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의 와이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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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 잭’은 다수의 이어폰을 하나로 연결해 소리를 공유토록 해주는 일종의 분배기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은 와이 잭을 중요한 미장센 삼아 ‘공유’ 기능을 주제로 삼는 음악영화다. 주인공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와 댄(마크 러팔로)은 지금 세상에 홀로 남은 기분이다. 그레타는 음악적 동지이자 남자 친구인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 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으면서 헤어진 상태다.

한때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던 댄은 오래전부터 부인과 별거 중인 데다가 사춘기 딸과도 사이가 원만하지 않고 무엇보다 동업자인 친구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겉멋 든 음악이 아닌 진짜 음악 하는 친구들을 찾겠다고 나섰다가 만드는 음반이 족족 망하다 보니 결국 쫓겨나고 만 것이다. 바로 그 날 뮤직바에 들렸다가 그레타 작사, 작곡의 노래를 들은 댄은 ‘그래 이게 바로 진짜 음악이야’라는 인상을 받고는 그 자리에서 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그레타는 이 음반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다. 댄은 이에 완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레타의 성향에 맞는 방식을 고안해낸다.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만지고 목소리를 조작해 상업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빌딩의 옥상 혹은 거리와 같은 야외에서 밴드가 만들어내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럼으로써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음악으로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게 이들의 목적이다.

음악이란 게 그렇다. 굳이 백 마디 말과 천 문장의 글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수천, 수만의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을 가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어폰을 귀에 ‘틀어막고’ 홀로 거리를 걷는 이들의 모습은 파편화된 관계의 양상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댄이 자신의 딸을 그레타에게 소개한 후, 그레타의 밴드에 초청해 곡을 함께 연주케 하자 그동안 부녀간의 묵었던 감정을 거짓말처럼 털어내는 장면은 음악이 지닌 공유의 힘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전달한다.

댄과는 다른 경우지만, 그레타가 헤어진 데이브를 그리워하면서 또한 안타까워하는 것은 성공에만 사로잡혀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하지 자신의 개성을 살리지 못해서다. 초심을 잃은 그를 위해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레타는 예전에 이들이 사귀던 당시 함께 음악을 만들고 듣고 이야기하던 기쁨에 대해 상기시킨다. 비록 와이 잭을 사용하지 않지만, 데이브는 그레타가 들려준 음악에 마음이 흔들리고 이를 통해 ‘새 출발 begin again’의 감정을 공유한다.  

안 그래도, 그레타와 댄은 각자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와이 잭을 통해 음악을 공유하며 감정을 나눈 적이 있다. 영화는 그 감정이 이성 간의 것인지, 아니면 비슷한 종류의 아픔을 겪는 이들 간의 동료 의식인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지만 이 장면이 전달하려는 의미 하나 만은 확실하다. 와이 잭의 기능처럼 음악은 서로 나눌 때 더욱 의미를 갖는다.

맥스무비
‘미장센 추리극장’
(20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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