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삼은 감동드라마라고 했을 때 의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당사자들에게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비극을 굳이 영화라는 거대 매체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분노와 눈물이라는 감정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극 중에는 성폭행 당한 아이의 처참한 모습을 언론사들이 카메라에 담으려 할 때 제발 가만히 놔둬달라며 부모들이 절규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처럼 문제의 사건을 소재로 하는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지만 일단 공개된 작품을 보니 그와 같은 의심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도 괜찮을 듯싶다.
동일 소재의 영화들이 범죄자를 향한 증오와 복수의 시선만으로 접근했다면 <소원>의 이준익 감독은 좀 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어떻게 하면 상처받은 이 아이와 가족들이 우리 이웃과 사회에 다시금 녹아들 수 있는지 우선적으로 그 치유의 과정에 집중한다. 그런 후에야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에게 합당한 벌을 받지 못하는 판결 장면을 넣는다. 그럼으로써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 작품의 제목이 ‘소원’인 이유, 그것은 단순히 극 중 아이의 이름일 뿐 아니라 이와 같은 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고 근본적으로는 없앨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영화의, 감독의 소망을 반영한다. 진심이라고 느껴지는 건 학급 친구가 사건 당일 소원이와 함께 학교에 등교했다면 자신이 폭행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릴 때다. 아이를 경유한 감독의 어른으로서의 죄책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맥스무비
(2013.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