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재즈 라이프>(Bravo! Jazz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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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색소포니스트이자 재즈 연주가인 이정식은 4년 전 어느 영화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고전 재즈를 거치지 않으면 현대 재즈를 이해할 수 없다. 지금도 류복성, 이동기, 김수열, 신관웅, 최세진 선생님과 같은 1세대 재즈 연주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 분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의 바램이 이뤄졌다. 한국재즈의 1세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왔다. 바로 <브라보! 재즈 라이프>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대한민국 유일의 남성 재즈 보컬리스트 김준, 재즈 보컬의 대모 박성연, <수사반장> 테마 음악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퍼커션 류복성 등 현존하는 한국재즈 1세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브라보! 재즈 라이프’ 공연을 위시한 다큐멘터리다. 다만 남무성 감독은 건조하게 기록에만 치중하는 대신 공연을 전후한 이들의 인생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한국재즈 1세대들에 대한 헌정의 의미가 될 수 있도록 예의를 다한다.

이는 남무성 감독 그 자신이 연출자이기 이전 현역 재즈 칼럼니스트로서 재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까닭이 크다. 그래서 한국재즈의 산증인이자 현역인 이들의 생생한 육성과 활동을 역사로써 남겨두겠다는 사가(史家)의 의지, 신구 재즈인들이 한 데 어울리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기획자의 포부, 그리고 한국 내 재즈의 저변이 좀 더 넓어졌으면 하는 순수한 재즈 팬의 열망 등이 영화 곳곳에서 느껴진다.

감독의 애정이 담뿍 담긴 음악영화는 낯설지 않다. 마틴 스콜세지는 롤링 스톤즈의 공연 실황을 담은 <샤인 어 라이트>(2007)와 밥 딜런의 일대기를 따라간 <밥 딜런-노 디렉션 홈>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찰리 파커를 다룬 극영화 <버드>(1988)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빔 벤더스는 그 유명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을 만들었는데, 음지에서 묵묵히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베테랑 재즈 뮤지션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브라보! 재즈 라이프>와 닮았다. 특히 그들의 음악을 다루되 그 위로 모진 인생을 포개놓아 음악이 일개 상품이 아닌 영혼의 산물로 그리는 태도는 작품의 존재 가치를 직접적으로 증명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류복성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요즘 음악에는 혼이 없어”라고 허탈하게 말한다. 결국에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음악의 혼을 따라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남무성 감독은 모든 한국재즈 1세대들에 대한 존경을 공평하게 표하지만, 은퇴한 트럼펫의 대가 강대관과 1960년대 이후 재즈이론을 연구해왔던 연구실이 철거 위기에 몰린 이판근에 대한 애정을 더 깊이 보여준다. 그런 연출의도에는 우리의 재즈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이 안개처럼 부유한다.

하여 감독은 영화의 결말 ‘브라보! 재즈 라이프’ 공연이 한창인 가운데 흐름을 끊어가면서까지 은퇴한 강대관이 서울로 상경해 다시 무대에 서는 모습을 교차로 편집해 보여준다. 또한 영화가 끝난 후 ‘<브라보! 재즈 라이프>를 한국재즈 1세대에게 바친다.’는 헌정의 자막에 이어 ‘영화 촬영 후 결국 이판근 선생의 연구실이 철거됐다.’는 비보를 함께 전달하기도 한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과거의 영광, 현실의 비판, 미래에의 호소, 즉 한국재즈의 모든 시간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의 역사라고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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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2 thoughts on “<브라보! 재즈 라이프>(Bravo! Jazz Life)”

    1. 안녕하세요 셀프 피쉬님 ^^ 잘 지내고 계시죠? 딸은 잘 크고 있고요? < 브라보! 재즈 라이프> ost 좋죠. 영화도 나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한국재즈 1세대들의 공연이 좀 길었으면 어땠을까 해요. 그렇게 못한다는 게 한국재즈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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