 번개를 맞고 새로운 경험에 눈 뜬 사람들의 기묘한 의식과 로맨스가 펼쳐진다.      

<숏!숏!숏!>에 참여한 이상우(<비상구>), 박진성, 박진석(이상 <The Body>), 이진우(<번개와 춤을>) 감독은 사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연출자들은 아니다. 하지만 이상우 감독은 <엄마는 창녀다>(2009) <아버지는 개다>(2010)와 같은 도발적인 작품으로, 박진성 감독은 마니아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호러 영화 <기담>(2007)의 원작자로, 이진우 감독은 장편 데뷔작 <팔월의 일요일들>(2005)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는 등 이들은 영화계에서는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연출자들이다.

김영하 역시도 처음 이들이 <숏!숏!숏!>의 감독들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누군지 잘 몰랐다고 한다. 대신 “내 소설이 출발점이되 다시 돌아오기 위해 우회하기보다는 더 멀리 나아가서 아예 원작과는 멀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단다. 이는 소설의 영화화에 대해 김영하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경우다. 그래서 이상우, 박진성, 박진석, 이진우 감독이 자신의 단편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유롭게 각색을 해도 좋다며 감독들을 안심(?)시켰다.
 
<숏!숏!숏!>은 다행히 김영하의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 되었다. 김영하는 <비상구>의 순수한 날 것의 느낌이, <The Body>의 영화적 언어에 기댄 연출력이, <번개와 춤을>의 예상치 못한 분위기 전환이 맘에 들었다고 한다. “<비상구>의 원작은 여자의 음모를 밀면서 시작하는데 영화가 이를 상징으로 처리하는 대신 그대로 다뤄서 놀라웠고 <The Body>는 실내에서만 진행됐던 소설과 달리 광활한 사구로 나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번개와 춤을>은 원작의 어두운 이야기와 분위기를 밝게 가져간 점이 흥미로웠다.”  

자신이 손으로 쓴 문자가 카메라를 통과해 영상으로 화한다는 건 분명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김영하는 원작자로서 영화를 보는 게 한편으로는 불편한 경험이라고도 한다. 제 아무리 영화가 좋더라도 이야기를 더 잘 만들었으면, 대사를 더 잘 썼으면, 지문을 좀 더 잘 묘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원작자야말로 이야기를 유일하게 고칠 수 있고 더 잘 할 수 있었던 사람 아닌가. 출판 당시에는 잊고 있다가 영화로 변형되어 나가면 그와 같은 나의 마음이 개입되기 때문에 편치가 않다.”

그는 이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소설 속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특정 설정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늙은 보르헤스가 강변을 산책하던 중 한 젊은이를 만난다. 신나게 얘기를 하다가 불편함을 느끼는데 나중에 헤어지고 나니 젊을 때의 자기였던 거다.” 김영하의 말로는 원작자와 영화의 관계가 바로 이와 같단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나온 방식으로 젊었을 때의 나를 만나는 건데 편할 리가 없지 않겠나. (웃음)” 안 그래도, <비상구>의 경우, 김영하가 20대 후반 당시에 썼던 글이니 40대 중반인 지금의 그가 보건데 다소 민망하다는 거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의 소설을 영화로 기다리는 작품은 꽤 많다. 그뿐인가, 데뷔작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1996)가 그랬던 것처럼 신작이 발표되기라도 하는 날엔 복수의 영화사들이 영화 판권을 구입하기 위해 열렬한 구애 경쟁을 벌일 정도다. 김영하가 민망해 하거나 말거나, 그를 향한 한국 영화계와 영화 팬들의 사랑은 좀처럼 식지 않을 전망이다. 참, <숏!숏!숏!>과 <오빠가 돌아왔다>는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일반 극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사진 허남준

시사저널
NO.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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