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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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
마빈 게이, 스티비 원더 등을 발굴한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데니스 코피와 마이크 시어도어는 1960년대 말 디트로이트의 한 선술집에서 소울 충만한 멜로디와 밥 딜런을 능가하는 시적인 가사로 마음을 흔드는 무명의 가수를 만났다. 성공을 직감한 두 명의 프로듀서는 이 가수의 데뷔 음반을 야심차게 준비한다. 1970년 <콜드 팩트 Cold Fact>를 발표했지만 앨범 판매량 고작 6장에 그치며 이들 제작진은 충격에 빠진다. 부진을 만회하고자 이듬해 1971년 두 번째 앨범 <컴잉 프롬 리얼리티 Coming from Reality>를 발표했지만 전작보다도 못한 판매고로 이 가수는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사그라지고 만다. 항간엔 콘서트 중 마지막 노래를 부르다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분신자살을 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는 ‘슈가맨’이라 불리는 팝 역사상 가장 신비로운 가수였다.

I Wonder <서칭 포 슈가맨>은 슈가맨을 찾고자 하는 두 명의 열혈 팬, 남아공에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스티븐과 음악 평론가 크렉의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왜 갑자기 남아공이냐고? 미국에서 몇 장 안 되는 판매고를 기록했던 <콜드 팩트> 앨범이 우연찮게 남아공으로 흘러들어간 것. 당시 남아공은 인종 분리 정책이 절정에 이를 만큼 폐쇄적인 사회였다. 그런데 <콜드 팩트>에 실린 <난 궁금해 I Wonder>라는 노래 가사 중 ‘난 궁금해 넌 얼마나 많이 섹스를 해봤는지’와 같이 직설적이고 자극적인 가사가 자유를 바라는 남아공 국민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이다. 그럴수록 슈가맨에 대한 남아공 국민의 궁금증은 높아갔고 미국에서조차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자 스티븐과 크렉이 직접 찾아 나서기에 이르렀다.

Cause 이 음악다큐멘터리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가수는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따라간다는 운명론(?)에 더해 슈가맨의 팬들조차 예정론처럼 슈가맨 노래의 가사를 닮아간다는 것이다. <컴잉 프로 리얼리티>에 수록된 <원인 Cause>의 가사 중 ‘크리스마스 2주 전 일자리를 잃고’처럼 슈가맨은 두 번째 앨범이 극심한 판매고를 겪자 발매 2주 만에 제작사로부터 계약해지 당했다. 대신 그를 추종하는, 그리고 정체를 궁금해하는 팬은 <난 궁금해>라는 노래 제목을 입에 달며 슈가맨의 뒤를 좇았다. 여느 음악다큐멘터리들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이 감동이라고 할 때 <서칭 포 슈가맨>은 연출이라는 개입에 기대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드라마틱한 순간을 연출한다. 이는 슈가맨이라는 인물이 지닌 신비로움이 일종의 편견에서 비롯된 현상이고 이를 풀어내는 것이 바로 팬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시스토 로드리게즈 말하자면 <서칭 포 슈가맨>은 슈가맨에 대한 헌사이면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가수와 팬의 이상적인 관계를 조망하는 작품이다. 스티븐과 크렉은, 그리고 이 영화가 장편데뷔작인 말릴 벤젤룰 감독은 팬의 위치를 넘어서 아예 슈가맨의 복권을 시도한다. 사실 슈가맨이 미국 시장에서 철저하게 주목받지 못했던 건 백인 일색이었던 음악씬에서 그가 히스패닉 출신이라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하여 슈가맨이 미국보다 인종 차별이 더 심한 남아공에서 지위 복권이 이뤄졌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냐고? (스포일러 주의!) 무대에서 자살한 줄로만 알았던 슈가맨이 실은 지금까지 쭉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살고 있었던 거다. 두 번째 앨범의 실패 이후 막노동으로 삶을 이어온 것인데 스티븐과 크렉은 그런 슈가맨을 미국까지 가서 찾아내 종국엔 남아공으로 데려와 공연을 성사시키기까지 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시스토 로드리게스’ 음악의 복권은 물론 자칫 사라질 운명이었던 슈가맨, 아니 로드리게스의 이름까지 찾아주는 것이다. <서칭 포 슈가맨>이 주는 감동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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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서칭 포 슈가맨>(Searching for Sugarman)”

  1. 첫앨범이 6장 팔리고, 다음 앨범은 더 못미쳤는데 추종하는 팬이 있다니 신기방기. 스포일러 부분은 정말 드라마틱한걸요. 노래 찾아서 함 들어봐야겠어요.

    1. 노래도 좋고 영화도 참 좋아요. ^^ 추종하는 팬이 생기는 과정도 참 드라마틱 하거든요.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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