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거리>(ĐAVOLJA VARO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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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거리>는 세르비아 버전의 <숏 컷>(1993) 혹은 <매그놀리아>(1999)라 할만하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배경으로 거의 10명에 가까운 인물들 각자의 삶이 교차해 펼쳐진다. 다만 이들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는 세르비아의 유명 테니스 스타의 경기 중계방송이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관심을 갖는 것을 보니 테니스 경기 중계가 이들 삶의 유일한 위안거리처럼 보인다. 극중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난과 실직과 좌절과 상대방에 대한 분노로 점철돼 있을 만큼 미래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아기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실직자 아빠, 돈이 없어 테니스 강습을 받지 못하는 아이, 병상에 있는 아버지에게 영화 제작비를 받아내려는 철부지 아들, 여자 친구의 결별 선언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청년, 매춘으로 부를 축적한 창녀 등 이들은 서로에게 독(毒)이고 화(禍)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일 뿐이다. 가족 해체와 사회 붕괴, 누가 원인이랄 것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악순환을 반복하는 일상에는 쥐구멍만한 탈출구도 없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블라디미르 파스칼레비치 감독은 베오그라드에 살고 있는 이들의 하루를 가지고 무너져가는 현대 세르비아의 삶을 조망한다. <숏 컷>이나 <매그놀리아>에는 그래도 각성의 순간을 통한 희미한 구원이라도 있었지만 <사악한 거리>에는 그마저도 없다. 감독이 보기에 베오그라드는 희망도, 위안도, 구원도 없는 그저 ‘악마의 도시’(Devil’s Town)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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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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