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도 으리으리한 시네마테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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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의 직원들은 지금 한창 ‘2014 시네바캉스 서울’ 준비에 한창이다. 시네바캉스 서울은 서울아트시네마가 매년 7월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여름의 무더위를 피해 극장에서 영화로 바캉스를 즐기는 테마다. 약 한 달 동안 ‘시네필의 산책’, ‘섹스는 영화다’, ‘파국-드 팔마 & 만’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눠 30여 편의 작품을 상영할 예정이다.

상영 목록 들이 흥미롭다. 루키노 비스콘티의 <희미한 곰별자리>(1965),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강박관념>(1976), 자크 리베트의 <북쪽에 있는 자리>(1985) 마르코 벨로키오의 <육체의 악마>(1986), 마이클 만의 <라스트 모히칸>(1992), 알랭 기로디의 <호수의 이방인>(2013) 등 시대와 국적과 장르를 막론하고 세계 영화사에 아름다운 별로 박힌 명작 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네마테크가 필요한 이유

‘2014 시네바캉스 서울’의 목록을 살펴본 바, 첨단의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하는 최신 개봉작과 다르게 과거에 발표됐던 작품, 즉 고전이라고 부르는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곳을 흔히 ‘시네마테크’라고 부른다. 시네마테크(cinematheque)는 영화 보관소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미국에서는 영화 클럽이나 연구소 등이 운영하는 극장, 영국에서는 소규모 예술 극장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일반적으로 영화를 수집, 보관하고 상영하는 기관으로 이해하면 된다.

‘시네마테크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리 랑글루아가 1936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그 시초다. 영화를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했던 앙글루아는 필름이 소실될 것을 우려해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시네마테크를 만들었다. 시네마테크의 기능을 단순히 보존에만 둔 것이 아니라 상영 공간으로까지 확장해 보관되어 있는 필름을 꺼내 상영하고 이를 본 관객들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장(章)을 마련, 후에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등 누벨바그가 태동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국의 대표적인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기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오즈 야스지로, 스즈키 세이준, 에릭 로메르, 로버트 알드리치, 로버트 알트만 등 거장의 회고록이나 특별전이 열릴 때면 이명세,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최동훈, 류승완 등의 영화감독들이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특히 이들 감독들은 서울아트시네마가 매년 1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통해 자신이 추천한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들이 서울아트시네마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가 있다. 시네마테크에 가면 그들의 창작 활동에 영감을 줬던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이를 통해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며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할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박물관이면서 영화 학교이고 영화관이기도 한, ‘영화의 집’인 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책이 나올지라도 이를 보관하고 대여해 볼 수 있는 도서관이 존재하는 것처럼 영화 역시도 그렇다. 아무리 멀티플렉스가 전국 각지에 퍼져 있어도 영화의 도서관이라고 할 만한 시네마테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시네바캉스나 친구들 영화제와 더불어 서울아트시네마가 공을 들이는 정기 행사 중 하나가 개관기념영화제다. 2002년 5월 개관을 기념해 매년 5월에 열리는 개관기념영화제 동안에는 상업성이 적다는 이유로 국내에 수입되지 못한 최신의 작가영화와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그런데 2014년 5월에는 개관기념영화제를 갖지 않았다. 개관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신 서울아트시네마 극장 사무국 직원들과 열혈 관객들의 주도 하에 영화와 관련한 물품과 기념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벼룩시장 ‘씨네플리마켓’을 열었다. 그리고, 시네마테크로서 서울아트시네마가 처한 열악한 상황에 따른 전용관 건립의 필요성 역설과 서울시 청원과 관련한 관객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에 시네마테크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아트시네마의 1년 재정규모는 약 10억 원에 달한다. 그중 30%를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을 받고 15% 정도를 일반 및 기업후원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나머지 55%는 자체 조달로 마련한다.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시네마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4백만 유로, 우리 돈 약 60억 원에 달하는 1년 재정 규모를 80%의 국고 지원과 입장 수입 20%로 마련하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아트시네마의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284석의 1개관을 운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1회 상영분이 매진될 경우, 총 티켓 수익은 170만 원이다. (관람료 6천 원 기준) 영화 1회 상영 시 소요되는 비용이 5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진이 되더라도 360만 원의 적자폭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구조에서 비영리단체인 서울아트시네마가 지원액과 후원액을 뺀 재정 예산 5억 5천만 원을 입장 수익으로만 조달하기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재정 관련 부분 서울아트시네마 자료 참조)

그렇게 매년 발생하는 적자로 인해 현재 라이브러리 구축을 위한 필름 구입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으며 이미 소유하고 있는 영화 필름의 보관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낡은 필름을 스크린에 영사하기 위해서는 영사 시설이 좋아야 하지만 장비가 노후해 원활한 상영이 어려울 뿐더러 상영관의 방음 시설 또한 좋지 못해 관객들이 관람에 방해를 받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불안한 토대 위에서 내부 직원의 희생과 관객들의 열정을 동아줄 삼아 아슬아슬하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용관을 부탁해

공공성을 띤 사업인 만큼 서울아트시네마는 안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마침 지난 5월 29일, ‘시네마테크 지원 및 전용관 마련, 독립영화 및 다양성 영화의 지원방안, 그리고 서울시민을 위한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서울아트시네마에 마련되었다. 시네마테크 지원과 관련한 행사는 줄곧 있어왔지만 이 행사가 유독 주목을 받았던 이유가 있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후보에 나섰던 현(現)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했다.

사실 서울아트시네마는 전용관 마련을 위해 2006년부터 꾸준히 서울시에 지원 요청을 해왔다. 전용관, 즉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서울아트시네마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지속 가능한 시네마테크를 위해서는 오래된 영화의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위해 기술의 적극적인 혁신을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설비를 구축해 영화관을 보다 매력적인 장소로 만들어 새로운 관객을 유도해 영화 인구를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변모하는 기술의 시대에 새로운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영화의 체험 기회를 높여 영화의 재미를 즐길 기회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리한 공간을 새롭게 마련해야만 한다’

그러면서 서울아트시네마는 전용관 내 필요한 구체적 공간에 대해, 필름 영사 및 디지털 프로젝션 등 모든 포맷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시설, 다양한 방식의 영화 자료를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 그리고 비디오와 DVD를 모아놓은 영상자료관과 영화 관련, 책과 잡지와 포스터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 라이브러리, 필름보존 공간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찬욱, 김조광수, 정윤철 감독과 유지태 배우 등 영화인들과 함께 한 시네마테크 지원 및 전용관 마련을 위한 논의 자리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는 “기초과학이 중요한 것처럼 순수 문화 예술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말로 포문을 열며 이렇게 얘기했다. “시네마테크 공간을 서울에 마련한다는 계획을 정리했다. 영화인들이 좋은 곳을 제안해 달라” 그리고 6일 후 벌어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단기적인 지원 또한 절실

박원순 36대 서울시장이 7월 1일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용관 건립을 약속받았지만 아직 서울아트시네마 내부적으로 그와 관련한 서울시의 변화된 움직임을 아직까지는 몸으로 체감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대신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전 전용관 건립과 관련, 자문회의를 통해 전용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마친 후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던 TF 팀은 이곳에 입주할 서울아트시네마, 독립영화전용관, 미디엑트를 포함한 영화인들에게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대한 계획안을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운영 계획안을 서울시에 전달하더라도 전용관 건립까지는 최소 3~4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현 상태에서 확정된 건 전용관을 건립하겠다는 서울시의 약속 하나 뿐인 셈이다. 그래서 여전히 서울아트시네마는 부족한 재정과 열악한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간은 지금의 상태로 운영해야만 한다. 해결 방안이 없는 게 아니다. 전용관이 건립될 때까지 지금의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원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서울아트시네마는 전용관 문제와 함께 서울시의 지원을 받기 위한 요청을 병행해 왔다. 하지만 전용관 건립은 약속받았지만 완공되기까지의 기간 동안의 지원에 대해 서울시는 ‘고민 중이다’라는 대답만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12월에 시네마테크 지원을 포함한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와 같은 고전예술영화관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년 후 서울아트시네마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지원 요청을 했지만 3년 째 같은 얘기만 듣고 있는 것이다.

전용관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 지원은 인색한 서울시의 태도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전용관 건립은 약속했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정책이기보다는 지방 선거에 맞춰 마련한 문화정책이다 보니 구호는 있지만 정작 실천에 대한 디테일한 계획은 빈약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열린‘서울시장 문화공약 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문화연대는 박원순 서울 시장 임기 2기의 문화 정책이 너무 관성적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문화연대의 이원재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기조발제문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화정책은 문화의 가치와 역할을 적절하게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오래된 관성적 문화행정 구조에 기반을 두어 수동적으로 운영되어” 온 점을 들었다. “이런 한계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2기 시정 문화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아직까지 극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에 대한 사례처럼 서울아트시네마는 현재 부족한 재정 상태 속에서 ‘2014 시네바캉스 서울’은 물론 하반기 프로그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처럼 축제는 계속 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용관 건립도 건립이지만 그 전까지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축제를 즐기고 싶은 마음은 서울아트시네마의 모든 직원 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관객, 그리고 번듯한 시네마테크를 갖고 싶어 하는 서울시민의 바램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는 전용관 건립, 단기적으로는 현 공간에서의 안정적인 운영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맥스무비 매거진
2014년 8월호

“서울시에도 으리으리한 시네마테크를!”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이쁜이님 조만간 서울아트시네마 갈테니까 폴 바셋에서 시원한 아이스 카페라떼 사다가 준비해 놓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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