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문화혁명>(Easy Riders, Raging Bulls)


1998년 「헐리웃 문화혁명」이 출판된다는 소식이 미국 내에 알려지자 이 책에 거명되었던 많은 감독들이 웬일로 인터뷰를 자청, 한바탕 해명소동을 벌였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경우는 집필 중이던 자신의 공식 전기를 「헐리웃 문화혁명」의 출판에 앞서 서둘러 출간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고 한다. 왜? 섹스와 마약에 절은 추악한 성공담의 뒷얘기들이 「헐리웃 문화혁명」에 가감 없이 파헤쳐져 있기 때문이다.


「헐리웃 문화혁명」은, 미국의 저명한 영화잡지 ‘프리미어’와 ‘아메리칸 필름’의 전 편집장이었던 피터 비스킨드(Peter Biskind)가 저술한 일종의 폭로서다. 아서 펜 감독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67)로 폭발하여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천국의 문>(78)에 이르러 조로해버린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흥망성쇠를 낱낱이 파헤친 것.

저자는 이 시기의 헐리웃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갈망해왔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변으로 이 책의 당위성을 대신한다. 그리고「헐리웃 문화혁명」을 저술하기 위해 당시 이들 감독들과 함께 작업을 한 스태프들 외에도 그들의 친인척, 하룻밤 상대였던 여자친구, 이웃까지 찾아내어 풍부한 사례로 철저히 고증, 장장 600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을 통해 성공의 이면에 담긴 무절제하고 위선적인 ‘꿈의 공장’ 헐리웃을 까발린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흥미위주의 가십 거리들로 꾸며져 있는데, 사실 이것들이「헐리웃 문화혁명」에서는 가장 소중한 재료라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베를린 영화제는 <야전병원 매쉬>(70), <내쉬빌>(75), <숏컷>(93), <프레리 홈 컴패니언>(06) 등 의미 있는 문제작을 꾸준히 연출해온 고(故)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업적을 기려 평생 공로상으로 존경을 표하였다. 하지만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로버트 알트먼의 타락한 카메라 뒤편의 생활을 접하게 되면, 그에 대한 존경이 이내 경멸로 바뀔 것임은 자명하다.

그뿐인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윌리엄 프리드킨, 피터 보그다노비치, 마틴 스콜세지, 조지 루카스, 스티븐 스필버그, 워렌 비티, 데니스 호퍼 등 우리가 존경해 마지않던 감독과 배우들이 사실은 얼마나 지저분한 삶을 살았는지 「헐리웃 문화혁명」은 선명하게 보여준다. 가정이 있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와 동침하기가 일쑤이며, 돈 몇 푼으로 인해 절친했던 친구와 한 순간에 적이 되어버리는 관계, 동료를 노예처럼 대하듯 일상대화에 난무하는 욕설과 음담패설 등에 이르면 그 타락의 정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게다가 이 책에는 헐리웃의 부당한 거래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작가가 되기 위한 병적인 집착, 즉 크레딧을 따내기 위해 벌이는 뻔뻔한 행동들 –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 로버트 타우니와 워렌 비티, 코폴라와 제작자 에반스 등 – 은 과연 지금의 작가라고 불리는 이들이 치열한 고뇌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른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낳게 한다.

그러나 「헐리웃 문화혁명」은 연예 신문정도의 가벼운 읽을거리로 치부해 버릴 만큼 그렇고 그런 책이 절대 아니다. 헐리웃의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기도 했던 ‘뉴 헐리웃 시네마’가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못 하던 ‘올드 헐리웃’의 관습을 어떻게 일순간에 타파하고 새로운 영화혁명을 이끌게 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상세하게 기술한다. 그렇게 당시 헐리웃의 표면을 훑은 후 이 혁명적인 미국 영화사가 어떻게 권불십년으로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입체적으로 접근, 충격적으로 마무리 짓고 있다.


평생을 저널리즘에 몸담았던 저자는 이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극적으로 구성, 신기루에 다름 아닌 헐리웃 무대 뒷편의 파장을 더욱 높이는데 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비스킨드는 「헐리웃 문화혁명」에 다루어진 내용을 두고 ‘해괴하고 소름 끼칠 만한 내용이 표면을 살짝 긁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밝힘으로써 헐리웃의 ‘진실’이 과연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한탄을 금치 못한다.


헐리웃은 허구지만 「헐리웃 문화혁명」은 진실이다.


(2002. 3. 25. <무비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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