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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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판매하겠다며 독자들에게 돈을 뜯어가는(?) 출판사가 있다. ‘북스피어’다.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그림자밟기>를 준비하면서 책을 알리는 마케팅 비용을 독자펀드로 충당하는 것. 이름하야, ‘원기옥 이벤트 시즌 2’

시즌 2가 의미하듯, 이게 처음 진행하는 독자펀드가 아니다. 북스피어는 이미 지난해 5월 미미 여사(한국 독자들이 미야베 미유키의 성(姓)과 이름의 앞글자만 떼어서 붙인 애칭 _편집자 주)의 <안주>를 준비하면서 원기옥 이벤트 시즌 1을 진행했었다. 블로그(www.booksfear.com)를 통해 원기옥 이벤트의 취지를 알리고 1구좌 당 10만원씩을 책정해 불과 10일만에 목표액 5천만 원을 모은 것이다. 그리고 책이 1만 부 넘게 팔리면서 원금을 다시금 독자들에게 돌려줬다. 지금은 더욱 호기롭게도 원기옥 이벤트 시즌 2를 진행하며 무려 1억 원의 독자펀드를 모집 중에 있다. (6월 29일 현재 62,900,000원이 모였다.)

이와 같은 이벤트가 가능한 건 북스피어와 독자들 간의 관계가 유난히 돈독하기 때문이다. 원기옥 이벤트뿐만 아니라 북스피어는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하나 되기 위한 재미난 이벤트를 종종 기획하고 실행한다. 독자들이 직접 교정을 보는 독자교정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대중문학 소식지 ‘르 지라시’를 만들고 배포하며 동명의 팟캐스트도 방송하는 등 남다른 마케팅 방식으로 독자들의 호응을 불러내고 있다.  

이는 북스피어와 같은 작은 출판사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그냥 살아남는 게 아니다. 책이 재미있어야 독자들이 읽듯이 출판사와 독자 간 커뮤니티 또한 재미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북스피어의 운영 철학이다. 그와 같은 비전으로 북스피어를 운영하는 이는 출판계에서 ‘마포 김사장’으로 통하는 김홍민 대표다. 원래 그를 만난 건 원기옥 이벤트 시즌 2 때문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출판사를 운영하는 법에서부터 한국 장르문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주제로까지 확장되었다.
               

독자펀드를 처음 진행했던 게 미야베 미유키의 <안주> 때였죠?
5천만 원이 금방 모였어요. 우리 출판사와 독자들의 커뮤니티가 각별하잖아요. 가끔 제가 뜬금없는 주문을 해요. 이번 6월 18일은 우리 창립기념일이니까 (북스피어는 올해로 8주년이 되었다. _편집자 주) 선물을 보내라. 그러면 독자 분들께서 선물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돈을 보내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웃음) 사실 그때 심리는 뭐냐면, 그렇게 해보자, 되든 안 되든 재밌겠다. 그런데 아마 안 될 거야. 최내현 씨(전직 딴지일보 편집장, 현 북스피어 발행편집인 _편집자 주)와도 상의를 했어요. 안되더라도 이 신간이 나온다는 게 알려지는 거니까 이벤트 자체로도 좋다. 저희는 2천만 원 내외로 모일 거라고 예상했어요. 처음 독자편드 제시액은 5천만 원이었는데 두 달 동안 2천만 원만 모여도 잘 된 거다. 그럼 나머지 3천만 원은 어쩌지? “최내현 씨가 천만 원 내면 안 돼?” 제가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웃음)  

그런데 놀랍게도 단 10일 만에 5천만 원이 모인 거죠?
다 깜짝 놀랐어요. 그 뒤로 몇 군데 기사도 나고 다른 출판사에서 따라 하기도 했죠.

아무리 북스피어가 독자들과 커뮤니티가 각별하더라도 독자펀드는 좀 더 특별한 경우였을 텐데요?   
독자들이 출판사를 좋아하는 것과 돈을 내는 것은 별개잖아요. 그러니까 선물을 보내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그런데 우리 출판사를 향한 독자들의 신뢰가 단순히 좋아하는 걸 넘어선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뿌듯합니까. 독자펀드라는 이벤트가 주목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우리 사이트에서 5천만 원 모아서 불우이웃을 돕겠다는 게 아니잖아요. 내 책 팔아서 내가 살겠다는 거잖아요. 취지가 없어요. 가령, <26년>이라면 사회참여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잖아요. 우린 뭐가 없어요. 돈 좀 줘봐, 책 잘 만들게. 그런 정도의 주문인데도 독자들이 돈을 낼 만큼 신뢰가 있는 거였죠.

대표님이 보기에 그 신뢰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북스피어 정도 되는 출판사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그걸 측은지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한테 얘기해보면 의리가 아니겠느냐, 고 해요. 자기는 여기 독자야, 근데 뭘 한데, 나도 힘들지만 도와준다, 그런 거. 우리 친구잖아, 그래서 말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그야말로 커뮤니티의 힘일 텐데요. 처음 북스피어를 차릴 때부터 작은 출판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셨나요?
전 항상 우리 책이 나왔을 때 우리 힘으로 알려야 한다는 게 있었어요. 제가 출판 창업 강의를 4년 정도 하고 있는데 들은 분도 몇 백분 된 거 같아요. 그분들이 나중에 물어보시는 게 있는데 좀 안타까운 심정이 들더라고요. 뭐냐면, 좋은 책을 내면 알아봐주겠지, 신문사에서 써주겠지, 그렇게 생각을 해요. 출판사에 있거나 관계한 분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출판사를 차리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여러분 들의 책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다, 그런 얘기를 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는 굉장히 도덕적이에요. SNS에 올려도 사람들이 도덕적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거는 알티(RT)해주지 않아요. 페이스북의 ‘좋아요’ 눌러주지 않아요. 왜? 상업적 목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신생 출판사는 전혀 방법이 없죠. 책이 나왔다는 걸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말이죠.

그래서 북스피어는 르 지라시도 만들고 팟캐스트도 진행하고 특히 블로그에서의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거죠?
그렇죠. 특히 블로그는 제가 유일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말하자면 매체 아닙니까.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댓글 체크하고 공을 들여서 하죠. 큰 출판사에서도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이런 식으로 일을 맡기더라고요. 네가 나이가 가장 어리니까 블로그를 잘 할 것 같아, 그러니 한 번 운영해봐. 그런데 그렇게 운영 맡은 사람은 무슨 글 올리려다가도 욕먹으면 어떡하지, 댓글 안 달리면 어떡하지, 회사에 먹칠하면 어떡하지 자기 검열 때문에 재밌는 글을 못 올려요. 그러다보면 안전하게 보도자료 긁어다 올리게 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글만 읽게 만들죠. 그럼 독자 입장에서 굳이 거기 가서 글을 읽을 필요가 없거든요. 저희도 예전에 팀블로그 방식으로 운영을 할 때 그런 게 있었어요. 그래서 2년 전부터는 저 혼자 해요. 저만 책임지면 되잖아요. 그래서 아무 글이나 막 올리는 거예요. 그러면 독자들 입장에서는 거기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글이라는 메리트를 갖게 되는 거죠.

그게 판매부수와도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나요?
눈에 띌 만큼은 아니고요. 다만 구간(舊刊)이 좀 안정적으로 나가는 거는 있어요. 예를 들어서 미미 여사의 신작이 나왔는데 그게 <진상>이야. <진상>은 사실 앞에 나온 <얼간이> <하루살이>와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그런 얘기를 블로그에 써주는 거죠. 블로그를 보지 않고 <진상>을 읽게 되면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나보네, 이렇게 되는데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 앞에 이런 내용이 있었네, 아직 보지 못했으니까 <얼간이>랑 <하루살이> 구입해서 봐야지,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런 과정이 회사운영의 안정화와 관계가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죠. 지금은 장르물 쪽에 진입자 들이 많아져서 뭘 하나 계약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가령, 마쓰모토 세이초다, 그러면 계속 딴 데서 계약을 하려고 들어오고, 그런 상황이 조금씩 늘어가는 추세이긴 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장르소설의 수를 소화할 만큼 독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 쪽에서 나오는 책들은 예전 같았으면 3천부 초판이 한 달이면 빠졌거든요. 지금은 더 걸려요. 그러다보니까 우리도 지금은 종간 출수가 많아진 것에 비하면 판매량이 늘어야 하는데 변함이 없죠. 3년 정도 매출이 변함이 없거든요. 우리 먹고 살 정도는 되는데 그 이상은 아니죠.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을 모비딕과 함께 공동으로 출간하고 있어요. 벌써, 10권의 작품이 나왔는데 북스피어와 같은 규모의 출판사에게는 부담이 되는 기획 아닌가요?
이게 사실 큰 사업이라기보다는 크게 보이도록 머리를 굴렸어요. 별로 한 게 없어요. 세이초를 하고 싶어, 혼자 하면 아무 효과도 없을 것 같아, 그럼 다른 출판사와 같이 하자, 그럼 뉴스도 되겠다, 일본 쪽에 연락을 하자, 일본 쪽에서 얼마나 할 거냐 해서, 일단 서른 개 정도 할게. 그렇게 보면 정말 큰 사업으로 보이는데 한 작품 씩 계약을 했고 그리고 되게 싸게 했어요. 그러니 출판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 않죠.  

국내 모 감독은 마쓰모토 세이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모비딕과 이 시리즈를 처음 낼 때만 해도 국내에서의 마쓰모토 세이초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없었잖아요.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세이초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나요?
2009년에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을 상, 중, 하로 냈었거든요. 그때 세이초 이름을 네이버에 치면 검색되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모비딕하고 같이 한 이후에는 엄청 걸리죠. 판매고를 비교하면, 지금은 초판 3천부가 두세 달이면 빠져요. <짐승의 길>은 두 달 만에 다 빠졌는데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하권은 나온 지가 언젠데 아직 초판을 못 털었어요. (웃음)

같은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인데 그렇게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뭘까요?
세이초에 대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세이초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세이초의 책을 읽은 독자들의 많은 수가 현대작품에 비해 촌스럽다고 느꼈을 거예요. 근데 우리가 정보도 주고 뉴스도 나오고 지금 미미 여사나 히가시노 게이고가 마쓰모토 세이초에게 영향을 받은 사실은 많이 알려졌거든요. 실제로 요코야마 히데오(<64> <루팡의 소식> 등)는 자기 책 뒤에 ‘나는 세이초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쓰기도 했잖아요. 그런 과정 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마쓰모토 세이초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옛날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고 느끼게 만든 이유 같아요.  

오늘 인터뷰의 주제어는 ‘재미’ 같아요. 장르소설의 최대 강점이 바로 재미잖아요. 우린 책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만 접근하는 게 아닌가, 그 재미를 잊고 있기 때문에 책을 외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북스피어의 여러 가지 이벤트도 순수하게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독자들과 더욱 각별한 관계가 구축된 게 아닐까 해요.
커뮤니티 방식에 뭘 줘야겠다, 라는 것보다는 그냥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어요. 사람이 없어서 독자교정을 하게 됐는데 독자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이스터 에그도 책의 공 페이지가 남아서 넣은 건데 독자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야. 그렇게 우연적인 요소로 시작을 하게 됐어요. 회사 일을 하다보면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 많죠. 그런데 이렇게 독자들과 놀다 보면, 지난주에도 강릉 갔다 왔는데 밤새 먹고 바다에도 빠지고 (웃음) 일단 우리가 너무 즐거운 거예요.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출판사에 감정이입을 하고요. 예를 들어, 세이초는 이런 작가다, 라는 걸 다른 데서도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팟캐스트도 그런 재미의 일환이겠죠?
기본적으로 그런 채널들은 돈이 안 들어가잖아요. 제가 몸으로 때우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는 엄청 높다고 할 수 있죠. 내가 그걸 하는 게 사실 재밌어요. 그 자체가 제 입장에서는 월요일에 회사 가기 싫어, 와는 댈 바가 아니죠. 많지는 않지만 ‘팟캐스트 듣고, 르 지라시를 보고, 블로그를 보고 책을 샀다’ 그런 글들을 보면 보람을 느껴요. 가급적이면 계속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요.

사실 출판동네라는 곳이 좀 경직되었잖아요. 아무래도 지식을 전파하는 책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까요. 그런 점에서 북스피어의 행보는 파격적일 수밖에 없어요.  
아무래도 책을 파는 집단이다 보니까 경직된 문화라고 할까요. 다른 출판사들을 비하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런 걸 하면 책의 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출판사가 ‘쌈마이’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규모가 작고 제가 직접 하니까 그런 부담이 없어요. 여기는 제가 결정하면 되니까. 뭐든 시도할 수 있고 뭐 안되면 할 수 없는 거니까요.

저는 한국에서 장르문학이 더 크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 독서문화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하는 쪽인데요. 장르문학은 의미도 의미지만 재미를 우선적으로 추구하잖아요. 그 때문에 장르문학을 가볍게 생각해서 잘 읽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런 게 있죠. 북스피어를 차렸을 때만 해도 처음 분위기는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굳이 구분해야 하느냐, 장르문학이 어디 있느냐, 그런 게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구분하는 걸 촌스럽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요. ‘에이, 아직도 그런 얘기를 하고 있어?’ (웃음) 8년 동안에 많은 일이 있었던 거예요. 8년 전만 해도 한국 문학 시장에서 기존 비평 담론에 속하려면 장르를 썼다가 아니라 장르를 ‘차용했다’ 라고 얘기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그런 작가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거기에 대해서 굳이 ‘장르를 썼어요’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7년의 밤>의 정유정 씨나 <총통각하>의 배명훈 씨가 경계의 글쓰기를 하는 경우에 속하죠?
정유정 씨와 배명훈 씨의 작품은 장르가 명확하기도 하고 나름 주류 쪽에서도 인정을 하고요. 큰 출판사에서 이들을 잡기 위해 접촉도 하고 그런 성과들이 있었죠. 지금은 해외의 장르문학이 수입되는 것도 작가 전집으로 소개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이론서도 나오면서 폭과 깊이가 넓어졌어요. 독자들의 안목도 높아졌고요. 그런 부분은 긍정적이라고 봐요.  

장르문학에 대한 독자의 안목이 높아진 건 한편으로 국내 작가들이 장르소설에 접근하는 데 있어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도 되죠. 정유정, 배명훈 작가를 언급했지만 그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장르소설 작가의 저변은 얕은 편이죠.  
그렇죠. 누가 SF다, 추리소설이다, 썼다고 하면 읽어보는데 기대에 안 차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야. 그게 너무 명약관화하게 보이는 거죠. 저희도 그렇고 다른 출판사도 마찬가지일 텐데 투고 많이 와요. 그런데 도저히 받을 수가 없어요. 해외의 유명한 문학상 수상작을 보면 데뷔 작가들이 있거든요. 정말 대단하거든요. 근데 한국 작가들이 쓴 장르소설을 보면 제 선입관인지 모르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정도의 작품들이 많아요. 버젓이 투고가 되는 걸 넘어 어떤 경우에는 책으로 나오기도 하죠. 이 정도의 작품이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출간이 된 거라면, 심각하다, 보통 문제가 아닌 거거든요. 그래도 한국문학이잖아, 처음부터 어떻게 잘해, 그런 것들. 그게 헛갈리는 거죠.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을까요? 한국에서도 장르문학 작가 군(群)을 가질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죠.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이런 느낌이 아니라 지금에 와서는 어렵지 않을까, 의 의미인 거죠. 지금 한국적 장르를 쓴다는 분들의 작품을 보면 잘 하고 재밌는데 그 수준이 해외 유명 작가들의 것과 비교할 때는 차이가 나요. 그 수준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이냐, 라는 건 저변이 넓어져야 가능 한 건데 어느 분야이건 신진 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발전이 없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 상황은 이렇게 유입되는 작가의 폭이 넓지 않을 뿐더러 신통치도 않아서 답답한 거죠.

한 때 거액의 고료를 걸고 국내 장르소설을 발굴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진 분위기에요.
흐지부지됐죠. 돈을 걸어도 안 되는구나, 그런 분위기인 것 같고요. 독자들의 경우는 아무래도 같은 값이면 한국 사람이 쓴 장르소설에 대해서는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양가적인 감정 같은 건데. 한국 장르소설은 별로야, 반면 조금 괜찮은 소설을 보면 이건 약간은 상찬 해줘야 돼, 그런 게 많이 있다고 봐요. 나쁜 건 아니죠. 팔이 자연스럽게 안으로 굽는 거니까. 다만 제가 안타까운 건 한국 작가를 격려해주고 그런 건 좋은데 그것만큼 해외작가 들도 인정해줘야 되지 않느냐. 해외작가 들에게는 엄격해요. 국내 작가와 해외 작가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잣대가 다르니까, 그게 항상 출판사 입장에서는 야속하죠.

테드 창(<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작품을 준비 중에 있다고요?
거의 번역이 끝났어요.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다음 달에 나오고요. 지금 진행 중인 미미 여사의 원기옥 이벤트 <그림자밟기>도 그 다음에 출간할 예정이에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미미 여사와 세이초의 작품이 많이 남아있고요, 그래서 계속 낼 거예요. 근데 하반기에는 유명 장르작가가 쓴 에세이를 좀 내려고요. 미미 여사의 유일한 에세이가 한 편 있고, 세이초의 것도 있어요. 그 외에 기행문이나 문학이론서 등도 준비 중에 있어요.

소설 이외의 작품을 준비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야 소설 못 읽겠어, 사회가 소설인데 무슨 소설이야. 나이를 먹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특히 제 또래부터 위쪽으로는 아예 소설을 못 읽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 유명한 장르소설 작가 쓴 에세이 같은 것들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되면 해당 작가가 쓴 다른 작품도 찾지 않을까 하는 의도가 있고요. 사실 저도 픽션만 하다보니까 논픽션도 하고 싶어요. 미미 여사도 시대극과 현대극을 번갈아 하잖아요. 장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 (웃음)

사진 허남준

딴지일보
(20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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