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옥> 시네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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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처럼 풍선 터지듯 관객석 여기저기서 와 하는 함성소리가 쏟아졌다. <불신지옥>의 이용주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예정되어있던 전주시네마타운 1관에 남상미, 심은경, 김보연, 류승룡 등 주연배우까지 모두 참가했기 때문이다. <불신지옥>은 집 나간 동생을 찾는 언니의 고군분투 속에 한국 사회에 독버섯처럼 침투해있는 빗나간 믿음에 대한 정체를 일상에서 건져내는 작품이다. 비록 개봉 당시에는 <해운대>와 <국가대표>에 밀려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작품성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는 영화였던 까닭에 이용주 감독은 물론 출연한 배우들 역시 애정이 대단했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관객까지 <불신지옥>에 대한 애정을 무한대로 확인했던 시간,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의 진행으로 시네토크에서 오간 대화의 일부를 공개한다.

어떻게 이 영화를 구상하게 됐나?
(이용주 감독) 이야기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측면이 있었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는 영매와 믿음에 관심이 있었다. 이 두 가지를 고민하다보니까 무속신앙과 기독교라는 얼개가 나오게 됐고 자연스럽게 공포영화와 연결됐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전에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고 나서 어떻게 하면 입봉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공포와 저예산으로 돌파구 삼으려했고, 세트비중이 높은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불신지옥>이 나오게 됐다.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처음 본 후 어떤 인상을 받았나?
(남상미) 희진이라는 역할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감독님과 처음 미팅할 때 소진이를 하면 안 되겠느냐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근데 아시겠지만 내가 나이가 많아서 포기했다. (웃음) 내가 맡은 희진은 매력적인 인물인데다가 관객에게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내레이터의 역할까지 할 수 있는 캐릭터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연기를 했고 처음 시나리오 상에 나왔던 이야기보다 영화에서 더 좋게 나와 기쁘다.

(심은경) 시나리오를 보고 굉장히 욕심이 많이 났다. 지금도 애착이 많은 작품이다. 평소에도 강한 역할에 관심이 많은데 <불신지옥>의 소진은 첫 느낌이 굉장히 신비스럽고 묘한 느낌을 주는 소녀 같았다. 오디션을 보면서도 감독님에게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비쳤다.

(김보연) 이용주 감독님께서 내가 연기할 수 있게끔 좋은 역할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영화를 끝으로 앞으로는 공포영화를 안 할 생각이다. <불신지옥>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보다 더 좋은 역할을 다른 공포영화에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류승룡)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이렇게 오게 됐다. 그만큼 영화를 만들 때도 패밀리쉽이 있었던 현장이었다. <불신지옥>은 불운의 작품 중 하나다. <해운대>와 <국가대표>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십만 명의 관객이 보았다. (웃음)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굉장히 퀼리티 있고 색다른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읽고는 구원이라든지, 잘못된 믿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하고 싶어 이 영화를 선택했다. 

<불신지옥>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영화제,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 등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직접 경험한 해외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이용주 감독) 국내에서라면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관객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가 영어가 짧아서 (웃음) 해외에서는 상영관의 반응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개봉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적인 공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점집이나 아파트와 같은 한국적인 분위기에 대해 외국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외국관객들은 공포영화를 즐기는 습관이 돼있다고 할까, 의외로 재미있게 보시더라. 

배우 입장에서 가장 찍기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남상미) 가위 눌리는 장면. 가위를 경험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 나는 한 번도 없다. 그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사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콘티가 워낙 좋아 고민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심은경) 의자 위에 올라가 돼지고기를 씹으면서 신들린 장면을 연기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앞 상황을 먼저 찍었다면 감정이 연결돼서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의자 연기를 먼저 찍고 이전 상황을 연기했다. 이 때문에 감독님과 의견 차이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세게 해야 되는 것 아닌가 했는데 영화로 나온 걸 보니 감독님 말이 맞았다. (웃음)

(김보연) 영화 결말부, 옥상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그랬다. 진짜 떨어졌다. (웃음) 당시에 사실 내가 왼쪽 장을 수술했다. 그 때문에 이용주 감독님한테 굉장히 미안했다. 실제로 매달려서 연기를 해줬으면 요구했는데 수술을 한 부위가 너무 많이 당겨서 와이어를 못하겠더라. 그래도 감독님이 잘 찍어주셨다. 다만 감독님 요구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류승룡) 진지하게 연기했는데 웃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끝에 가면 희진에게 극중 나의 딸이 빙의가 되는 장면이 있다. 항상 귀신같은 것은 없다고 관객과 비슷한 감정으로 연기를 하다가 일순간 아버지로써 무너진다. 그런 연약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을 정도다. 원래는 원 컷 원신으로 한 번에 이어서 찍는 거였는데 투자사와 제작사의 압박 때문에 중간 중간 자르게 됐다. 감독님이 내게 굉장히 미안해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 시사회 때였나, 거기서 무릎을 꿇으니까 모두 웃었다. 그 때문에 힘들었다.  

영화 초반, 희진은 꿈속에서 놀이터에 앉아있다. 그때 새가 와서 희진의 손바닥에 놓인 이빨을 쪼는데 무슨 의미인가?
(이용주 감독)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공포를 조장할 수 있을까?’이었다. 기존의 공포와 달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일상적이되 어느 한 구석이 낯선 느낌이었다. 딱 한 가지로 규정될 수 없는 상황에서 공포가 유발되는 느낌이 하나의 룰이었다. 새만 보면 이상하지 않지만 아파트 놀이터에 새가 있으면 이상하다. 그 새가 뭔가를 쪼아 먹으면 좋겠는데 무엇이 좋을까.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 꿈이니까 몽환적이었으면 하고 생각했고 그것이 공포로 둔갑하기를 바랐다. 꿈에서 이빨이 빠지면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대표적인 흉몽이다. 가족의 불상사, 그리고 난데없는 공포를 주는 소재를 생각하다가 이빨이 떠올랐다.

지금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영화는 무엇인가?
(이용주 감독) <해운대>나 <국가대표> 같은 영화? (웃음) 그런 작품처럼 흥행이 되는 영화를 찍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를 만들기 쉽지 않다. 얼마 전에 시나리오를 끝냈다. 물론 영화로 제작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깨끗해서 더러움 같은 것은 범접할 수 없는 밝고 경쾌한 첫 사랑의 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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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th JIFF daily
(20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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