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연상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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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편영화 <창>의 개봉을 앞두고 연상호 감독과 인터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창>에 대한 얘기가 끝나갈 때쯤 당시 한창 준비 중이던 차기작 <사이비>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사이비>에 대해 “믿음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 묻는 작품”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덧붙이길, “한국에서는 사회 현상에 대한, 자기만의 사회 정의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믿음을 깰 수 있는 이야기다.”라고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어떤 계기로 그와 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는지가 궁금했다. “FTA 촛불집회를 보면서 그랬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나도 촛불집회를 열심히 나갔던 사람 중에 한 명이다. FTA가 노무현 정권 때 시작됐다. 그런데 대중이 노무현 정권 당시의 FTA를 대하는 방식과 촛불집회가 있었던 이명박 정권 때의 FTA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 심하게 달랐다. FTA 초반만 하더라도 반응이 좋지 않았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검증부터 해서 시선이 안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똑같은 사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정의를 얘기하고 있는 거다. <사이비>는 거기에서 출발한 얘기다.”  

그의 얘기를 듣고는 <사이비>가 특정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이비>는 수몰예정지역 주민들의 보상금을 노리고 장로를 사칭한 이와 목사가 교회를 세우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정말로 기독교를 사랑하고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인이라면 이런 사기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연상호 감독은 그런 사기꾼들을 ‘사이비’라고 칭하며 우리 사회의 어떤 병폐에 대해 고발하려 드는 것이다.

물론 극 중 발단은 교회이고 그렇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비판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이비>의 주된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마을 주민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받고도 삶이 팍팍한 건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운명 때문이다. 가령, 암에 걸려 오늘 내일 하는 어느 아줌마는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치료가 될 것 같지가 않자 기적을 행한다는 사이비 장로의 말을 듣고는 광적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다. 여기에는 이성과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극 중 사이비 장로는 이런 약점을 이용해 동네 사람들의 보상금을 헌금 명목으로 가로채는 것이다.

이걸 눈치 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까. 마을 주민 중 딱 한 명이 있다. 김민철(양익준 목소리 출연)이다. 그런데 그는 한마디로 ‘인간 말종’이다. 딸이 대학에 가겠다고 밤낮으로 공장에서 일하며 모은 등록금을 하루아침에 도박으로 날려버린 것도 모자라 이에 항의하는 가족과 이웃을 폭력으로 제압한다. 그러니 사이비 장로의 정체에 대해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김민철이 이 사실을 폭로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이를 그대로 믿어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아버지의 회개를 바라는 딸은 교회를 유일한 구원의 수단으로 삼았다가 맹목적인 믿음에 빠져 사이비 장로의 꾐에 그대로 넘어간다.

이렇듯 <사이비>에는 선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보여도 그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문제라면 거기에 선악이고 도덕이고 개념 자체가 완전히 증발해버린다. 그 자신의 믿음만이 정당하고 올바르다고 주장하는 극 중 인물들의 행태를 보고 있자면 괴물들이 따로 없다. <사이비>는 각자의 믿음을 종교화하는 이들이 부딪히는 괴물과 괴물의 싸움을 전시하면서 결국 이것이 계속해서 괴물을 낳는 환경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러니 <사이비>가 어찌 기독교를 비판하는 작품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우리의 일그러진 초상이 아닌가 말이다.

<사이비>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대담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부모와 어린 자식이 사이좋게 손잡고 보는 밝은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부순다. 인물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림체는 얇고 날카로워 관객들을 공격하는 인상이며 영화 내내 피와 폭력이 난무한다. 비록 애니메이션의 형태지만 실사처럼 섬뜩하게 다가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이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이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겠다며 우리들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종교적인 믿음에 있다. 그래서 연상호 감독은 말한다. “당신이 믿는 것은 진짜입니까?”  

단 하나, <사이비>에 대해서만큼은 이 애니메이션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믿어도 괜찮을 것 같다. <사이비>는 이미 개봉 전 해외영화제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무려(!)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도 포함되어 있다. 아카데미 영화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예비 후보 19편 중 한 편으로 선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와 같은 멘션을 남겼다. “가면 좋고 아님 말고 ㅎ 가면 인생의 보너스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던 인터뷰 때도 개인적으로 느낀 바이지만 자신의 영화만큼이나 직설적인 성격의 연상호 감독은 감독으로서나 인간으로서 한마디로 물건이다.

시사저널
NO. 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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